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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Jun 07. 2020

내가 은퇴하면 깔고 앉은 부동산은 얼마나 오를까?

그래서 문학소년은 오늘도 임장을 하고 동네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 서울 변두리 우시장 옆 독산동에 1천만 원의 주택 담보 대출을 끼고 3천만 원짜리 작은 연립 주택을 장만한 문학소년의 부모님이 그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걸린 시간은 무려 20년이었습니다.


그 20년 동안 한 집에서 꼼짝 마! 하고 다섯 식구가 살았습니다.


그 후 세월이 흘러서 문학소년은 한 때 경기도에 2억 원짜리 아파트를 1억 담보대출을 끼고 장만하였고, 당시 수입과 지출 상태에서 추정해 보니 상환 예정 기간 역시 부모님과 같은 20년이었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우리 같은 흙수저들에게는 20년 상환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그 집에서 20 년을 살 생각이 드니 아찔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동네와 집이 아니었거든요.




다시 한번 독산동 한 작은 연립주택에서 20년을 사셨던 저희 부모님의 경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3천만 원을 주고 독산동 연립주택을 구입한 문학소년의 부모님은 30년 후 3억 약간 안되게 집을 팔고 지방으로 내려가셨는데, 30년 동안 주택 가격이 거의 10배가 뛴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학소년이 당시 구입한 2억 원짜리 경기도 아파트도 30년이 흘러서 은퇴할 나이가 되면 아버님의 경우처럼 10배가 올라 20억 원에 집을 매도할 수 있을까요?  조회를 해 보니 4억 정도로 15년 간 약 두 배가 오르긴 했네요.


저는 그 점에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분들이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부동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서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6억을 넘어 8억으로 온 상황에서 지금 구입하는 그 8억짜리 아파트가 문학소년의 부모님처럼 20~30년 뒤, 우리가 은퇴할 시점에 10 배 정도의 높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을까요?


8억의 10배이면 80억인데, 와우! 그렇게 된다면 문학소년을 포함 서울 중위 가격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한 월급쟁이분들은 출근할 필요가 없겠네요.


그때 지방이나 소형 아파트로 이사해서 차익으로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많은 재테크 관련 서적에서도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한 재테크 방법이라고 소개하곤 하지요.


과연 맞는 이야기일까요?




지금 한창 일하는 30 대와 40대인 우리가 은퇴하는 시점을 상상해 보면 거리에 있는 10명 중 4명이 60세 이상의 노인들로 북적대고, 이분들 모두 용돈이라도 좀 벌어보기 위해서 소일거리를 찾고 있을 것입니다.  초 양극화 & 초 고령화 시대니까요.


우리의 자산을 늘리는 여러 방법 중에서 아직까지 가장 인기가 있는 방법은 어느 정도의 돈을 모은 후,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파트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노후 대비를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부동산 위주로 구성한 사람들이 만약 은퇴를 하는 2040년 이후까지 그 포트폴리오 구성을 유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경제적으로 힘든 노인들은 살고 있는 집을 줄이거나 전세로 옮겨서 현금을 확보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때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집들의 수는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거해서 이때 과연 우리가 원하는 가격에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을까요?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의외로 강남이 사는 많은 분들은 그 비싼 강남의 아파트를 팔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재산이 있으니까요. 금리가 아무리 가파르게 올라도 강남 아파트의 매물이 적고 콧대 높은 집주인들이 부르는 호가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학소년을 포함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아직 그 정도의 재산이 없습니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재 및 미래의 실현 가능한 자산 구조를 면밀하게 진단해 보는 것입니다. 그 후에는 투자를 위한 종잣돈을 확보하는 한편 좋은 자산을 불리기 위한 우선순위를 둬서 착실하게 하나하나 진행해야 합니다. 눈을 넓히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좁은 시야와 협소한 경험은 우리 흙수저들이 보유한 DNA 거든요. 그 DNA를 개조해야 합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이야기라고요?


