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학소년 Jul 08. 2020

살아보니 잠원동 괜찮아요. 이사오세요. 아, 못 오시죠

[서초구 잠원동 임장기] 부동산 정책 허무한데, 잠원동으로 뽕 따러 가세

1986년 서울 단성사에서 이미숙과 이대근 주연의 '뽕'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표면상으로는 한국 문학의 거장인 나도향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 하였으나, 영화의 내용은 소설과는 완전히 달랐다.


원작 소설에서의 남편은 무기력한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뽕'에서는 남편은 독립운동가이고 주인공인 이미숙이 몸을 팔아서 남편의 독립운동을 도와준다는 다소 엉뚱한 내용이었다. (이 영화와 같은 해 개봉된 '변강쇠'라는 영화를 통해서 남자 주인공이었던 이대근은 한국 성인영화의 독보적인 캐릭터로 성장하게 된다.)


문제는 한국 문학에 위대한 한 획을 그은 나도향의 '뽕'이라는 작품이,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문학소년을 포함한 대부분의 남정네들에게는 이 영화로 인해서 단순 에로물로 각인되었다는 거였다.


문학소년을 비롯해서 이제 막 사춘기에 돌입한 우리들은 포스터의 사진과 '뽕도 따고 님도 본다'는 표현 만으로도 얼굴이 벌게지고, 누구는 이 영화를 독산동의 '남문 극장'으로 몰래 보러 갔다가 숨어서 지켜보던 담임선생에게 걸려서 영화관에서 쫓겨났네 하는 소문이 아이들 사이에서 돌곤 했었다.


그렇게 '뽕'이라는 단어는 나에게는 에로를 의미하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시간이 흘러서  어느 날 은행원이 된 문학소년의 밑으로 A 가 들어왔다.


당시 A에 대해서 엄청난 부동산 재력가의 자제분이라는 소문이 있었으나 문학소년은 아랑곳하지 않고 A에게 일을 던졌다. 재력가의 아들이라는 그는 툴툴거리면서도 나와 함께 업무를 진행하고, 가끔 민원을 걸어서 본사 상품 담당자를 연결하라는 진상 고객들을 같이 응대해 가면서 2년 인가를 같이 일을 했다. 가끔 나도 그를 상사로서 혼내기도 하고 A는 그런 나에게 아주아주 가끔 대들기도 했지만 순진하고 성실한 배하 직원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문학소년은 서초구 잠원동으로 와이프와 같이 임장을 갔고 그곳에서 한 아파트를 점찍었다. 아, 그러나 당시 나의 재력으로는 잠원동은 어림도 없는 곳이었다. 문학소년이 가지고 있는 총자본금의 5배가 넘는 가격이었으니까.


며칠 뒤 점심시간에 A와 밥을 먹다가 주말에 보고 온 그 잠원동 아파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잠원동 OOO 아파트요? 거기 제가 옛날에 살던 아파트인데. 거기 괜찮아요. 팀장님 사시게요?

지금은 돈이 부족해서 불가능할 것 같아. 그런데, 그때 부모님이랑 같이 살기엔 좀 좁았겠는데?

거기 결혼 전에 아버님이 사주셔서 혼자 몇 년 살았어요. 살아보니 여기 잠원동 진짜 괜찮아요. 저는 그 근처 신축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이쪽으로 이사 오세요.


팀장님하고 같은 동네 주민이 되면 재미있겠는데요? 저녁에 가끔 만나서 산책도 하고요. 얼른 이사 오세요.


아.... 그렇구나,


그렇구나, 나는 와이프와 결혼 후 죽어라 15년 동안 일을 해도 못 가는 잠원동의 그 아파트가, 너에게는 결혼 전에 그냥 아버지가 사준, 혼자 사는 아파트였구나. 


그 순간 나는 잠원동 뽕밭에 있는 한 마리 누에 벌레같이 느껴졌다. 평생을 열심히 뽕잎을 갉아먹어도 잠원동 아파트는 쉽지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오늘은 대한민국 서울의 부촌 동네 중 하나가 된 서초구 잠원동 임장기이다.




서초구 잠원동은 아래의 표와 같이 서울 시내 주요 일자리를 3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3호선, 7호선, 9호선이 지나가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인 고속터미널을 끼고 있으면서 각종 편의시설들이 적재적소에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단순히 지하철역이 많다고 해서 교통의 요지가 되고 집값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이곳 대부분이 서울 주요 핵심 일자리 30분이 핵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잠원동 임장의 시작점인 고속터미널역은 출구가 많고 복잡하기로도 유명하다. 헤매지 말고 고속터미널역 8-1 출구를 찾아서 바로 출구 밖으로 나오자, 나오자마자 고속터미널역 1분 초역세권 단지인 2020년 막 입주한 아파트인 신반포 센트럴자이를 마주할 수 있다. 이곳은 고속터미널의 모든 인프라와 바로 앞 한강까지 이용할 수 있는 757세대(공공임대 53세대 포함, 총 7개 동)의 신축 브랜드 아파트다.


이곳에서 5분 정도 걸어가면 신반포 14차가 나오는데 이곳은 2019년 4월 관리처분 인가가 난 후 재건축 진행 중인 1동짜리 아파트다. 여기서 우리는 이곳 은 1개 동 아파트라도 성공적인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중요한 점을 확인하면 된다.


