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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rng Mar 27. 2022

[여행] 시애틀 2일차, 오늘 어때?

ISFJ의 불편한 삶이란,

OO님, 식사 맛있게 하셨어요?



난 점심이 막 끝난 오후 1~2시에는 급한 일이 아니면 업무 목적의 전화를 잘 하지 않는다

바로 저 질문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점심을   먹기에 누가  질문을 하면 솔직하게 긂었다고 말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먹은  ", 그럼요 OO님도 맛있게 드셨죠?" 라고 물으면 좋으련만 사실과 다르다는 생각에 입에서 쉽사리 나오지 않는다. 

직장 생활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질문이 너무 낯설었다.

먹은거도 아니고 평소에 끼니를 챙겨주는 사이도 아닌데   먹었나  먹었나를 묻는가,

내가   먹었다고 하면 어떡할 것인가,

내용은 없고 겉치레만 그득한 표현 아닌가,


그래서  점심  전화를 기피한다.

내면의 인지부조화를 막기 위해서.



미국에 와서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탓에 대화할 타이밍이 생기면 잔뜩 긴장해 있다

긴장하다가 무슨 말인지 겨우 들으면 How are you doing? How was your today? 정도일 때가 많다

여기의 모범정답은 good how about you?  라고 학창시절 수도 없이 배우고 외웠음에도  튀어나오지 않는다.

어떠냐고 물으면 나의 복잡한 심경과 일상을 소소히 설명을 해야할 것만 같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사치레로 하는 말일 뿐인데 텍스트 자체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컨텍스트를 감안해 그냥 아 이 친구가 내 안부를 묻는구나, 안녕하세요? 정도라 생각하면 되련만,

철자 하나하나에 머릿털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금은 내려놓아야지,

사실  동안 내려놓을 필요성도  느끼고 '내가 블편한데 ' 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가 너무 작은 것에 집착하며 살았단 생각이 여기 와서야 깨닫게 된다.



어제 오전에는 윌로우 골프 클럽에 가서 골프를 쳤다.

따로 예약을 안 하고 갔기에 서로 일행인 중국계 현지인 2명과 함께 플레이 했는데,

걔 중 30살 먹은 대만계 친구가 매우 살갑게 대해주었다.

지루할만 하면 말을 걸어 날 당황하게함은 물론이고 (어렵다 영어로 대화히기가...)

늪에 빠진 내 공도 끝까지 찾아주고, 내가 황당무개한 샷을 날리면 스윗하게 take it easy라고 하였다.

만난지 몇 분도 되지 않은 내가 좋아서 그러는건 당연히 아닐꺼다.

예의이고 매너다.

나와 우연히라도 시간을 공유하는 이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고 편암함을 주겠다는 그런 소소한 마음



너무 굳어 지냈는지도 모르겠다.

긍정의 화신이라고 스스로만 되뇌이지 말고,

타인에게도 그런 기운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해야지,



그래서,

오늘 너의 하루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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