돈이 많다면야 당연히 부동산도 사고 주식도 사고 채권도 사고 상가도 동시다발적으로 사면서 자산이 증가하기를 기다리면 되지만, 우리는 흙수저니까요.

대부분 보통의 서민들은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지금과 같이 부동산 시장이 불확실한 시점에서는 아무리 좋은 아파트를 사더라도 그 아파트가 예전처럼 마구 오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아 ~


머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재테크 글을 쓰는데 문학소년의 손은 에세이를 가장한 부동산 임장 글을 쓰고 있습니다. 좀 더 좋은 동네와 좀 더 나은 아파트가 어디 없나... 하고 말입니다.


참 희한하지요?


뭐든 다 불안하니 깔고 앉은 집이라도 내 맘에 드는 집을 깔고 앉아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문학소년은 살고 있는 성동구의 새 아파트 외에도 재건축 아파트 두 채가 더 있고 주식도 하고 비상장주식도 투자하고 펀드도 하고 조그만 상가도 있고 요새 금리가 올라서 짭잘한 예금도 들고 혹시 몰라 주택청약도 있습니다. 꼬마빌딩도 하나 사려다가 수익성이 안 맞아 포기했고 최근에 오피스텔과 땅도 기웃거리는 중입니다.  


국민연금 말고 종신보험과 개인연금은 진작 다 불입이 끝나서 55세가 되면 개인연금을 받을 수 있게 설계를 해 놓기는 했는데......글쎄요... 그때 받을 개인연금 금액으로 그 달에 와이프랑 맛있는 거나 사 먹으면 될 거 같네요. 그렇다고 해서 가입했던 종신보험과 개인연금 가입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인생은 모르는 거니까요.


보험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진정한 흙수저들의 재테크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지마자 든 종신보험 하나와 절세를 위한 목적의 연금상품, 그리고 아플 때 병원비 지원을 위한 실비 정도로 최소한만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국민의료보험 시스템은 세계 최강이니까요. 몸 아플 때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최고의 의료진들이 치료해줄 수 있는 나라 거의 없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그 우수성이 증명되지 않았나요?


해외 주식투자는 안 하냐고요? 합니다. 머리가 안 좋은데 쓸데없이 관리해야 할 리스트만 늘어나고, 환율에 세금에 세계경제 및 정세까지 머리가 아파서 단순하게 구글과 애플과 같은 초우량 기업 정도로만 투자합니다.


저는 복잡한 것을 매우! 아주! 정말! 지독히! 싫어합니다. 대신 심플하고 맛있는 건 좋아하지요.


그래도 깔고 앉은 내 집 하나는 거주하기 편하고 회사 가깝고 남들 오르는 것만큼은 올라야 기분이 나쁘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유로 문학소년은 오늘도 재테크와 부동산 임장 글을 씁니다. 


물론 임장 중간중간 맛집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덤이지요. 특히 저렴하고 맛있는 나만의 식당을 찾아서 제 메모에 Keep 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주머니가 가벼워져도 식욕은 남아 있을 것이고 맛있는 건 여전히 먹고 싶을 거니까요.


그 저렴하고 맛있는 맛집을 공개해 달라고요?


음... 저는 맛 칼럼니스트가 아니라서요. 일단 계란 3알 흰자를 열심히 휘저어 아침을 만든 후 고민해 보겠습니다.


노른자는 이따가 트러플 파스타를 만들어 먹기 위해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얼마 전 마트에서 트러플 치즈를 만원인가 주고 샀는데 향이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 치즈 반 정도만 쓰면 트러플 파스타 두 그릇이 나오겠네요.  


한 그릇당 2,500 원에 트러플 파스타라니!


나가서 먹으면 그릇당 25,000이니 커피 값 포함하면 우리는 오늘 오만 원 이상 버는 거라고 와이프를 설득할 생각입니다.


다들 즐거운 한 주 되시길!!!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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