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선재에 아궁이 만들기

가마솥의 누룽지

by 김재선



지난주 금요일 토요일은 하선재에서 가마솥을 올려놓을 아궁이을 만들었다.

시골로 내려오면서 가마솥을 준비해 놓고 두 번인가 사용하고는 한구석에 처박아 놨던 것을

하선재를 짓고 다시 꺼내 사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드럼통 자른 것에 올려놓고 쓰기가 좀 그래서

이번 기회에 보기에도 좋을 아궁이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빨간 벽돌을 구입하고 거기에 맞는 연통도 잘라왔다.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쓰기에 편리하게 만든 레미탈을 사 왔다. 재료 준비는 대충 끝났는데 막상 시작하려니

여태껏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일이라 좀 막막했다.

인터넷으로 아궁이 만드는 법을 찾아보았으나 내가 만들려고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그냥 만들어 보기로 했다.

레미탈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 반죽을 하고 만들어 놓은 기초판 위에 벽돌을 한 장씩 쌓아갔다.

줄을 맞추고 사각형 모양으로 올려나갔다.

문제는 아궁이 입구인데 거기에 주물로 된 아궁이 입구를 빠지지 않게 매립해야 한다.

어떻게 겨우 맞춰서 입구를 만들었는데 이번에 아궁이가 솥보다 넓어서 불을 피우면 연기가 다 새 버릴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끙끙대다 보니 점심도 굶은 채 저녁때가 되어 날이 어두워 졌다.

하는 수 없이 내일로 미루고 옷 여기저기에 묻은 시멘트 가루를 털어내고 샤워를 했다.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막걸리 한잔하는데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는 생으로 고생하지 말고 사람을 불러서 시키란다.

나도 안다. 돈 들여서 전문가 불러 시키면 깨끗하고 멋지게 해 놓을 거란 걸ᆢ


하지만 난 나대로 생각이 있어서 시작한 일이다.

내 손으로 만든 아궁이에 가마솥으로 밥도 하고 국도 끓이고 해서 식구들 행복하게 먹게 해 주고 친구들 오면 온천물에 닭백숙을 해서 대접하면서 폼 잡고 자랑하고 싶기도 하고

산에서 나는 여러 나물 들을 따다 가마솥에 데쳐서 말리고 싶기도 하고 꽃들과 새순을 따다 덖고 말려서 차로 만들어 겨우내 마시고 싶기도 해서이다.


지난번 열두명 정도 선교사들이 집에 왔을 때 가마솥 밥을 해 놓았을 때 얼마나 맛나게 먹던지 서로 누룽지를 먹겠다고 덤벼들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흐뭇하고 행복하다.

또 고등학교 친구들 열댓 명이 왔을 때도 가마솥에 근처 온천물을 받아다가 녹두를 넣고 닭백숙을 해서 맛나게 먹던 추억이 있기도 하다.

탄산온천물은 신기하게도 닭의 기름기를 분해시켜 전혀 느끼하지 않게 한다.

그때 한 친구가 녹두삼계탕 만들어 팔면 좋겠다고 했는데ᆢ

이런 추억과 즐거움을 내 손으로 만들어 가고 싶기에 그 시멘트 가루를 마셔가며 하루 종일 주물 떡 거렸는데

사람을 부르라니 괜히 아내에게 심술이 났다.

막걸리 한 사발 쭈욱 들이킨 속까지 시원하다.

점심도어서 인지 취기가 확 오른다.

굴뚝을 잘 내야 하는데 그래야 연기가 잘 빠지고 장작이 잘 탈 수 있는데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진다 내일도 생 고생하지 말고 아내 말대로 사람을 부를까?

그럼 오늘 내 고생은 뭔가? 남자 칼을 뽑았으면 어떻게든 끝을 봐야지 내일 또다시 도전이다.

이번에 못하면 다음 주에 계속하면 되지 하다 하다 안되면 그때 사람을 부르던 만들어 놓은걸 사면되지,

이런저런 생각에 피곤했던지 잠이들고 말았다.


아침을 어제 해놓은 잡곡밥을 콩나물국에 말아서 먹는둥 마는둥 한술뜨고 뒷곁으로 갔다.

어제 쌓아 놓은 벽돌이 굳었나 하고 흔들어보니 한쪽이 그냥 떨어져 버린다.

이게 뭐야?

하는수 없이 떨어지는 벽돌을 다시 떼어내고 시멘트를 좀 묽게해서 다시 쌓는다. 그리고 미리 가마솥을 올려보고 아궁이 크기를 조절해서 다시 벽돌을 쌓았다.

점심나절이 지나고서야 아궁이의 모습이 갖추어 졌다.

생각대로 폼나지는 않지만 아궁이 모습을 갖춘것이다.

이번엔 연통이 문제다.

누가 잡아줘야 자리를 잡는데 혼자서 하려니 자꾸 쓰러진다.

곰곰히 생각하다 철사줄로 연통을 매서 양쪽으로 잡아놓고 겨우 세워서 돌과을 채우고 시멘트을 발라서 완성을 했다. 시간은 어느새 저녁때가 됐다.

늘 점심은 찐빵한개로 때웠다.

꼭 이틀 걸려서 만든 아궁이 남들보기엔 엉성하고 깔끔하지는 않더라도 나의 첫 작품이고 나의손길이 간것이라 그런지 보는 마음이 흐믓하다.

이제 아궁이에 불을 때고 음식을 해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맛나게 먹을것이다.

나물 데치고 꽃과 새순을 덖어서 차를 만들것이다.

언제가는 콩을 삶아 메주도 만들고 그메주로 고추장 간장담글것이다.

생각만 해도 아궁이굴뚝의 연기처럼 행복이 솔솔 피어 오른다.

아! 오늘은 보람있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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