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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Jun 09. 2020

[19금] 그 때 강남 식당에는 왜 남자만 바글거렸을까

강남이 왜 비싼지 이해를 못하겠다면 일단 강남에 가봐야 한다

강남 역삼동으로 벤처 사무실을 옮기고 가장 좋았던 것은 주변에 먹을 식당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바로 직전 사당동 주택가 한가운데 있던 사무실에서 매일 수제비와 비빔밥만 먹다가 이곳 강남으로 오니 말 그대로 먹을 곳 천지였다. 대부분 식당들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나름 잘 찾아보면 괜찮은 가격대의 맛있는 식당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삼동 이사 후 초기까지만 해도 직원이 우리 5명뿐이었으니 점심식사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맛있고 저렴한 식당으로 갈 수 있었지만, 직원 수가 20명이 된 후로는 우리 창업 멤버들도 이제는 12시 - 1시 점심시간을 가능하면 지켜야만 했다.


이 말인즉슨, 점심시간에 싸고 맛있는 식당을 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식당 앞에 반드시 줄을 서야만 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날은 여름날이었다. 창업 멤버 중 막내였던 B와 문학소년 둘이서 시원한 냉면이나 먹으려 했는데 B는 나를 한번 흘낏 보더니 말했다.


형, 사무실 길 건너 Z 라는 식당이 있는데 가볼까요? 전에 가보니 줄 안서도 되고 먹을 만하더라고요,

응? 뭐 파는데?

그냥 이것저것 찌개류요.

야, 날도 더운데 무슨 찌개니, 시원한 냉면이나 먹으러 가자.


지금 이 시간에는 어디를 가도 줄 서야 해요, 그냥 Z식당 가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시간은 이미 12시를 넘어버려서 어느 식당을 가도 애매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나는 B와 함께 Z 식당으로 가서 김치찌개를 먹었던 것 같다. 문학소년이 무엇을 먹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특별히 기억날 만한 맛있는 집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던 건 식당의 내부였다. 식당 대부분이 앉아서 먹는 좌식 자리였고, 일부만 의자에 앉아서 먹는 자리였는데, 그 날 좌식 자리에는 남자 손님들이 바글바글 했고 의자로 된 자리에는 나와 B 뿐이었다. 의자로 된 자리는 카운터 바로 옆이어서 카운터에 앉은 남자분이 의자 자리의 서빙도 같이 하는 구조였다.


얼마 후, 두 번째로 Z식당을 방문했는데 여전히 좌식 자리에만 남자 손님들이 바글바글 했다. 나와 B는 그날도 의자 자리에 앉아서 밥을 먹었다. 나는 B에게 이 식당은 희한하게 남자들이 좀 많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B는 그냥 흘려듣고 남은 김치찌개 국물을 그릇째 들고 들이켰다.


며칠 뒤,




형, 나 드디어 그 비밀을 알아냈어요.

뭘?

Z 식당에서 형이 그때 남자들만 많아서 이상하다고 했잖아요.

그렇긴 한데, 강남 직장인들 대부분이 남자니까 그럴 수 있지 뭐, 여성분들은 찌개류 잘 안 먹지 않나?


형, 오늘 일단 나랑 같이 밥 먹어요, 제가 살게요. 단, 우리 Z 식당으로 가는 조건입니다.


나는 B와 같이 Z 식당으로 왔다. B는 그동안 우리가 앉았던 의자를 패스하고 좌식 자리로 비집고 가서 자리를 차지했다.


아니, 그냥 의자에 앉으면 되지...라고 생각하면서 문학소년은 B를 따라가서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서빙을 하시는 분이 오셔서 주문을 받았다.


어떤 거 드릴까요?

김치찌개... 헉.....


주문을 하다가 나도 이 식당에 남자들이 바글거린 그 비밀을 알아내고 말았다. 나는 진땀을 흘렸고 이미 그 비밀을 알고 있던 B는 그런 나를 내색 없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문학소년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짓말 안 보태고 서빙을 하시는 분이 아래의 사진과 거의 흡사한 옷을 입고 서빙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주문을 받을 때 우리가 좌식 자리에 앉아서 그런지 바로 앞에서 몸을 푹 숙이고 주문을 받으셨다.

어버버.. 김치찌개 두 개 주세요.


그러나 Z 식당은 여름이 지나 긴팔를 입어야 할 가을이 되니 손님이 뚝 끊겼고, 곧 문을 닫고 다른 업종으로 바뀌었다.


오늘은 어느 특정한 동이 아니라, 벤처와 Z 식당이 있던 강남구 전반적인 부동산 임장기이다.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 서울에서 차 없이 다니기 가장 좋은 교통의 요지다. 앞서 살펴본 바 있는 여의도 임장은 심플했지만 아래의 강남 임장지도는 얼핏 봐도 복잡해 보일 것이다.


지도를 보면 온통 지하철을 의미하는 빨간 선으로 채워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선 옆의 숫자는 몇 호선인지를 알려준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바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과 청담동이 있다.


강남구 임장에서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서로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고 가야 하는데 이게 은근 중요하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는 자신들의 아이가 안전하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빠르게 등교가 가능한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지하철 라인이 촘촘하게 깔려 있다. 이러니 집값이 비쌀 수밖에 없지 않을까. 웬만한 강남의 아파트들은 다 역세권 아파트라고 봐도 무방하다.


집값도 비싼데 구석구석 지하철까지, 대한민국 정부가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우리 대부분은 집에서 지하철까지 버스를 가거나 꽤 걸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지하철도 모자라 왼쪽 경부고속도로에 오른쪽에는 단군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이라는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여기서 의문점이 들 것이다, 위의 강남 지도는 여의도와는 달리,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대치동 정도의 주요 아파트들만 나와 있어서 정작 강남을 임장 하는데 이 지도를 참조하기는 어렵다.


일부 서울의 구, 특히 강남구와 서초구는 구가 아닌 각 동별로 임장지도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문학소년은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 동별로 임장지도를 그려서 확인했고 임장을 진행했다.




사실, 본 화를 쓰기 전에 살짝 고민을 했다.


너무 자극적인 소재를 쓰는 건 아닌지, 말도 안 되는 소재를 지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을지.


그러나, 맨날 밋밋한 아파트 임장기만을 쓰는 것보다는 그래도 가끔은 이런 [19금] 이야기도 좀 쓰면 우리의 밋밋한 인생도 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Z 식당 사장님, 아직 식당을 하고 계신다면 지금은 음식 맛으로 승부하시고 계시는 맛집이 되었을 거라 믿어요. TV 맛집으로도 많이 나오셨어야 할텐데.


특히! "맛있는 녀석들" 에 나오는 음식점이 대박인듯 해요. 하루종일 온갖 채널에서 재방송을 하거든요. 홍보효과 짱이랍니다. ( 나오실 수만 있으면요.)


지금 코로나로 식당 및 자영업 하시는 많은 분들이 힘드신데 잘 버텨내실거라 믿어요.


사장님 파이팅 !

그 때 서빙하셨던 분도 파..파...파이팅 !!!


모두 대박나세요!!!!!!


혹시 내용 및 사진이 불편하신 분이 계셨다면 사과드립니다.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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