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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Aug 18. 2021

[Thoughts] 싱그럽게 사무치는,

connecting the dots,  by pitches

친구네 복숭아 농장이 여름을 맞아 어느덧 문을 열었다. 


거의 스무해 째 아는 친구지만 그동안 한 번도 주문한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첫째, 난 복숭아를 좋아하지 않는다. 달달하고 몰캉한 통조림이면 몰라도 굳이 딱딱한 복숭아를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다. 런던에 가서도 납작 복숭아가 그렇게 맛있다고 소문을 듣고 사보았지만 이내 왜 이걸 맛있다고 할까 되려 고민할 정도였다. 

둘째, 비쌌다. 내 상식의 복숭아는 개당 천원 미만인데, 친구네 복숭아는 개당 3000원 가량이었다. 물론 이제사 알게된거지만 비싼 이유가 있었다. 쉬운 이유, 크고 달았기 때문이다. 

셋째, 딱히 먹이거나 사 줄 사람도 없었다. 과일을 끊임없이 먹어대는 아이들도 복숭아처럼 밍숭맹숭한 과일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거침없이 주문해보았다. 

제품이 좋다는 친구의 말을 강렬하게 믿고 그동안 내게 알게 모르게 (아마 그들은 전혀 인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위안을 주었던 이들에게 하나 둘 선물하였다. 

심연으로 빠져드는 나의 손을 애처롭게 잡아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주소를 수집하고 정성껏 주문하였다. 


사실, 잘 몰랐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무슨 과일을 좋아하는지 알 리도 없고 알 방법도 딱히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선물한 복숭아에 열광하는 지인들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초딩 입맛과 달리 많은 사람이 딱딱이 복숭아를 좋아하는걸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환호성을 터트릴 때마다 나의 기분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뿌듯했고 특상품을 건네준 친구에게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누군가의 미각을 풍미롭게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이번 일이 아니었음 평생 몰랐을 것 같다. 


아마 내년에는 올해만큼 많은 선물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느낀 풍요로움을 절대 잊진 못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따사로운 여름의 싱그러움을 찬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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