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 있다'는 말은 내가 운동센터를 다니는 자세를 정확히 묘사해 준다. 운동센터를 등록했으나, 정작 운동기구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 외의 것들(사우나, 안마의자, 온수풀 등)에 더 눈길이 간다. 그나마 선생님과 하는 수업은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기에 그 시간을 버티지만, 혼자 운동기구를 가지고 하는 운동은 내 하찮은 근력과 의지력으로는 도저히 실행에 옮기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무급여 유아휴직자가 한 달에 내는 비용을 생각하고, 이 운동센터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이 기구들을 한 번도 안 써보는 것은 직무유기 같은 죄책감(?)이 스멀스멀 올라와서 운동기구를 하나씩 만져보기 시작했다.
난 운동 '결심'과 '실천'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발생한다. 마음먹는 것도 힘들지만, 막상 그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약간 결이 다른 어려움이다. 오늘은 한번 맘먹고 해 볼까? 하다가도 '내일은 주말이라 애들이라 놀아줘야 하니 근육통이 오면 안 되지, 다음에 하자' 하는 등은 구체적인 변명거리가 매우 쉽게 튀어 오른다. 그러다가 운동기구를 제대로 하나둘씩 체험하게 된 데는 '하루에 하나씩 5분만'이라는 마음으로 운동기구를 만났을 때다.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발생한다.(운동이 하기 싫어 문제는 계속 생산된다. 하하하) 어떤 운동기구를 선택할 것인가? 였다. 제일 만만한 러닝머신에 올라갔다. 몇 분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가, 실내에서 보다 자연에서 걷거나 뛰는 게 더 좋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며 내려온다. 사이클에도 앉아본다. 페달을 열심히 구르다가, 이럴 거면 진짜 자전거를 타는 게 더 상쾌하지 않나? 하며 또 중단한다. 두리번거리며 직관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감이 오는 운동기계들을 하나씩 만져본다.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는 운동기계는 다른 사람이 할 때 힐끔힐끔 쳐다보기도 하고, 유튜브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렇게 내가 지금 이 기구를 꼭 이용해야겠다는 단단한 나만의 이유를 찾아본다.
< 그나마 앉아서 하는 운동이라 쉬워 보이고(?) 한의사 선생님이 추천해 준 운동기구라서 택했습니다. 하하 >
나는 온갖 군데 삭신이 쑤셔서 안 아픈 곳이 없는(?) 내 몸뚱이를 치료하는 목적으로 주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추천해 주셨던 운동위주로 몇 군데 돌아본다 로잉머신 앞에 선다.몇 년 전 두통이 한참 심했을 때 한의원에서 목, 어깨근육이 긴장되면 통증을 유발한다면서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운동으로, 로잉머신 타기를추천해 주셨기 때문이다. 게다가 앉아서 하는 운동이라 쉽게 느껴지고, 팔다리를모두 활용하는 게 마음에 들어서 그나마 로잉머신을 타다가 곧 내려온다.
오히려 기구들이 많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르고, 얼마나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왔다. 수많은 운동기구 수와 반비례하게 나의 의욕은 감소했다. 꽉 들어찬 기구들을 한 번씩은 다 해봐야 할 것 같은 압박감속에서 원대한 목표를 세워보지만 나의 비루한 체력은 그 반대로 아예 안 하는 것을 택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매일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하루 딱 5분 딱 3개만 운동기구를 이용해 보자였다. 운동기구 선택은 과거 도수치료, 침치료 등 진료받을 때 의사 선생님들이 추천해 주셨던 운동위주로 골랐다. 추상적인 '체력증진' 같은 목표 말고, 실질적인 '통증 감소'를 위해 조금만 운동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그렇게 나의 현재 상황에 맞게 매일 할 수 있는 작은 목표로 수정하니, 운동을 하는 날이 늘어갔다.
또다시 고비를 맞이한다. 얼마 전 평지에서 철퍼덕 넘어진 후 발목을 접질린 것이다. 발목 통증으로 인해 걷기조차 힘들어서 운동하는 건 더 무서워졌다. 그렇게 운동을 안 해도 되는 합리적인 이유(?)가 발생한 후에는 운동을 더 안 하게 되었다. 간신히 만든 운동루틴이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나 자신을 꼬드겨본다. 딱 5분만 애피타이저처럼 운동하고, 나의 주목적(?)이자 메인 메뉴인 사우나에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운동기구를 만지면 우선 마음이 가볍다. 5분 정도야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하다 보면 5분 받고, 5분 더?를 외치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 허리 통증에 좋다고 해서 가면 무조건 30개는 꼭 하고 오는 운동이다. 이것만 하고 바로 사우나로 갈 때도 있다. 하하>
난 평생 운동을 좋아하긴 어려운 사람이란걸 운동을 하면 할 수록 확신한다. 하지만 점점 더 운동을 하도록 스스로를 꼬시는(?) 방법을 하나 둘 터득해 간다. 딱 5분만 운동하자, 사실상 운동하러 가는 게 아니라 사우나하고 잠깐 운동하는 거다 등등 나에게 잘 먹히는(?) 요령이 늘어간다. 어제의 운동 5분이 만든 작은 성취감이 오늘의 10분 운동에 도전하는 원동력을 제공한다. 이 작지만 지속적인 성공을 내 세포에 각인하며 되뇌어본다, 이만하면 꽤 괜찮다고. 내 머릿속에 그려놓은 바람직한 1시간 운동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5분 운동 후 30분 사우나를 지지해 준다. 아픈 발목도 낫고, 체력도 붙으면 자연스레 1시간 격렬한 운동도 다시 거뜬히 할 수 있을 거라 믿지만, 지금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나를 다독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클수록 좌절감이 커져서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 또한 어렵게 행동에 옮긴 것도 다양한 돌발상황에 부딪혀 중단하게 될 위기를 맞기도 한다. 그럴 때 운동센터의 기구를 5분 이용하는 나를 떠올린다.수많은 기구 중에서 나에게 맞는 한 두 가지를 조금씩 하다 보면, 할 수 있는 종류도 시간도 늘어날 거라고. 우선 매일 운동센터에 나오는 나의 의지력에도 칭찬을 해주기로 한다. 그렇게 나에게 친절하게 굴면서 내 안의 작지만 확실한 성취감이 쌓이다 보면, 멈춰있던 내 삶이 다시 또 굴러가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덧. 운동을 하다 보면 직관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기호들이 있다. 의욕이 앞설 때는 '토끼'가 나오고, 지칠 때는 '거북이'가 나온다. 인지하면서 몇 번 하다 보면 조금씩 내 몸과 기구 사이의 속도와 힘 등을 조절하는 것을 몸에 익히게 된다. 그 결과 등장하는 '스마일'이 반갑다. 그렇게 내 마음에도 스마일을 쌓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