한 때, 우리 가족 4명이 한 집에서 함께 티격태격 살았던 짧고도 소중한 시간이 나를 스쳐 지나갔었다.
그 찰나의 시간이 '가치 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진심으로 와닿게 느낀 것은 20 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후였다.
그 당시엔 미처 몰랐었다. 그저 서로 불평불만하며 티격태격 싸우고 내 욕심만 생각하며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길, 나를 이해해주기만을 바랐던 지금보다 철없던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스친다.
나는 그때 그만한 생각밖에 할 수 없었다. 온 세상의 중심이 '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금도 종종 있는 일이지만 생각이 깊지 않고 인생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도와 경험, 특히 '가족의 가치'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였다. 그저 태어나서 살면 '당연히 내 곁에 꾸준히 존재하며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순간, 4명의 구성원을 지닌 가족은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사건을 겪고 3명으로 줄었고, 남게 된 3명은 큰 상실감에 수년간 아파하며 청소년기를, 40대의 나이를 살아내다가 자녀들이 성인이 되고 3명이 모두 따로 살게 되었다.
4명이 '1인 가구'로서 이 세상에서, 하늘에서 각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혼자 살아간지도 6년밖에 되지 않은 지금이지만, 지금에서야 느낀다.
가족과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혼자 힘으로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
우울해하며 살지 않으려고,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이제는 철없던 어릴 적 내가 아닌 척하며, 애써 마음 한 켠에 깊디깊은 상실과 이별의 아픔을 묻어두고 괜찮은 척 살아간다.
다 큰 성인이 되었으니 독립해서 혼자서도 잘 사는 척, 혼자만의 힘으로 사회생활을 해며 사람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척,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척하기가 가끔 지칠 때가 있다.
솔직하게 다 내려놓고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소리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아직도 당신들이 필요하다고'
'나는 아직도 당신들이 그립다고'
'나는 아직도 당신들에게 기대보고 싶다고'
'나는 아직도 그저 몸만 자란 어린아이일 뿐이라고'
'나는 아직도 당신들과 함께 살고 싶다고'
1인 가구로 혼자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야 생생하게 느낀다. 비록 각기 다른 환경에서 몸은 떨어져 살지만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그 모든 것'이 가족의 영향을 너무나 크게 받은 사실을.
내가 떨어져서 지내는 가족들에게 연락할 때 어떤 태도와 말투로 그들을 대하는지, 관심은 얼마나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며 아직도 그들을 가족으로서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파악하고 있다.
너무나 크고 단단했던 기둥이 무너진 지 15년이 지났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남은 3명은 어쩌면 나처럼 무너진 잔해들을 완전히 치우지 못한 것은 아닐까.
기둥이 무너지고 나서 보니, 비와 바람을 막아주는 지붕과 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되었고,
우리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느끼게 되었고,
이 세상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건물 밖의 세상은 얼마나 넓고 다양한 것들이 있는지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
가족은 하나로 뭉쳐져 구성을 이룬 같은 성분의 존재들이기에
서로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를 가장 사랑하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를 가장 모른다.
이제는 '가족'이라는 프레임에서 떠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사람'으로서 가족 구성원을 바라보려고 한다.
'아빠라서', '엄마라서', '오빠라서', '동생이라서' 그들을 바라본 시점에서 벗어나 '한 명의 특별한 사람'으로.
나는 이렇게 노력해서라도 그들을 더 알아가고 더 사랑하여 나를 이렇게 만들어주고 살아가게 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보답하고 싶다.
어쩌면, 1인 가구로 서로 떨어져 살아가지 않았더라면, 가족의 소중한 큰 가치를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