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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속초순보기 Mar 18. 2022

50년 터울 그 선에는 사랑이 흐른다.

50살에 난 할머니가 되었고 손녀딸과는 50년의 나이 차이가 난다.  50년 터울이다. 


엄마의 나이가 50살이었을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는 늘 부엌이 아니면 텃밭에 계셨다. 


그때마다 난 엄마의 나이가 되면, 나도 저럴까? 그 나이가 되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도 50이라는 나이가 되기는 할까? 


당시에는 50살이 넘으면 인생을 다 살았다고 생각하였고,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엄마를 보면서 50살이 넘으면 삶의 재미가 있을까?

엄마에게도 인생이라는 것이 있을까? 


정말 인생을 다 살았다고 생각했고, 인생의 낙 즉 삶의 즐거움은 없다라고 단정해 버렸다.





인생이란 낙조차 없고, 내가 그 나이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이 되지도 않았던 50살에 난 할머니가 되었다, 할머니가 되던 첫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손녀딸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병원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첫 만남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였다. 유리창 너머에는 10여 명의 신생아들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대번에 내 새끼임을 알아차렸다.


그 이후 하루가 다르게 크더니 10살이 되어 이젠 남을 배려할 줄 도 알고, 할머니를 챙기는 살뜰한 어린이가 되었다.




지난주 아이가 집에 왔다. 아이를 태우고 카페에도 가고, 바다도 가고, 산책도 하며 하루 종일 다녔다. 그런데 아이는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지칠 줄 몰랐다. 


그리고 쉬지 않고 이야기를 건넸고, 쉬지 않고 왕왕 뛰어다녔다. 그런 손녀딸을 보면서 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신은 아직도 60이라는 나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20대 언저리에 머물고 있고, 아직은 하루 종일 밖에 있어도 피곤하지 않음에도, 알 수 없는 차이, 표현할 수 없는 차이가 있음을 알았다. 50년의 터울은 비교할 수조차 없겠지만.


나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나이는 긴 직선 위에 점을 찍으며 나아가지 않을까?

손녀딸은 직선 위 출발선상에 서있고, 나는 저 멀리 앞에 서 있을 뿐이지 않을까.



직선 위의 10살은 


출발선에 서 있어서 인지 항상 뛸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늘 뛴다. 아이들 몸은 만성 피로가 없다는 말이 딱 맞나 보다. 늘 망아지처럼 뛰고 뛰어도 멈출 줄 모른다.


열 살의 손녀딸은 봄이다. 막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싱싱하다. 온 우주의 기운은 다 품고 있는 것 같다. 처음 보는 것, 처음 맞이하는 것에 대해서 쉴 새 없이 묻고 자기식으로 풀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예의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잘 빠진다. 

책을 읽는 것도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다. 보고 또 보고 한다. 몰입을 잘한다. 다른 사람을 우선 배려하고 양보한다    



직선 위의 60살은


궁금한 것은 주변 사람의 신분에 관한 상항이나 , 경제 상황 등이다. 이미 어쩔 수 없는 것에 관심이 많다. 이미 알만큼은 안다는 생각에 남에게 알려주려고 말이 많다(자기 말이 다 맞다 고 우긴다).


몸은 기름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늘 삐걱거린다. 서있는 것조차 버겁게 느낄 때가 있다. 책을 읽어도 머리에 남는 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읽었다는 것 아니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 남들보다 앞장서려고 늘  앞에 서려고 한다.     




50년 차이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는 나에게 손녀딸이 말을 건넸다.


" 할머니는 엄마가 언제부터 안 계셨어요?  할머니가 안 계시면 슬퍼질 것 같아요. 엄마도 슬퍼할 것 같아요."  순간 당황했다. 아이들은 앞을 내다보는 예지력 같은 것이 있다는데, 나의 인생은 직선 위 60에서 멈추는 것일까? 하고.


" 할머니는  보배랑(손녀딸 이름), 세계여행도 해야 하고, 우리 보배 시집가서 아이 낳는 것도 봐야 하는 걸... 하고 대답했다.  


할머니가 나한테 이야기했고, 엄마가 내 딸에게도 이야기했던 말을 그대로 손녀딸에게 했다.


그러고 보니 나이라는 직선 위에 모두 서 있었다. 할머니, 어머니, 나, 손녀딸... 비롯 간격은 있지만 그 선에는 사랑이 흐르고 있었고,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모두 추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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