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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문 이룰성 Jun 30. 2021

고독은 나에게 어려운 친구다.

 친구(親舊 친할 친, 옛구). 가깝게 오래 사귄 사람.

 내가 1인 가구로 살아가면서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다름 아닌 '고독'이라는 친구다.


그는 나에게 편하고 친한 친구는 아니다. 뭔가 친해지기 어려우면서도, 어색하고 낯설기도 하면서 나를 외롭게도, 무기력하게도, 화나게도 만들고 짜증 나게도 만든다. 


 그러나 나는 솔직하게, 이상하게도 그가 밉지 않다. 그는 내 곁에 성큼 가까이 다가올 때도 있고, 저 멀리서 나를 가만히 바라만 볼 때도 있다. 가만히 보면 그는 나에게 피해를 끼치려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내 입장으로서는 이 친구를 대하는 것이 마냥 어렵게 느껴진다.  


 그는 나에게 금 같은 침묵의 시간을 주며, 글을 쓰고 싶게끔 만들며, 진지하게 인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마련해주며, 나의 내면과 대화할 시간을 주며, 나를 더 잘 알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친구가 왜 이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 친구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느낀 나는, 그에게 매력을 느낀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 친구와 서슴없이 친해지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함께 있을 때 마음이 정말 편한 사이로 거듭나고 싶다. 


 그러나 이 친구는 짓궂게도, 친해지고 싶어 한 발자국 다가가면 멀어지고, 내가 뒷걸음질하면 그때 한 발자국 다가온다. 내 생각에 그야말로 인간관계에서의 필요한 적정선을 가장 잘 지키는 친구가 아닌가 싶다. 나를 그저 외롭게만 하는 미운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어릴 때부터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는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친구에게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 친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오래도록 사귈 친구인 것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썩 나쁘진 않다. 


 그가 내 곁에 가까이 다가올 때에, 이제는 미소 지으면서 인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어, 왔어? 오랜만이다 야. 언제 만나나 싶었네. 잘 지냈니? 야 근데 너 사람들이 너에 대해 오해 안 하게끔 적당히 좀 가까이 가면 안 되겠냐?"


 "……."


 "그래... 말해서 뭐하겠냐, 고집불통인데 넌. 나한테도 인마. 적당히 좀 찾아오고. 너무 가까이 오지는 마. 우리 사이에 딱 좋은 거리 알지?"


 "……."


 "그래 네 맘대로 해. 근데 있잖아……, 너도 참 힘들겠다. 아무튼 고마워.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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