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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Jul 27. 2020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결혼해야 할 팔자야

[임장 루트 1] 용산의 전통 강자, 이촌동과 한강지역

IMF 직후, 무작정 건너간 미국 Arkansas의 한 Gas Station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문학소년은 아무런 꿈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 살고 있었다. 꿈이 없으니 삶은 나아질 리 없었다. 그러나, 아무리 아르바이트지만 백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곳이다 보니 내 영어 실력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르다는 것을 깨달았고 수소문 끝에 Arkansas 주에서 운영하는 무료 영어 강습소를 찾아냈다.


이곳은 이민을 왔지만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었는데,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인지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어도 강의를 신청하고 들을 수 있었다. 나는 Gas Station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들을 수 있는 오후 강의를 신청해서 듣게 되었다.


불법 이민자 천지였던 그곳은 말 그대로 인종의 도가니였다. 멕시코, 중국, 체코, 베트남 등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강의를 듣고 있었고, 한국인은 문학소년 밖에 없었다. 사실 영어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이역만리 타국에서 기댈 곳 없던 나에게는 그곳에 있는 하루 한 시간 정도가 매우 큰 삶의 위안이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한국인 하나 없는 미국 백인들이 우글거리는 교회를 갔다. 미국 남부 지방이 인종차별이 좀 심하다는 말이 있어서 긴장을 했지만, 그곳 교회의 백인들은 오갈 데 없는 나를 스스럼없이 받아줬고 주말마다 교회에서 영어로 찬송가를 부르고 가끔 그들과 점심을 먹게 되었다.


그중 한 백인 부부와 친해진 문학소년은 한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내가 한국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다 잊어버렸지만 당시는 미국 회계학과 세법도 잘 알고 있었다. 어리버리 아무것도 모를 줄 알았던 문학소년이 미국 회계학과 세법을 이야기하자 놀랐는지, 이분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나에게 회사를 하나 소개해줬다. 이곳의 인사 담당자가 자신들과 매우 친하고 마침 회계 담당자를 한 명 뽑고 있으니 면접을 보러 가라고 했다.


다음 주, 다시 교회를 갔고 그 백인 부부는 자신들이 다 이야기를 해 놨으니 한번 가서 면접을 보고 나의 운명을 시험해 보라고 했다. 그 회사는 지금 AT &T라는 거대 통신회사로 합병된 ALLTEL이라는 통신사의 Arkansas 지부였다.


https://www.att.com/att/alltel/preselect.html

 



문학소년은 ALLTEL 인사팀을 찾아갔다. 면접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당시는 지금보다 영어를 잘할 때였으니까.


약 1시간 정도 인사팀 및 기타 여러 부서 사람들과 면접을 본 후, 인사팀 직원과 1대 1 미팅을 다시 했다. 이 직원은 나에게 영주권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당연히 문학소년은 영주권이 없었고 ALLTEL에서는 영주권자인 줄 알았다 하며. 영주권이나 시민권 없이는 나를 뽑을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렇게 면접은 아무 소득 없이 끝나버렸다.


나에게 기회를 준 그 부부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문학소년은 그래도 이렇게까지 도와주셨는데,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며칠 후, 다시 무료 영어 강습소를 가니, 아무래도 내 얼굴 표정이 좋지는 않았는지 친하게 지내던 태국 아줌마가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나는  ALLTEL이라는 곳의 면접을 봤는데 영주권이 없어서 무산되었다고 말을 했다. 태국 아줌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야기를 했다.


음, 그러면 여기서 결혼을 한 후 미군에 지원하는 게 어때? 마침 내가 아는 분이 있는데 한 번 만나 볼래? 미국인과 결혼해서 살다가 이혼한 한국 여자분인데 아직 애는 없어, 영주권 문제도 해결되고 좋지 않을까? 나도 그렇게 해서 영주권 얻으려는 젊은 멕시코 남자와 결혼했는데 뭐. 당시 아무런 비전이 없었던 나는 한번 만나보기로 했다.




Arkansas 주 Little Rock 시내에 위치한, 도넛 가게에서 그분을 만나기로 했다. 문학소년은 태국 아줌마가 이야기한 시간에 맞춰서 당시 몰던 크라운 빅토리아를 타고 도넛 가게를 방문했다. 얼마 후 태국 아줌마는 한국인 여성분을 데리고 도넛 가게로 들어오셨다. 그분은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그때 문학소년의 나이 20대 중반, 그분의 나이는 30대 중반이었으니까. 태국 아줌마는 우리에게 즐거운 시간 보내라고 말한 후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당시 나는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횡설수설을 했다. 문학소년이 횡설수설 하고 있는데 그분이 나의 말을 가로막았다.


저기요 총각, 이렇게까지 살지 않아도 돼요. 무슨 이유로 여기서 결혼해서 살려고 하는 줄은 알겠는데, 아직은 젊으니까 다른 길을 알아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 말을 들은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것처럼 입을 닫았다. 어색한 침묵이 흐른 후, 아주머니는 문학소년은 아직 젊으니 앞으로 기회는 많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자리를 일어났다.


오늘은 문학소년이 한 때, 미국에서 열 살 연상 여성분과 결혼 후 미 육군 보병으로 입대해서 근무하고 싶었던 미군기지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대한민국 서울 한복판, 용산의 첫 번째 임장기이다.

