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문학소년 Jul 13. 2020

방배동 언니, 혹시 나 백만 원만 빌려줄 수 있어?

[방배동 임장-1] 4호선 총신대 (사당동)에서 7호선 내방역 아파트까지

어렸을 적 우리 집은 늘 돈이 부족했다.


평생 트럭을 운전하신 아버님의 수입은 항상 들쑥날쑥했기 때문에, 아무리 어머님이 관리를 잘 해도 우리 가족의 살림살이는 늘 빠듯했다. 이 빠듯한 살림살이에 행여 아버님이 몰던 트럭이 교통사고가 나거나 과속 딱지라도 떼는 날에는 그 달 우리 집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매월 말, 엄마가 독산동의 남문시장 정육점에서 삼겹살 두 근을 사 와서 남루했던 독산4동 전셋집 마루에 다섯 식구가 신문지를 깔고 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 달은 아버지의 트럭이 아무 탈 없이 운행한 달이었다. 반면, 월말이 지났는데 그 달에 삼겹살을 못 먹었다면 그 달은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달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일 년 중 6번 정도 삼겹살 파티를 했던 것 같다.


세상 물정 모르고 둔했던 어린 문학소년도 집에서 먹는 걸 보면 대충 집 경제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어쩌다 찾아오는 삼겹살 Day의 삼겹살은 항상 두 근 이었다. 그때도 요리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문학소년은 커다란 집개를 들고 삼겹살 두 근을 불판에 굽는 그 자체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내가 노릇노릇 바삭하게 구워 놓으면 누나와 동생은 내가 구워 놓은 그 고기를 홀랑 집어 먹었다.


나는 내가 열심히 구운 바삭하고 촉촉한 삼겹살을 기꺼이 누나와 동생에게 양보했다. 그렇게 삼겹살 Day에 고기를 굽는 것은 언제나 문학소년 담당이었다. 그리고 고기를 다 먹고 볶음밥을 먹은 후, 삼겹살 돼지기름으로 미끌미끌해진 마루 바닥을 마치 스케이트 타듯 질질 미끌어지면서 놀았다.  


  

그 달은 삼겹살을 먹지 못하고 지나간 달이었다.


아버지가 과속을 해서 딱지를 떼었거나 뭔가 안 좋은 일이 있겠거니 하고 내색하지 않았는데, 며칠 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오니 마루 바닥에 신문지가 깔려 있었다.


예상치 않았던 삼겹살 파티였지만 다른 때와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원래 삼겹살을 먹는 날은 아버지와 어머님도 기분이 좋으셔서 금복주 소주로 담가 놓은 몇 년 된 과실 포도주를 같이 드시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는데, 그 날은 두 분 모두 조용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내가 항상 앉는 자리의 신문지 위에 앉았다. 그리고는 고기를 굽기 위한 집개를 들고 검은색 비닐봉지의 삼겹살을 손에 대는 순간 엄마가 이야기했다.


엄마가 구울게. 오늘은 그냥 먹어.


삼겹살을 굽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그 고기 굽는 것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바로 손을 뻗어서 엄마 앞에 있던 삼겹살이 들어 있는 검은색 봉지를 들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오늘은 다른 때에 비해서 비닐봉지가 가볍다는 것을 직감했다.


내가 할래, 나 원래 굽는 거 좋아하잖아.


엄마는 안절부절못했다. 평소대로라면 검은색 봉지에서 고기를 다 꺼내서 쟁반에 놓고 구웠는데, 그 날은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검은 비닐봉지에서 고기를 한 장 한 장 꺼내서 굽기 시작했다. 당시 사춘기였던 누나와 6살 여동생은 평소처럼 내가 구워 놓은 삼겹살을 먹기 시작했고, 엄마와 아빠는 고기가 아닌 상추쌈에 된장만을 발라서 드시고 계셨다. 나도 고기를 먹는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누나와 동생은 고기를 다 먹고 밥을 볶아먹자고 이야기를 했다. 평소대로라면 밥 두 공기를 넣어서 볶아 먹던 엄마는, 그 날은 더욱 더 많은 김치와 밥을 무려 세 공기를 넣어서 볶았다.


