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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Jul 02. 2020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압구정 아파트를 남겨 주셨어요.

강남의 원탑이 될, 대한민국 부촌 1번지 압구정동 아파트 임장기

얼마 전 친한 지인이 갑작스럽게 부친상을 당해서 문상을 다녀왔다.


시간이 조금 흘러 그분과 저녁에 술 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에서 지인의 아버님이 물려주신 재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압구정 아파트를 남겨 주셨어요.


속물인 문학소년은 눈이 갑자기 번쩍 띄었다.


압구정 어디, 몇 평이요?  


압구정 아파트를 물려받았다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평수를 물어보게 되었다. 당시 문학소년은 압구정 아파트를 기웃거리다가 입맛만 다시고 돌아온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압구정 현대 1차 50평 대요.


아... 나도 모르게 내 머리는 네이버 부동산을 검색하고 있었다. 당시 압구정 1차의 50평대 시세는 30억을 훌쩍 넘긴 상황이었다. 흥분한 문학소년은 나도 모르게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대박!




아, 죄송합니다. 아버님 돌아가신 지도 얼마 안 되셨는데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나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사과를 했다.


괜찮아요, 어렸을 적에 거기서 초중고를 다녔는데 파셨는 줄 알았는데 아직 안 파셨더라고요.


그렇군요. 그나저나, 그 정도면 상속세가 좀 나올 텐데, 그 집 파실 예정이세요?


아니요, 와이프랑 이야기해서 그 집은 나중에 아들에게 주기로 했어요. 저는 압구정 재건축을 못 들어가겠지만, 우리 아들은 압구정 새 아파트에 들어가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아.. 네...


참고로 이 분은 이미 강남의 50 평대 새 아파트에 살고 계시는 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날 그동안 소문으로만 듣던 몇 가지 사실을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


1) 압구정 아파트는 예전부터 강남의 부자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는 것


2) 강남에 사는 사람들도 압구정 아파트의 위치와 향후 전망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는 것


3) 압구정 아파트는 재건축이 안되면 파는 게 아니라 자식에게 물려주는 거라 생각한다는 것


오늘은 문학소년이 와이프 손을 붙잡고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다가 입맛만 다시고 돌아온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임장기이다.




이곳 압구정은 강남의 여러 구들 중에서 가장 한강 이용이 편리하고 압구정로를 중심으로 밑의 유흥가와 아파트 단지가 완벽하게 차단된 그들만의 삶의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아래 지도를 보면 한강과 압구정 아파트 단지 사이에는 그 흔한 강남의 유흥가가 보이지 않는다.  이 곳 압구정 아파트 대부분은 1970년과 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이기 때문에  주차난과 약한 수압 등으로 불편하지만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압구정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압구정역 (3호선) 6번 출구로 나오면 유명한 현대 백화점 압구정점이 보인다. 바로 현대고등학교 > 신사중학교를 지나 약 10분 정도 걸어오면 라이프 미성 2차와 1차가 보인다. 이곳은 1차(153%)와 2차(233%) 간 지분 차이가 크다.


예상컨대 두 아파트의 통합 재건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와보면 볼 수 있겠지만 주차장도 확실하게 구분해서 해서 운영 중이다. 세대당 주차는 둘 다 모두 1.19로 19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에 비해서 확실히 넓다, 신사공원을 지나 이어지는 압구정 신현대 (현대 9,11,12차)는 초중고 모두 도보로 이용이 가능한 교육 아파트이나 대로변 인근이기 때문에 일부 동은 소음이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집값으로 커버된다.


여기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압구정 현대 14차는 나무가 매우 많으며 가을과 눈이 오는 겨울에는 운치가 제법 있고 무엇보다 압구정 아파트 30평대 중 유일한 계단식으로 인기가 있다. 여기서 3분 거리에 있는 로스팅 하우스 커피트리에서 커피 한잔을 테이크 아웃하고 움직이자.


