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일기) 순경음비읍(ㅸ)의 이야기

by 올제



‘ㅂ’엄마는 ‘ㅇ’아기를 뱃속에 안고서 단어로 말로 사느라 행복했었다. 엄마 혼자서는 ‘바보, 바다, 바람’에서처럼 첫마디를 책임져야 할 때가 많았다. ‘밥’의 경우는 엄마가 처음과 끝을 다 책임져야 해서 부담이 어마어마했다. ‘합죽이가 됩시다~ 합!’ 이럴 때는 괜히 분위기를 망치는 입장이 된 것 같아 다소 민망했다. 하지만 ‘ㅂ’엄마는 ‘ㅇ’아기와 함께 다니면 너무나 행복했다. 울림도 없이 건조하고 밋밋한 소리가 ‘ㅇ’아기로 인해 부드럽고 다정해졌다. 경상도 태생의 엄마는 날이 정말 더울 때 ‘아이고 더버라’, 날이 정말 추울 때는 ‘아이고 추버라’ 하고 정감 있는 사투리를 만들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ㅇ’아기가 어렸을 때 자장가를 불러 주다가 가물가물 졸음이 오는 ‘ㅇ’아기를 보고 ‘아고 사랑스러븐 우리 아가~ 잠이 오네... 이제 누버서 코~ 자요!’하고 말하면 아기는 금세 쌕쌕 잠이 들었다. ‘ㅂ’엄마는 ‘ㅇ’아기에게 말했다. “어떨 때 너는 나의 눈물방울 같고, 어떨 때 너는 늙어버린 나의 목 주름살 같기고 하고, 어떨 때 너는 바닥이 닳아 버린 나의 오랜 신발 같기도 해. 무엇보다도 너는 나와 헤어지기 싫어 아장아장 따라다니던 나의 영원한 아가야. 시계를 돌려 우리 함께 살던 그 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지만 이젠 널 놓아줄게. 너 혼자 당당하고 온전한 ‘o’이 되렴. ‘응애응애’의 그 ‘ㅇ’ 말고 ‘어른’을 시작하는 그 ‘ㅇ’, ‘사랑’의 끝에서 은은하게 울리는 그 ‘ㅇ’이 되기를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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