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기 어려운 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때는 2010년 1월, 당시 살고 있던 집을 팔고 싶었지만 오랫동안 안 팔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사가 잘되는 고깃집 가위를 현관 입구에 거꾸로 걸어 놓으면 집이 바로 팔린다는 말을 듣고 와이프와 함께 사람이 항상 바글바글한 종각의 한 고깃집에서 밥을 먹은 후 가위를 몰래 가져와 현관문에 걸어 놓은 적도 있었다. 또한, 십 원짜리 동전을 집 모퉁이마다 붙여 놓으면 금방 팔린다고 해서 그렇게도 해 봤는데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 집을 비싸게 내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때는 집을 사면 하우스푸어가 된다고 온 방송에서 떠들어 댔던 그런 시기였으니까. 직전 거래가격보다 한참 낮은 가격으로 내놓았지만 집을 보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집을 내놓은 지 거의 1년 만에 드디어 돌아오는 주말에 집을 보러 오겠다는 전화가 왔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우리는 결국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 나섰다. 이번에 집을 보러 오는 그분은 과연 우리 집을 살까요? 골칫덩어리 집만 팔린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생각이었다. 그만큼 우리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어, 그 사람 집 안 사, 기대하지 마. 당신 집 보러 와서 당장 살 것 같이 이야기하겠지만 집 안 사.'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집이 안 팔린다니..
"어, 그런데, 다음 달 2월 마지막 주에 집 보러 또 누가 올 거야, 그 사람은 안 살 것 같지만 살 거야, 걱정하지 마.'
귀신에 홀린 듯, 나와 와이프는 점쟁이의 단 두 마디에 복채를 무려 5만 원이나 주고 그 집을 나왔다.
거짓말처럼 그 주에 집을 보러 온 사람은 현관문을 들어오자마자 집이 예쁘다고 난리를 쳤다. 그리고는 모든 구석구석을 1시간 정도 샅샅이 훑어본 후 얼마를 깎아줄 거냐 이야기를 하면서 나와 와이프의 가슴에 희망을 잔뜩 부풀어 넣고 나갔다. 그리고는 이내 연락 두절이 되었다. 그럼 그렇지.
시간이 흘러 점쟁이가 이야기 한 2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 되었다. 우리는 아침부터 온 집안을 청소하고 목욕재계 후 경건한 마음으로 구원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후 5시가 되도록 전화벨은 울리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나와 와이프는 모두 포기하고 소주와 삼겹살을 사러 마트나 가기로 했다. 마트에 거의 도착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지금 집 보러 가도 될까요?'
점쟁이의 말이 생각난 우리는 마트고 뭐고 일단 U턴을 했다. 그리고는 차를 끓였다. 허겁지겁 맞이한 그 사람은 우리가 내온 차를 마시면서 집을 보는 둥 마는 둥 5분 만에 대충 둘러보고는 바로 나가버렸다.
'차 향기가 참 좋네요. 차 잘 마시고 갑니다.'
같이 온 부동산 사장님도 그러한 그분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한 듯해 보였다. 그럼 그렇지.
마트에 가서 삼겹살이나 사서 먹을까 했던 우리는, 잔뜩 짜증이 난 상태에서 라면을 끓이기 위한 물을 올리고 있었다. 그때 전화가 왔다.
'방금 보신 분이 계약하겠다고 하시네요, 가계약금 지금 보내드린다 하니 계좌번호 좀 불러주세요'
점쟁이를 만나서 위와 같이 골칫덩이 집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신도 100% 틀리지는 않겠지만 혹시 집이 안 팔려서 고민이라면 아래와 같은 다른 정상적인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어떨까?
(방법 1) 집을 항상 깨끗하고 청결하게 관리한다.
우리 집이 누구나 들어와서 살고 싶은 꿈의 동네가 아닌 한, 현재와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 대부분 아파트 매수자는 갑의 위치에 있다. 거주하는 집을 판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판다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카페가 지저분하고 더러우면 아무리 커피 맛이 훌륭해도 고객들은 발길을 끊게 되기 때문이다. 재미로 집을 보러 다니는 사람 들고 있겠지만, 소중한 시간을 내서 집을 보러 다닌다는 것은 조건만 맞으면 집을 사겠다고 하는 사람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집에 들어오는 순간 눈살이 찌푸려지고 코를 막을 정도의 집 상태라면 과연 우리 집에 대한 인상이 좋게 남겨질까?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예고 없이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정말 집을 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한 시간 뒤 방문할 예정인데 지금 집의 상태가 한 시간 내로 도저히 치워질 수 없는 상태라면 그만큼 집을 팔 수 있는 가능성은 줄어드는 것이다. 집을 빠르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한 시간 내에 깨끗하게 정리될 수 있는 집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의 특성상 마음이 멀어지면 쳐다보기도 싫고 집에 대한 애착이 떨어지고 집의 청소를 게을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 어쩔 수 없이 기거해야 하는 집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거주를 해야 최소한 거기에 몸을 담고 있는 나와 내 가족이 즐거운 거니까.
