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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Jul 09. 2020

잘 늙고, 잘 놀고, 재테크 까지 완벽했던 방배동 그분

[방배동 임장기-2] 9호선 내방역에서 2호선 방배역 인근을 둘러보기

여행을 즐겨하는 문학소년은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는데, 주로 그곳에 사는 현지인들의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의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수많은 형태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우리 부부는 스스로 돌아보게 된다. 어떻게 해야 잘 늙고, 잘 놀고, 재테크 잘하는 노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서, 600년 조선시대를 통치한 이 씨 왕조의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잘 늙고, 잘 놀고, 재테크도 잘한 왕족은 누구였을까?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였을까 형제를 죽이고 왕을 차지한 그의 아들 태종 이방원이었을까? 아니면 세종대왕? 조선 후기의 영조나 정조였을까?


문학소년이 생각하기에는 이 씨 왕조의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 늙고, 잘 놀고, 재테크 잘한 분은  바로 태종의 둘째 아들이면서 세종대왕의 형인 효령대군이었다.

효령대군 영정(연주대 효령각 봉안)


효령대군은 왕위를 동생 세종에게 양보(?) 한 후, 세종을 거쳐 문종-단종-세조-예종-성종 등 6대에 걸쳐 왕실의 원로로서 조선시대 최고의 권력은 물론 92세라는 장수까지 누린 유일한 조선 왕실의 사람이었다. 1395년에 태어나 1486년 세상을 떠났으니 지금으로 쳐도 천수를 다하고 평생 돈 걱정 없이 살다가 손자 33인, 증손자 109 명이라는 기록적인 자손은 물론 오늘날까지 재산이 번창한 훌륭한 집안을 만들었다.


이렇게 조선시대 최고로 행복한 삶을 살았던 효령대군의 묘소와 위패는 현재 그 비싼 금싸라기 땅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청권사’에 모셔져 있는데, 이는 조선 후기 영조가 중국의 옛 고사에서 따온 ‘청권’을 효령대군의 사당에 하사한 것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었다.


중국 은나라에서 주나라로 변하는 과정에서, 주나라 왕이 첫째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려 하였으나 그는 둘째 동생인 우중과 함께 도망가서 자취를 감추었고 왕위는 셋째인 계력에게 넘어갔다. 이 중 둘째 우중은 오나라에 숨어서 평생을 청렴하게 살았는데 이 고사가 바로 '신중청폐중권(身中淸廢中權)'이고, 효령대군의 청권사는 바로 여기서 따온 것이다.  

사단법인 청권사 홈페이지

조선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나 실제로 야사에 따르면 효령대군은 자신이 왕이 될 줄 알았다가 동생인 셋째가 세자에 책봉되자 엄청! 실망을 해서 불교에 심취하게 되었다는 말도 있다.


오늘은 조선시대 최고로 잘 늙고, 잘 놀고, 재테크 잘하신 할아버지였던 효령대군의 묘가 위치한 서초구 방배동 두 번째 임장기이다.

  



방배동 루트 2 에서는 내방역 8번 출구에서 6분 정도 거리에 연이어 있는 황실 자이 > 방배 이편한 세상 1차를 먼저 살펴보자.


이어지는 방배 자이는 다소 언덕에 위치한 내방역 역세권의 50-60평대 이상의 대형 아파트들이라서 지하철 이용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사실 자차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은 이 정도 언덕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바로 옆 3분 거리에 있는 약간 생소한 이름의 방배 서리풀 서해 그랑블은 2019년 12월 입주한 방배동 신축으로 방일초를 품고 있는 초품아 아파트다. 서해 그랑블이라는 건설사 네이밍을 방배동이라는 입지가 다 막아주고 있다.


