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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Mar 26. 2022

[여행] 시애틀 1일차, 목가(牧歌)

평화로움 그 이상,

우리 가족은 여기서 계속 살고 싶어, 딱히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나의 시애틀행 결정에 상당한 지분이 있는 그녀,

거의 12~3년 만에 만났던가,

같은 동아리에서 만나 친한 이들을 공유하고 있는 우리는 각자의 삶에 바빠 건너건너 소식을 들을뿐 직접적으로 연락하진 않는 그런 사이였다.

내가 힘든 일을 겪고 시애틀에 가겠다고 한걸 전해듣고는 언제든지 오라는 말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사실 워킹맘인 이 친구를 보러 가봤자 일정동안 1~2번 끼니를 잠깐 함께 하는 정도가 다이지만,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얼마나 반가운 일이던가



시애틀 인근 밸뷰에서 만난 그녀는 역시나 오랜만에 만났다는 이질감이 전혀 없었다.

앞서 뉴욕에서 만났던 친구와도 그랬지만 재밌는건 우리 모두 같은 동아리로 서로 아는 사이지만 묘하게 결이 다르다.

나름 같은 동아리였으나 굳이 서로 연락하진 않고 내게 안부를 전해달란 말에서 옅은 거리감마저 살며시 들었다.

이렇게 결이 다른 친구들을 내가 각각 만나고 있다는 것에서 내가 서로에게는 무채색인 친구인건지, 아님 아무 생각없이 들이대는건지 슬며시 의문이 들었다.

어느 것이든 내가 그들에 있어 만나기 싫은 친구는 아니란 것에서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시애틀에 당도하자 마자, 난 한숨을 깊이 들어 마셨다.

내가 원하던 여행지는 이런 곳이 아닐까,

목가적이란 단어가 이런 곳에 가장 적절히 쓰이는 것이 아닐까, 이 알 수 없게 평화로운 잿빛 도시가 너무 부러웠다.

저 멀리 보이는 새하얀 설산의 웅장함과 들녘의 침엽수 그리고 평온한 바다의 마리아쥬는 그 어떤 음식의 조화보다도 심미적인 자태였다.


도시의 일부만 보고 이런 섣부른 말은 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남은 4일동안 나의 이 확증편향을 증명해 보려 한다.



습습한 공기 마저 빠짐없이 들이켜야겠다.

이제 수줍어 붉게 물든 벚꽃을 보러 나가야지,



안녕, 시애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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