   



[임장 루트 1] 용산의 전통 강자, 이촌동과 한강지역


이 곳 용산 임장 1번 루트는 이촌역 (4호선/경의 중앙) 3-1 출구에서 시작한다. 이 곳 이촌동 아파트를 보러 처음 방문했을 때 문학소년이 적은 노트에 '이질적이고 고즈넉하며 치안이 좋음' 라고 적은걸 보면 이 곳의 분위기를 직접 오지 않아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촌역을 나오면 바로 보이는 용강중학교를 지나면 나오는 건영 한가람은 이촌역 1분 초역세권에 용산 국립중앙 박물관/용산공원/한강공원을 모두 편리하게 이용 가능한 전통적인 인기 아파트다.


5분 정도 걸어가면 한강대우아파트가 나오는데 이곳은 주차장이 세대당 1.39대로 인근의 이촌동 오래된 아파트에 비해서 조금 더 여유가 있으나, 생각보다 많이 지나가는 경의 중앙선 소음이 다소 있고 일반 한강변 아파트의 강변북로 소음과는 다르기 때문에 구매 예정이라면 시간대별로 소음이 얼마나 되는지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이곳에서 4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이촌동 우성은 243세대(총 2개 동)로 단지가 작지만 일부 동은 한강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나 홀로 아파트로 투자보다는 실거주로 접근이 필요한 이촌 두산위브 트레지움을 지나면 강변북로 이용이 편리하고 세대당 주차가 1.55 지정 주차제로 근방 아파트 중에서 주차가 매우 용이하다는 평을 듣고 있는 동부 센트레빌이 있으며, 바로 옆에는 대형 평형 비중이 매우 높아서 동부이촌동은 물론 용산의 최고 아파트로 분류되는 LG한강자이 아파트를 볼 수 있다. 이곳 LG한강자이의 아이들 대부분은 사립학교 및 외국인 학교를 다니는 아파트로 분위기는 용산의  최고급 거주지인 한남 더 힐과 같은 분위기인데 대단지에 한강뷰 아파트라는 특장점이 있는 단지이다. 가격은 당연히 어마어마하다.


이 곳에서 7분 정도 가면 1971년에 건축된 용적률 100% 의 660세대(총 23개 동)가 자리 잡고 있는 이촌한강맨션아파트를 볼 수 있다. 이곳은 누가 뭐라 해도 재건축이 완료되면 방금 보고 온 LG한강자이를 능가하는 최고의 아파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로 옆에는 252세대(총 2개 동)로 이촌한강맨션아파트 대비 세대수가 적어서 관리비가 조금 비싸지만 재건축 후가 기대되는 한강 삼익아파트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서 이어지는 이촌 삼성 리버스위트는 2개 동의 작은 아파트이며, 2002년에 지어져서 주차공간 2.49대로 여유가 있는 대형평 아파트인 중앙 하이츠를 지나 74년 지어진 40년 이상이 된 아파트로 재건축 추진 중인 왕궁 맨션을 확인할 수 있다.


손을 대면 바스러질 것 같은 왕궁 맨션 바로 옆에 우뚝 서 있는 래미안 첼리투스는 56층으로 재건축되어 2015년 입주한 동부이촌동 최고의 Community 시설을 자랑하는 아파트로, 지금은 한강변 35층 제한이 되었기 때문에 향후 이런 높이의 한강변 아파트는 지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삼익 반도 아파트와 (1977년) 이촌 현대(현대맨션) (1974년) 모두 재건축/리모델링이 추진 중이며 그 옆에는 배산임수로 유명한 서빙고역 초역세권 아파트인 신동아 아파트 (1326세대-총 15개 동)를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강촌아파트는 1001세대(총 9개 동) 대단지이나 지하철역이 다소  멀고 주차장이 엘리베이터와 연결이 안 되어있며 이촌 코오롱도 1999년 지어진 약 800세대 이상의 대단지로 경비실이 동마다 있어서 관리가 잘되는 편이나 그만큼 관리비가 다소 나오는 편이고 주차공간이 1대로 당시 지어진 아파트에 비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한 편이다. 이제 이촌역(4호선/경의 중앙) 쪽으로 이동하면 용산의 첫 번째 임장을 마칠 수 있다.


참고로 여기 이촌동에 있는 '동빙고'라는 팥빙수 집을 발견했다면 무조건 팥빙수 한 그릇 먹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이라 춥다면 단팥죽이라도 먹고 가자. 사람이 많아서 못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도넛 가게에서 아주머니와 헤어지고 나서 며칠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론을 내지 못한 문학소년은 얼마 후 Gas Station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무작정 미국 일주 여행을 떠났다.

https://brunch.co.kr/@ksbuem/168


오늘날까지 문학소년의 부모님과 누나, 여동생은 내가 미국에서 얼마나 처절하게 살았는지 모른다. 심지어 누나와 여동생은 내가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왔다고 생각하고, 부모님도 미국 여행 정도로 생각하고 계시다.


혹시 당시 문학소년이 좀 더 나이가 있었거나, 그 아주머니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우리의 만남과 결혼은 가능했을까? 아주머니와 결혼한 후 ALLTEL에 취업을 했을까, 아니면 미군에 지원해서 영주권을 얻은 후 그 아주머니와 서류상 결혼을 정리했을까? 아니면 그 아주머니와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아이들을 낳고 살았을까?


이번 글을 읽은 와이프가 문학소년의 궁금증을 정리해 줬다.


아마 너는 첫사랑을 못 잊고 그 분과 이혼해서 나를 찾아왔겠지. 우리 사주팔자를 본 그분이, 우리는 언젠가 한 번은 결혼해야 할 팔자라고 했어.


이 분 기억나지?


https://brunch.co.kr/@ksbuem/132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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