누나와 동생은 볶음밥 한 수저씩을 먹고 배가 부르다면서 자리에서 일어섰고, 나와 엄마 아빠는 그제야 볶음밥을 먹기 시작했다. 우리 셋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수북이 쌓인 볶음밥을 먹었다. 아마 그 날이, 우리 집이 가난하구나 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 날이었던 것 같다.


당시 방이 두 개였던 우리 집은 사춘기인 누나를 빼고 네 식구가 한 방을 사용했다. 그 날 저녁, 눈을 감고 잠이 스르륵 오고 있는데 엄마가 어딘가로 전화를 했다. 아버지는 일을 하러 나가시고 없었다. 트럭 운전을 하시던 아버지는 밤에 출발해서 부산에 도착 후, 다시 그날 밤에 서울로 출발하셨기 때문에 이틀에 하루만 집에 들어오셨다.     


방배동 언니, 나야. 응, 그냥 그렇지 머.

....

근데 언니, 혹시 나 백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 이자는 이부 이자로 줄게. 응, 금방 갚을게. 고마워


방배동 언니는 그동안 말로만 듣던 엄마의 사촌언니였는데 남편은 학교 교장이었다. 충북 옥천에서 어릴 적 같이 자랐지만, 엄마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농사일을 시켰고 그 사촌언니는 초등학교 때 서울로 유학와서 방배동에 일찍 자리를 잡고 살고 있었다.  

 

그날 눈을 감고 잠을 자기 직전이었던 문학소년은 우리 집이 정말 가난하구나 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오늘은 우리 엄마가 백만 원을 빌리기 위해 전화를 했던 방배동 언니가 살던 방배동의 첫 번째 임장기이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탈바꿈이 된 반포나 잠원과 같은 서초구나 기타 강남구에 밀린 감이 있지만 사실 방배동은 어르신들이 이야기하는 전통적인 부촌 중 하나다.


이 곳 방배동을 지나는 주요 지하철은 4개가 있는데 주요 지역 일자리까지 모든 역에서 길어봐야 30분대인 것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곳은 아직 아파트보다는 다세대나 단독이 많고 각 아파트들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지역이라서 도보로 임장 하기 다소 힘들 수 있지만, 패스하지말고 아파트 사이사이에 있는 빌라들과 다세대 건물, 단독주택 등을 눈여겨보자. 서서히 이곳도 개발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방배동 임장은 아래와 같이 4호선 총신대 (사당동) 인근 지역과 2호선 방배역 인근 지역의 두 곳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루트 1] 4호선 총신대 (사당동)에서 7호선 내방역으로 이어지는 지역


[루트 2] 7호선 내방역에서 2호선 방배역 인근


[방배동 루트 1] 4호선 총신대 (사당동)에서 7호선내방역으로 이어지는 지역


4호선 총신대 입구역 (이수)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초역세권 아파트인 방배 현대 1차 (방배 현대홈타운 1차)는 4호선/7호선 더블역세권인 이수역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대로변에 위치했으나 소음이 적고 평지에 있어서 버스 이용과 거주 편의성이 좋은 곳이다. 특히 명문학군인 서문여중/고가 인근이어서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있으며 남학생의 경우 신반포중/서울고/상문고로 배정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7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방배 현대 홈타운 2차는 방금 살펴본 1차 바로 옆 단지로 반포와 강남이 바로 인접해서 강남의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나 지하주차장 엘리베이터 이용이 약간 불편하다. 이어지는 방배 현대 홈타운 3차도 역세권이나 방금 살펴본 1차/2차 보다는 역에서 좀 멀지만 조용한 분위기와  32평 이상 중형 평형 이상으로만 이루어진 아파트로 거주민들의 연령대도 조금 높다. 3차 바로 옆 방배 아이파크 역시 34평 이상 평형으로 이루어졌으며 앞서 본 홈타운 1/2/3차에 비해서 아파트 연식이 2006년으로 좋은 편이다. 방배 아이파크에서 이수 교차로 한강변으로 가보자,