(방법 2) 팔고자 하는 아파트 실거래가를 확인한다.
아파트의 가격은 과거에 한 때 만났던 연인과도 갔다. 아무리 그 연인을 다시 만나고 싶어도 지금 우리 곁에는 그때의 연인이 아니라 나만 믿고 의지하는 배우자와 자식들이 있지 않은가?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가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OO 억에 호가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건 과거의 연인인 셈이다. 과거의 연인에 얽매이지 말고 과감하게 현재의 상태를 직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호갱노노나 국토해양부 실거래 사이트(http://rt.molit.go.kr)를 자주 확인해서 당신이 팔려고 하는 아파트가 정말로 얼마에 거래가 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만약 내 아파트를 6억에 급매물로 내놓았는데, 가장 최근의 실거래가가 5억이라면 지금 같은 시기에 그 집이 거래될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이다.
(방법 3) 부동산 중개소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주변의 모든 부동산 중개소와 모두 자주 연락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일차적으로 집 주변의 모든 부동산을 돌아본 후 가장 믿음직한 업소를 골라서 단골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믿을 만하고 실력 있는 부동산 업자를 고른 후 퇴근할 때 자주 방문을 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현재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와 우리 동네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자주 파악해야 한다.
(방법 4) 집 보여주기 가장 좋은 시간을 파악한다.
24시간 내내 전망이 뛰어나고 낮 시간 내내 햇살이 따뜻한 좋은 집이 아닌 이상, 내 집을 보여주기 가장 좋은 시간대가 있기 마련이다. 집을 팔고 싶다면 이 시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실례로 어떤 분은 아파트 1층 집을 팔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보러 오는 사람마다 1층이라서 집이 어둡고 습하다고 하면서 퇴짜를 놓았다. 여쭤보니 낮 3시~5시 사이는 해가 잘 비친다는 말을 하길래 부동산에서 누가 집을 보러 온다고 하면 그 시간대만 집을 보여주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했다. 그때 못 봤다고 집을 안 사는 분들이라면 그분들은 어차피 살 가능성이 없다. 결론적으로 그분은 두 달 뒤 집을 파셨고, 원하는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갈 수 있었다.
(방법 5) 집 보러 오는 분들의 관점에서 생각한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내가 이 집을 팔고 갈 동네의 집을 미리 방문해 보는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이란, 감정이 배제되면 객관적인 상태가 되기 마련이다. 집을 팔겠다고 내놓은 다른 집들을 방문해 보면 입구에서부터 눈살이 찌푸려지는 집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별 기대를 안 했는데 느낌이 좋은 집이 있을 것이다. 그 차이를 파악해 보고 내가 팔고자 하는 집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사유들이 있을 것이다. 방문한 집의 향기가 너무 좋아서 기분이 좋았을 수도 있을 것이고, 방문한 집의 가구 위기가 너무 절묘해서 생각보다 집이 커 보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집을 보러 올 때 보리차나 차를 끓이면 차의 향긋한 향기가 방문한 사람들을 릴랙스 하게 만들어서 집을 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은 사실이었던 것이다.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서울 부동산 가격은 폭등을 한 후, 다시 집이 생각처럼 팔리지 않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많은 분들은 아직 내 집 하나 없어서 괴로운 분들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집을 팔고 싶은데 팔리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가격이 비싸서 못 사거나 안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 일 것이다. 모든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서 움직이는 거니까.
그렇지만 오늘 만이라도 너무 집의 가격에만 몰두하지 말고 나와 내 가족이 몸담고 있고 오늘 저녁에도 나의 지친 몸을 뉘어야 하는 나만의 이 거주공간을, 부엌 어딘가 굴러다니는 티백을 이용해서 향긋한 차 향기로 가득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10년 전 그 날, 점쟁이가 아닌 향긋한 차 향기가 그분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생각하니까....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