5분 정도 걸어가면 방배 서리풀 이편한세상이 나오는데 이곳은 2010년 입주한 25평 이상으로 이루어진 아파트로 젊은 학부모들로부터 인기가 좋다. 또한 서리풀 인근으로 슬슬 산책하기 좋고 방배역도 5분 정도면 도보 이용이 가능하다. 바로 뒤에 서리풀공원과 효령대군 묘가 위치해 있는데 이는 이 근방이 ‘명당’이라는 것을 증명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시간이 된다면 서리풀 공원과 효령대군 묘역을 천천히 둘러보고 가자. 효령대군 묘소를 올라가 보면 그 비싼 서초구 방배동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이제 청권사를 나와서 생각보다 조금 먼 신동아 아파트를 가보자. 여기는 효령대군 묘 건너면의 방배역 초역세권 아파트다. 바로 옆에 깔끔한 신축이 있는데 여기가 바로 2018년 입주한 방배 아트 자이로 깨끗하고 Community 시설도 매우 우수하다. 옆의 낡은 곳은 방배 삼익인데 다들 알다시피 정치적으로 약간 애매한 시기에 사업수행 인가가 났다.


6분 정도 거리에 있는 588세대(총 10개 동)의 방배 래미안 아트힐에서 보면 예술의 전당이 보일 것이다. 이 곳 방배 래미안 아트힐도 46평 이상의 대형 평형 아파트고 방배역까지는 멀지 않지만 약간 오르막이라서 조금은 불편하다. 그러나 앞이 우면산이고, 와서 보면 도무지 서울 도심 같지 않지만 이곳이 바로 예술의 전당이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 곳에 와보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깜짝 놀란다.


5분 정도 걸으면 방배 임광 3차와 1/2차를 볼 수 있다. 단지가 조용하고 운치가 있으며 다 합치면 약 800세대의 대단지 아파트인데 3차와 1/2차의 용적률이 229% 와 184%로 판이하게 다르다. 입주민들의 합의를 이루기 힘들겠지만 재건축을 위해서 건설사들이 서로 달려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배경남 (방배 그랑 자이)를 거쳐서 방배역으로 걸어가면 10분 정도 걸린다. 이 곳 방배역에서 방배동 임장을 마치도록 한다.




실제로 효령대군이 왕위를 동생 세종에게 양보를 한 건지, 아니면 태종이 그냥 셋째 충녕(세종대왕)에게 왕위를 준 건지에 대해는 의견이 분분하나, 효령은 그 후 왕이 된 동생과 평생 사이좋게 살았고 세종이 자기 집에 들르게 되면 밤이 깊도록 국사에 대해 의논했다고도 한다.


이러한 효령대군의 묘소와 위폐가 있는 청권사는 현재 사단법인이고 문중의 명의로 강남과 도심에 엄청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한 때 문학소년은 이러한 청권사 옆의 아파트로 이사를 가고 싶었다. 조선 제일의 행운아인 효령대군의 기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고 하면 재테크 저자로서 너무나 단순하고 무책임한 접근방법일까?


그러나 재테크는 단순한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예전에 누가 문학소년에게 어느 동네에서 살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때 나는 '방배동이요'라고 대답을 했고, 그분은 다시 그 이유를 물어봤다.


지난 천 년 동안 가장 잘 늙고, 잘 놀고, 재테크 잘하신 분 묘역 근처에서 기 좀 받아 보려고요!! 저도 그분처럼 잘 늙고, 잘 놀고, 재테크 잘하는 노인이 되고 싶거든요.


왕의 무게도 없이 왕족의 큰 어른으로 조선 초기를 호령한 효령대군이 묏자리를 대충 선정했을 리도 없을 거 같으니 심플한 해법도 어느 정도 일리 있지 않을까?

물론 방배동 아파트를 살 수 만 있다면 .........




브런치 독자분들의 격려와 지원 덕분에, 문학소년의 가슴 따듯한 에세이와  일반 재테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 "적금밖에 모르는 문과생의 돈공부"가 출간 되었습니다. 강성범(문학소년) 저-2022년 1월 밀리의 서재 Original 


모두 브런치 독자분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https://millie.page.link/GCL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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