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지, 그러나 여정은 이어진다

-12kg 감량, 건강에 비웃으며 다가가기

by krng

2차 스위치온 다이어트가 막을 내렸다.

요란한 팡파르나 화려한 축포는 없다. 그저 거울 앞에서 나 자신에게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고점에서 12kg, 2차 시작점에서 5kg을 덜어냈다. 숫자는 단순한 수치에 불과하지만, 그 이면에 깃든 새벽의 땀방울, 한숨 섞인 독백, 그리고 수십 번의 “왜 이 고난을 자초했나”라는 자조는 나를 더 딴딴하게 한 듯하다.


2차 시작 당시 내장지방 수치는 120점이었다.

위험을 알리는 붉은 불빛이 깜빡이는 듯한, 위태로운 경계였다. 1차 다이어트의 성공에 취해 방심했던 탓이다. 탕수육의 기름진 유혹, 떡볶이의 매콤한 속삭임, 달콤한 디저트의 아우성 속에서 나는 한동안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나 그 방종의 대가는 혹독했다. 두 달간 이를 악물고 달린 끝에 104로 낮췄다. 아직 완성된 그림은 아니지만, 건강이 내게 슬며시 다가와 어깨를 툭 치며 “좀 봐줄 만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먹고 싶은 것은 여전히 끝없이 꼬리를 문다.

탕수육의 질퍽한 달콤함, 떡볶이의 쫄깃한 떡, 버터크림빵의 달콤한 유혹. 지난주엔 동료가 일과 중 떡꼬치를 먹으러 가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이를 갈았다. 옷 소매에 묻혀온 그 매콤달콤한 향이 코끝을 스치자, 배고픔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자제력은 아직 내 곁을 지켰다. 어릴 적부터 숙제와 시험, 목표 하나씩 정복하며 살아온 모범생의 기질이 다이어트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매일 할 일 리스트에 체크 표시를 남기는 그 묘한 쾌감은, 솔직히, 나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다이어트는 결국 내 삶의 또 다른 숙제가 됐다.


유산소와 근력운동은 이제 일상의 한 조각, 아니, 거의 뼈대가 됐다.

6분 페이스로 2km를 뛸 수 있게 됐다. 몇 달 전, 2분 걷고 1분 뛰는 인터벌로 숨을 몰아쉬던 내가 떠오른다.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 속에서 간신히 버텼던 그때와 달리, 이젠 2분 걷고 2분 뛰는 리듬으로 몸이 자연스레 따라간다. 근력운동은 여전히 고역이다. 기구를 움직일 때마다 근육이 비명을 지르고,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른다. 하지만 무게를 하나씩 늘릴 때마다, 몸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그 미세한 변화를 느낀다. 그 느낌은 나를 멈추지 않게 한다. 고통 속에서도 묘한 성취감이 스며든다.


격일 단식은 이제 익숙한 의식, 거의 일종의 수행처럼 자리 잡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어지러움이 밀려오고, 세상이 잠시 빙글빙글 돈다. 짜증이 솟구치지만, 이내 털고 일어선다. 처음엔 이게 사람의 도리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젠 묵묵히 해낸다. 동료가 떡꼬치를 씹으며 웃던 그 날, 단식 중이라 속으로 이를 악물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럼에도 버텼다. 그건 나만의 고집, 아니 아집일까,


앞으로 2주는 잠시 숨을 고른다.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탐닉할 계획이다. 치킨의 바삭한 유혹, 떡볶이의 쫄깃한 위로, 디저트의 달콤한 속삭임까지. 9월 초, 3차 다이어트로 다시 뛸 것이다. 솔직히, 사우나에서 보이는 근육질 몸매는 내 몫이 아닐지도 모른다. 거울 속 내 모습은 여전히 미쉐린에 가까울지라도 하지만 매일 조금씩 건강해지는 이 감각은 진실하다. 아침 계단을 오를 때 숨이 덜 차는 것, 옷이 살짝 헐렁해진 그 여유, 이런 소소한 변화들이 가슴 한구석을 따뜻하게 채운다. 뿌듯함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뿌리내린다.


이 여정은 종점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선이다.

묵묵히, 그러나 꿋꿋이 나아갈 것이다. 삶이란 결국 그런 것 아닌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때론 고되지만 때론 묵직함.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불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