이제 이곳에서 방배 빌라 밀집지역을 통해 10분 정도 걸어가면 롯데캐슬 헤론에 도착하는데  방배동 임장 시에는 위에서 강조를 하였지만 빌라 밀집지역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잘 살펴보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유명한 방배 카페골목 인근이어서 구석구석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도 있고 운치도 제법 있다.


방배 롯데캐슬 헤론은 주상복합으로 45평 이상 대형으로만 337세대의 고급 주상복합으로 명문 세화여중/세화여고로 배정받을 수 있어서 여학생을 둔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좋다. 또한 고층은 한강이 보이고 자차로 직장을 다니면 방배동의 위치상 직장으로 출퇴근하기도 좋고 주차공간도 2.32로 매우 탁월하다. 그러나 이수역까지 넉넉잡고 20분은 걸어야 하니 뚜벅이 직장인이 이 아파트를 고려한다면 이동시간에서 지하철까지의 거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사악한 가격은 일반 직장인이 월급을 착실하게 모아서 결코 살 수 없다.     


바로 옆 1분 거리에 있는 방배 (대림) 아크로리버는 222세대(총 4개 동)의 주상복합으로 중층 이상은 한강 조망이 된다. 중요한 것은 바로 앞에 보이는 개천이 그냥 천이 아니라 ‘반포천’이고 여기를 건너면 바로 그 유명한 반포다. 저기 보이는 낡은 거대한 아파트 밀집촌, 그곳이 바로 그 유명한 ‘반포주공’이다. 그 옆이 명문 세화여중고이며 잠실운동장보다는 작은 반포 종합운동장도 바로 옆에 있다. 약간 애매한 거리의 지하철 빼고는 너무나 좋은 주상복합이다.


3분 거리에는 채 100세대가 안 되는 삼호 3차가 있는데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여기는 47평 이상 대형으로 이루어진 소규모 아파트라서 재건축이든 리모델링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수가 적어서 리모델링으로 가겠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조용하고 주차공간이 매우 여유가 있다. 옆 동부 센트레빌 역시 49평 이상의 2004년에 지어진 소규모 남향 아파트다. 앞서 본 삼호 3차가 리모델링이든 재건축이든 되기만 하면 이 곳 동부 센트레빌 이상의 거주지로 변모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5분 거리의 삼호 1차와 2차는 재건축 추진 중으로 인근 학군 등 관련해서 인기가 매우 높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특목고와 외고 등이 모두 폐지되면 당연히 강남 인근 명문고들이 더 인기를 끌 거고.. 그러면. 음 더 이상은 생략하겠다.


옆의 쌍용예가 클래식은 비교적 최근인 2007년 리모델링을 했지만 주차장 이용이 조금 협소하고 중요한 건 리모델링시 기존 작은 평수의 기둥과 뼈대를 이용해서 실내 기둥이 약간 애매하다. 남자들은 봐도 모르겠지만 와이프들은 바로 알 것이다. 가구들을 놓기 애매하다는 것을, 그래서 아파트는 반드시 남편이 아닌 와이프가 구조를 봐서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방배 e 편한 세상 3차는 192세대의 작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봐도 쾌적해 보인다. 당연하다. 여기는 70평대 이상이고, 세대당 주차대수 무려 3.3대의 대형 평형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지하철만 빼곤 최고인데 엄밀히 이야기해서 방배동 70평대 이상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우리 일반 직장인처럼 타고 다닐지는 생각해보면 지하철역 거리 따위는 사실 의미 없다. 그리고 다음 임장해야 하는 아파트까지 약 20분 걸어가야 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방금 본 방배 e 편한세상 3차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서호 김밥이 정말 맛있다. 김밥에 라볶이를 파는데 2시 정도에 김밥 재료가 대부분 소진되는 유명한 김밥집이다. 배가 고프고 아직 2시 전이라면 추천한다.  


