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엘사입니다. 싸우고 나면 온 집안을 겨울왕국으로 만들고 입을 다무시기 때문이죠. 디즈니 엘사에게 'Let it go'가 있다면, 우리 집 연로하신 엘사님에게도 '마법의 단어'가 있습니다.
"요새 BTS가..."
주어인 BTS까지만 말하면 됩니다. 우리 집 엘사님은 봉인 해제되고, 이내 입가에 모나리자 미소를 띠며, 쉬지 않고 말씀을 이어가십니다. 어느새 엄마와 저는 방탄소년단으로 대동단결, 화합의 장을 이룹니다.
그렇지만 제가 처음부터 BTS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일면식도 없는 아이돌이 뭐가 좋다고, 딸의 일상은 몰라도 그들의 스케줄을 다 알고 있는 건지 친정 엄마가 못마땅했습니다. 게다가 엄마와 로또처럼 안 맞는 저는, 오히려 BTS가 승승장구할수록 오히려 더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반발심이었죠.
친정엄마는 BTS 7명 멤버들의 본명과 생일 암기는 기본이고(외손주 2명 생일은 기억 못 하셔도), BTS노래를 들을 때면 어느 부분을 누가 부르는지, 이 노래의 메시지가 뭔지 등 일장 연설하십니다. 그런 엄마의 기분을 맞춰주려 저는 대충 추임새만 했음을 고백합니다. 그 오랜 세뇌교육에도 굴하지 않고, 몇 년 동안은 멤버가 몇 명 인지도 헷갈렸으니까요. 심지어 회사 파티션에 붙어있던 BTS사진을 보고도 누군지 몰랐습니다.(더 솔직히 말하면 제가 BTS를 좋아하고 나서 그 사진이 거기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남들이 다 좋아하는 건(특히 엄마가 좋아하는 건) 왠지 같이 하고 싶지 않은 이상한(?) 심리가 있기도 했습니다.
이랬던 제가, 지금은 아침에 눈떠서 꿈나라에 갈 때까지 BTS의 노래와 사진과 영상들을 함께 하며 내적 친분을 견고히 쌓는 중입니다.
어쩌다 이렇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는지, 지금부터는 그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관심이 있어야 보인다: 방탄을 좋아하고 나서, 동료에게 이 사진이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고 물었다. 답은, 내가 이 사무실에 올 때부터란다.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