가장 한강변에 위치한 압구정 현대 1차, 2차, 3차는 전철역에서 거리가 있으나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 최고 한강변 아파트다. 압구정 초등학교 쪽으로 이동하면 여기를 품고 용적률 124%를 자랑하는 초품아 아파트인 압구정 현대 4차가 나올 것이다.


여기서 2분 정도 걸어가서 269C㎡ 이상의 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된 대림 아크로빌(현대 65동)을 볼 수 있는데 이 곳 압구정의 재건축 단지들이 모두 이러한 대림 아크로빌과 같이 변모할 날을 많은 압구정 주민들이 기다리는 중이다. 아크로빌을 지나면 압구정 현대 8차와 압구정 한양 6차가 나오는데 이곳은 압구정 대형평을 제외하고 주차가 그나마 수월한 단지로 꼽힌다.


약 5분 정도 걸어서 갤러리아 백화점 쪽으로 오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압구정 한양 3차를 지나서 압구정 한양 1차 방향으로 움직여 보자. 이곳 압구정 한양 1차는 1977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연식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바로 옆의 압구정 한양 2차 역시 1978년에 입주한 대형 평형 위주의 아파트고 갤러리아 백화점 바로 뒤에 있는 압구정 한양 5차는 갤러리아 백화점 바로 뒤라서 편리하다는 장점과 백화점의 혼잡한 단점을 동시에 갖춘 단지이다. 그러나 사실 이 곳 갤러리아는 롯데나 현대백화점처럼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인근 거주가 나쁘지 않다.


3분 정도 걸어가면 208㎡ 이상 대형 평형 위주의 아파트 압구정 한양 8차와 114A㎡ 이상 단지인 압구정 한양 7차를 지나면 청담 고등학교와 갤러리아 명품관을 지나서 압구정 로데오역 (9호선, 분당선)에 도착하고 이로서 압구정 아파트를 한 바퀴 둘러보게 된다.  




사실 압구정은 계유정난을 통해서 단종에게 왕위를 빼앗아 수양대군을 왕으로 만드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한명회의 호인 친할압(押) / 갈매기구(鷗)를 따서 지은 이름이다.


벼슬을 버리고 강가에 압구정이라는 정자를 지어 살면서 갈매기와 친하게 지낸다는 의미였기에 지금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른 압구정의 유래라 볼 수 있다. 그동안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이미 한명회를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시 한명회가 이 곳 압구정에 정자를 지은 이유는 바로 '한강뷰' 때문이었다. 오죽했으면 명나라 사신들도 한강변의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한명회의 압구정 정자에 와서 한번 보고 가고 싶어 할 정도였을까.


당신이 보고 온 그 압구정 아파트들은 재건축 이야기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지만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마치 '재건축이 되건 말건 나의 길을 갈 테다'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나저나 그 먼 옛날 한명회도 자신의 정자가 있던 이 곳 압구정의 가치를 알고 있었겠지?  아래 겸재 정선의 압구정도를 보면 한명회의 압구정 정자는 지금 압구정 현대 1-2차 자리일 것이고, 한강 건너 1483년 만들어진 살곶이 다리와 중랑천이 보이는 걸 보면 건너편은 성동구 금호동과 서울숲이 있는 성수동이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

겸재 정선 - 압구정도, 간송미술관 소장


여보, 오늘은 오래간만에 집에서 걸어서 동호대교 건너 압구정에 한 번 가볼까? 압구정 현대 1차 뒤에 있는 로스팅 하우스 커피트리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마치 압구정 주민인 양 한 바퀴 걸어보는 거지,


혹시 알아? 좋은 일이 생길지.


아, 그리고 오는 길에 당신이 좋아하는 도수향 떡집에 들려서 인절미나 사 와서 먹는 거 어떨까?


사실.. 내가 이미 인절미 한 박스 예약해놨어.



브런치 독자분들의 격려와 지원 덕분에, 문학소년의 가슴 따듯한 에세이와  일반 재테크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낸 "적금밖에 모르는 문과생의 돈공부"가 출간 되었습니다. 강성범(문학소년) 저-2022년 1월 밀리의 서재 Original 


모두 브런치 독자분들의 응원 덕분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https://millie.page.link/GCL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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