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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초순보기 Jul 04. 2022

친정 엄마 육아

매주 일요일엔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초등학교 3학년, 1학년 손주들의 등교를 위해서다. 3학년짜리는 손녀로 일찌감치 집안의 살림꾼이 다 되어 특별히 봐줘야 할 것도 없다. 아침 핸드폰이 울리면 자기 방에서 나와 학교 갈 차비를 한다. 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은 겨우 머리를 묶어주는 것뿐이다.


그런데 둘째 손주는 깨우는 일부터 여간 큰일이 아니다.  일어나야지 ~ 하면,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침대 곁으로 다가가 흔들어 깨어도 모르 척하고,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새벽 6시면 출근하는 엄마에게 다 이른다고 하면 침대 위에 일어나 앉아 나올 생각은 않고 졸고 있다. 겨우겨우 식탁까지 데려와도 밥먹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녀석은 떼를 잘 부린다.. 밥을 먹지 않겠다는 둥, 밥이 맛이 없다는 등, 밥을 먹지 않으려는 이유를 수십 가지나 댄다.  그 이유가 그때그때 달라지므로 헤아릴 수 조차 없다.


겨우 겨우 밥을 먹이고 나서도 또 한참을 소파에 누워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다. 그러는 동안 누나인 손녀는 양치하고, 옷 갈아입고, 가방을 둘러메고 현관을 나선다.


학교 가는 제 누나를 보고도 일어날 생각이 없는 손주는 덜렁 들어 앉히고, 밤새 뻗친 머리에 분무기를 뿌리면, 차가워 죽겠다고 할머니가 밉단다 " 야 , 이 녀석아 , 난 뭐 네가 안 미운지 아냐 " 하며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뿌려대면 , 그제야 바른 자세를 하고 앉는다.  그다음부터는 순조롭게 등교 준비가 완료된다. 어떤 변명을 둘러 대도 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하다. 


가방을 메고 있는 손주에게 " 할머니가 들어다 줄까? " " 아니 괜찮아요." 한다. " 그럼 학교 혼가 가도 되지? " " 안된단 말이에요. 학교 가는 거 무서워요" 한다. 학교 가는 길이 무섭다는 것인지, 학교생활이 무섭다는 것인지 헛갈린다. 가방을 멘 손주 뒤를 따라 등굣길을 함께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짧은 거리를 가면서 내가 뒤에 있는지 돌아본다. 학교 정문에 도착해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교실로 향하고, 나는 끝까지 눈을 떼지 않고 살펴본다.



내가 주말마다 서울로 가는 이유는 바로 손주들 등교 도우미를 하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하는 등교 도우미를 활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여, 당장 사람을 구 할 수 없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한것이다. 


다행히 퇴직을 하여 시간적 여유가 되기도 하고, 그동안 직장 생활한다고 보살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선뜻 그러마 하고 대답을 했다.


케어를 해준다고 대답은 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손주들이야 사랑으로 보살피면 되겠지만 문제는 딸이다. 딸은 내 성격과는 정반대로 아주 꼼꼼하고, 정리정돈을 칼 같이 한다.  나는 빨래를 하면 건조기에 널어서 필요한 옷을 외출할 때 걷어 입고, 양말은 베란다에 던져 놓았다가 마르면 그중에 하나를 골라 신는다.


반면 딸은 양말이라도 파는 것처럼 각이 지게 개어야 하고, 빨래가 놓여할 자리에 놓여야 한다.  설거지를 한 후 건조가 될 때까지 모든 그릇을 한꺼번에 포개 놓는다. 그러면 보는 앞에서 다 끄집어내서 종류별로 다시 정리한다. 설거지도 마찬가지고, 청소도 마찬가지다. 퇴근 후 피곤할까 봐 내가 지를 위해서 해 놓은 건데, 다시는 설거지 하나 봐라 하면서 속으로 씩씩 댄다.  수십 년 살림 경력에 비추어 보면 꼭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되는데 말이다. 깨끗하기만 하면 되지.  


꼼꼼하고 정리 잘하는 딸과 매사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 아이들 등교를 부탁했을 때 딸과의 관계가 가장 걱정이 되었다.


직장동료는 아이들을 맡기는 것은 시어머니가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이유는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육아에 대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를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이렇게 해주요, 저렇게 해주세요 하면 그대로 해주지만, 친정엄마는 참견을 많이 하기 때문에 친정 엄마에게 육아를 맡기는 것은 더 스트레스라고 했다. 


나도 가끔은 아이들에게 부드럽게 대해라, 아이들이니 그렇지,, 하면서 참견을 한다. 그러면 딸은 더 화를 낸다. ( 내 생각),  엄마와 딸 사이는 편안하여할 말 못할 말 가려하지 않고, 그게 친근감의 표시인데 간섭으로 느껴 스트레스가 되는 모양이다.


매주 버스에 오르면서 묵언수행을 외치지만 결국 참견을 하게 되고,  친정엄마 육아를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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