20분 정도 걸어오면 보이는 방배 롯데캐슬 로제는 내방역 역세권에 61평 이상으로 이루어진 조용한  대형 평형 아파트로 인근 서리풀 터널 개통으로 강남으로 이동이 더욱 편해졌다. 그 옆 10분 거리에 있는 굉장히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 대우 유로카운티 아파트 또한 40-80평대 이상의 대형 평형 아파트다. 다시 상기하자면 이 근방이 방배동 고급빌라가 밀집해있는 전통적인 방배동의 부촌 지역이다.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방배 e 편한세상 2차는 서리풀 공원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로 89세대(총 1개 동)로 경사가 있다. 그러나 여기 경사는 아래 방배동 루트 2에서 경험할 아파트들에 비해서 경사가 완만한 곳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이 지역은 내방역 역세권 아파트다. 4분 정도 걸어서 내방역으로 도착하면 [루트 1] 임장을 마치게 된다. 혹시 시간이 된다면 이 곳 내방역 8번 출구로 가서  [방배동 루트 2] 임장으로 바로 진행해도 된다.




2020년 5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의 0.75%에서 0.5%로 전격 인하를 하였다. 한반도 역사상 최저 금리 시대를 지나, 2023년 1월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를 향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나날이 오르고 있다. 지금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은 이보다 높은 6% 이상, 신용대출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10% 정도로 껑충 뛰어 버렸다.


당시 엄마가 방배동 언니에게 빌린 백만 원의 이부 이자는 한 달에 2만 원을 이자로 주는 개념이었다. 일 년에 이자가 24만 원이니, 당시 엄마가 빌린 백만 원의 이자율은 24% 였던 것이다.


지금이야 직장만 좋으면 신용대출을 받거나 주머니에 여러 개가 있는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를 이용해서 급전이 필요할 때 쓸 수 있지만, 당시는 돈 빌릴 수 있는 데가 많지 않았고, 이부 이자라도 빌릴 수 있는 데가 많지 않았다.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만 해주면서 돈을 벌고 있었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인적 보증을 서야만 했던 때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쉽지 않았다.


당시 엄마가 방배동 언니에게 빌린 백만 원은 언제 원금을 다 갚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당시 내 뇌리에 박힌 사실은 "방배동이라는 곳은 엄청 부자인 동네구나" 라는 거였다.  


몇 개월이 지나 엄마는 다시 삼겹살을 사오셨고, 이번에는 두 근이 아닌 세근의 삼겹살이 검은색 봉투에 들어 있었다. 나는 당당하게 고기를 모두 꺼내서 접시에 수북하게 올려놓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렀고, 대학병원에서 매년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데, 의사 선생님의 진단 결과는 이상하게도 매년 같다.


문학소년님, 고기 좀 그만 드시고 야채 위주로 드세요, 지방간이 있는데 이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만 나아질 수 있어요. 고기 좀 제발 적당히 드세요!!

(Ps) 엄마!! 아버지랑 이번 주 이모네 밭에 가서 소고기 파티 하신다고 하셨죠? 고기는 살코기만 드시고 지방은 버리고 야채 많이 드세요 !




브런치 독자분들의 격려와 지원 덕분에, 문학소년의 가슴 따듯한 에세이와  일반 재테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 "적금밖에 모르는 문과생의 돈공부"가 출간 되었습니다. 강성범(문학소년) 저-2022년 1월 밀리의 서재 Original


모두 브런치 독자분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https://millie.page.link/GCLV2

https://www.millie.co.kr


이전 12화 [19금] 그 때 강남 식당에는 왜 남자만 바글거렸을까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자네는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