이어지는 신반포 2차는 1978년 지어진 1572세대(총 13개 동) 아파트로 말이 필요 없는 반포 한강변 재건축 최고의 유망단지다, 네이버로 아파트 땅 모양을 확인해 보면 희한한 모양으로 일부 동이 한강변을 많이, 아니 엄청나게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좋다. 비싸서 그렇지…


이어지는 반포 한신타워는 킴스클럽/신세계/한강공원 등 반포의 핵심 인프라를 마음껏 누리면서 학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반원초등학교를 배정받는 아파트고 리모델링 가능성도 있어서 재테크, 아니 정확하게는 몸테크를 할 각오가 되어 있는 분들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10분 거리의 한신 4차 (신반포 4차)는 30평대 이상으로 이루어진 조용하고 상업시설이 없는 아파트로 역시 재건축 추진 중이다.


이곳에서 15분 정도 거리에는 한신 5차가 재건축을 완료해서 현재 지어진 반포 아파트 중 한강변 최고로 손꼽는 아크로리버뷰 신반포를 만날 수 있다. 입주 초기 이런저런 안 좋은 말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가격과 입지로 모든 것들을 순식간에 압도했다.


여기서 5분 거리에 있는 잠원한신은 34평 540세대로 근방에서 보기가 드문 단일평형 대단지로 향후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추진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가장 좋은 투자 대상은 뭐든 빨리 끝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재건축 바라보고 별생각 없이 몸테크 들어갔다가 20년 이상을 낡디 낡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여전히 바퀴벌레와 녹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봤다. 물론 자금력이 된다면 전세를 주고 본인은 바로 옆의 브랜드 신축 전세를 살면 되지만 대부분 분들은 여의치 않을 것이다.   


4분 거리의 신반포 청구는 근방 오래된 아파트들 중 보기 드문 지하 2층 주차장으로 그나마 주차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잠원 한신 그린 역시 34평 단일 150세대 아파트로 위치는 앞서 본  아크로리버뷰 뒤에 있어서 재건축 후 일부 동은 한강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지는 신반포(뉴코아) 25차와 (신반포) 한신 19차 모두 아크로리버뷰 뒤에 있는 아파트로 각각 84년과 82년에 입주해서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이 곳에서 15분 정도 한강변을 따라서 걸어가면 보이는 영구 한강 조망이 가능한 잠원 한강아파트에 도착할 수 있는데 여기는 한강공원 가는 통로가 아파트 바로 옆에 위치해서 한강공원 이용 편의성이 매우 탁월하다.


이 곳에서 6분 정도면 42평 이상 대형 평형으로만 이루어진 2002, 2004년 입주해서 주거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잠원 롯데캐슬 갤럭시 1차와 갤럭시 2차를 확인할 수 있으며, 바로 옆에는 2019년 입주한 신축 반포 아파트인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를 확인할 수 있다. (475세대(공공임대 71세대 포함, 총 6개 동)


이제 잠원역 쪽으로 방향을 틀어 걸어가다 보면 래미안 신반포 팰리스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곳은 33평 이상으로만 이루어진 약 900 세대 반포 대단지 아파트로, 조경이 잘되어 있는 아파트로 유명하다, 시간이 된다면 단지 안으로 들어가서 조경이 얼마나 잘되어 있길래 그러는지 한번 살펴보자.


잠원역 바로 옆에는 녹원한신 > 신반포 8차 (한신 8차) > 신반포 10차 (한신 10차) > 신반포 9차 (한신 9차) > 신반포 20차 (한신 20차)를 연이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곳은 모두 재건축 추진 중으로 당장의 실거주보다는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제 10분 정도 걸어서 신반포자이로 가보자, 이곳은 34평 이상으로 이루어진 2018년 입주한 최신 아파트로 Community 시설이 매우 좋으며, 바로 인근의 잠원 동아는 리모델링 이야기 나올 때마다 가격이 껑충껑충 뛰는 아파트이지만 과거 리모델링이 여러 번 추진되고 좌초된 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반포역 2 분 초역세권 - 1동 아파트라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근 대단지 아파트들과 갭 메우기가 매우 잘 되는 착한 아파트인 브라운스톤을 확인한 후, 반포역 7호선에 도착하면 잠원동 임장을 마무리할 수 있다.




원래 잠원동은 이름 그대로 조선시대에 국립 양잠소가 위치해 있어서 드넓은 뽕밭이 펼쳐져 있던 땅이었다, 대부분 뽕밭을 기반으로 양잠을 하거나 한강에서 어업을 하던 이 곳은 1970년대 강남 개발 이후 2020년 현재 대한민국 서울의 부촌 중 하나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그 날 잠원동 아파트 관련 대화가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퇴사하였고 소문으로 듣던 회사의 대표님이 되었다.


처음에는 A와 확연하게 비교되는 문학소년의 삶 때문에 심적인 고통이 컸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


문학소년은 주어진 뽕잎을 다 갉아먹고, 누에고치가 되어서 인고의 긴 세월을 잘 견뎠으니까.  


곧 고치를 깨고 훨훨 날아오를 일만 남았으니까.


(추신)  누에나방은 날개편길이 44~50mm. 한반도 각지의 양잠가에 의해 사육되고 있다. 고치에서 명주실을 뽑기 위하여 중국에서 5000년~1만 년 전에 뽕나무로 사육되던 것이 점차 퍼져 이제 세계 각지에서 사육되고 있다. 멧누에를 사육 개량한 결과, 많은 품종이 생겼으며 유충과 성충의 습성이 변했다. 성충은 입이 퇴화되어 먹이를 먹을 수 없으며 나는 힘을 잃어버렸다.  [한국 나방도감]

그렇지만 누에나방이 꼭 날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 우리가 아는 길들여진 멧누에나방 이외에도 산누에나방 / 밤나무산누에나방/ 유리산누에나방 /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 / 부엉이산누에나방 / 참나무산누에나방 / 왕누에나방 등 날 수 있는 나방의 종류가 더욱 더 많습니다.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



이전 15화 아버님이 돌아가시면서 압구정 아파트를 남겨 주셨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