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의 일기
바람 몹시 불던 아침 출근길에 카톡이 왔다. 그동안 잘 지냈냐고. 건강하냐고, 작년에 당신이 준 검은색 겨울 바지를 오늘 아침에 입고 출근하는 길에 생각이 났다고, 그전부터 자주 궁금했다고, 시간이 되면 밥이나 먹자고.
운전 중이었다. 건너편 신호등에게 길가 단풍을 후, 불어 술 한 잔 건넨다.
신호등 얼굴이 빨개지라고. 나는 어서 멈추어 당신에게 답을 보내고 싶었으니까. 그동안 잘 지냈고, 나도 당신이 자주 궁금했고, 먼저 연락을 못 했으나 이 아침 너무 반갑고 기쁘니 꼭 밥을 같이 먹자고.
단풍으로는 너무 약했는지 신호등은 금세 정신을 차리더니 다시 파래진다.
시동을 걸 때만 해도 오늘 하루 또 어떻게 버티나 했는데 카톡 하나로 갑자기 신난다. 이렇게 간사한 게 내 마음이구나 싶다.
무언가를 계기로 누군가를 기억해 준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 일은 내게도 다른 누군가를 기억하고 먼저 안부를 묻는 끈을 이어주는 일이다.
기억하는 일은 잊을 수도 있는 대상을 애써 뇌리에 그리고 가슴에 붙들어 두려는 노력이다.
그 애씀은 마치 어린 시절 시골 이모 댁 부엌에서 쪼그려 앉아 불 지피던 아궁이 속의 붉은 장작 같다. 쉬 꺼지지 않으며 오래도록 따뜻한 입김 같은 것! 장판이 누렇게 익어가는 아랫목 같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