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혼자 자취하는 나에게 가장 큰 행운 중 하나는, 소중한 친구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자주 먼저 연락해주고, 배려심이 깊은, 사려 깊은 소중한 친구가.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달갑지만은 않은 고독한 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내가
이토록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그것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인지 깊게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그 친구에게 직접 표현해본 적은 없다.
'네가 지금 나랑 같은 지역에 살아서 너무나 다행이다.'
'힘들 때나 보고 싶을 때 만나러 오갈 수 있는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너를 만나고 같이 시간을 보낼 땐, 난 내가 중요시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똑같이 좋았다.'
어느 날인가, 그 친구가 당분간 부산을 떠나 서울에서 살 것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서울에 취직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의 앞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그의 소식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숨길수만은 없는 마음 한 켠이 동강 나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
마지막으로 광안대교가 보이는 가게에 앉아 치킨과 맥주를 같이 먹던 저녁자리에서야 실감이 났다.
직감적으로 향후 몇 년간은 이러한 자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을 느꼈다.
그때 나는 참으로 이 소중한 친구가 나에게 어떠한 존재인지, 내가 그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선명하게 깨달았다.
긴 여생에서의 잠시 잠깐의 이별일지는 모르지만, 이 일을 계기로
사람 한 명 한 명을 만나 함께 보내는 찰나의 시간들에 더욱 집중하고
더욱 웃고, 더욱 슬퍼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그가 떠나 아쉽다는 마음의 깊이를 말로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는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티가 날수밖에 없는, 평소와는 사뭇 다른 나의 표정을 보고.
'희망을 걸어본다'라고 표현하면 적절할까.
그 친구가 자신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또 한 번 느끼고
'사실 나도 똑같아'라고 말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