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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17. 2024

#11 요괴 교도소

[소설] 원곡동 쌩닭집-11화-끔찍한 것들 ⑥요괴 교도소

잠시 후,


삼신은 한 초가집의 방문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방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이제 막 태어난 아기 도깨비들을 안고 있는 약 열 명의 도깨비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아기를 안고 영문도 모른 채 바들바들 떨면서 삼신을 바라보았다.     


“우리 아기를 죽여놓고 너희들은 지금 뭐 하는 거지?”     


삼신은 아기들을 안고 있는 모든 도깨비들을 낫으로 도륙했다. 그리고는 다리가 하나뿐인 첫 번째 아기를 거꾸로 잡고 낫으로 머리를 베기 직전이었다. 삼신할매의 낫을 든 손을 뒤에서 삼신할배가 잡으면서 말했다.


“할매, 할매, 이만하면 됐소. 이만하면 됐소. 우리 아이도 이런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오.”     


정신을 차린 삼신할매가 자신의 앞을 바라보자 이제 막 태어난 아기 도깨비 열 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도깨비들의 시체가 초가집 안과 밖에 산을 이루고 있었고, 쌓여있는 도깨비들의 사체에서 흘러내리는 붉고 푸른 피가 마치 강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삼신은 두 손에 든 낫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런 삼신할매를 삼신할배가 안아주었다. 잠시 후, 삼신이 바닥에 떨어뜨린 푸른 도깨비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오더니 삼신의 다리를 꼬옥 붙잡았다.      


잠시 후, 삼신할매와 삼신할배는 남아있는 아기 도깨비 열 명을 나무 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깨비들이 살던 마을과 나무집들, 그리고 산처럼 쌓인 도깨비들의 시체들이 불에 타고 있었다.   

   

***      


[다시 소줏집]    

 

“그렇게 해서 남은 도깨비들을 삼신할매 부부가 키우게 되었고, 이를 보고받은 옥황상제님과 석가모니 님이 저를 포함해서 남은 열 명의 아기 도깨비들의 다리를 두 개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도깨비들이 모두 인간처럼 두 개의 다리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지금 이곳의 도깨비들은 모두 그때 생존한 도깨비들의 후손들이랍니다.”  

   

도깨비 이 과장에게 삼신할매의 과거 이야기를 들은 나는 한동안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이 과장도 말하기 괴로운 이야기였는지 앞에 놓여있는 폭탄주를 한 번에 들이켰다.      


“삼신할매 부부는 우리 도깨비들에게는 부모님과 같은 존재이셨습니다. 그 후 긴 세월 동안 저희들을 가르치시고 키워주셔서 우리 도깨비들이 모두 모여 살면서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어찌 보면 이 과장님을 비롯한 모든 도깨비들의 부모님은 삼신할매 때문에 돌아가신 거네요?”      


나는 이 과장을 보면서 말했다. 내가 한 말을 들은 달이 누나는 나와 이 과장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엄밀하게 말하면 저희 도깨비들은 부모님이라는 존재가 당시에는 없었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인간이 사용하던 물건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버려져서, 오랜 세월이 지나면 도깨비가 되거든요. 이준 님이 생각하시는 부모님의 개념은 아닌 거죠.”

“아.. 맞다. 그런 이야기 예전에 들은 적이 있어요. 인간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도깨비가 된다고요. 그럼 지금은요?”

“그 이후로 우리를 키우면서 삼신할매가 우리 도깨비들에게도 아기를 점 지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 이후로 결혼도 하고 아기 도깨비를 낳고 이렇게 가정을 이루고 살게 된 것이죠.”

“아.,,”

“그러니 저희가 어찌 삼신할매를 안 따를 수 있겠습니까? 삼신할매의 명이라면 우리는 모두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답니다.”   

  

이 과장은 비장한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우리는 그 이후 셀 수 없이 많은 소주와 맥주를 먹었다. 잠시 후 소줏집 이모님이 돼지불백을 가지고 나오시면서 말했다.      


“이건 서비스.”

“와. 감사합니다. 이모님,”     


소줏집 이모님이 가지고 나오신 안주를 한 입 먹으면서 달이 누나가 말했다.     

 

“맛있는 안주가 나왔으니 새로 시작해야지? 여기 소주랑 맥주 더 갖다 주세요.”

“와.. 누나 주량 장난 아닌데요? 주량이 어떻게 되시는 거예요?”

“내 주량? 나도 몰라. 취해본 적이 없거든.”

“네? 그럼 지금 하나도 안 취하고 알딸딸하지도 않으신 거예요?”

“응”

“아니 그럼 뭐 하러 돈 아깝게 술을 드시는 거예요? 그냥 맹물 마시지.”

“야. 맹물로는 분위기 안 잡히잖아.”

“분위기는 무슨 분위기예요, 돈 아깝게. 누나는 이제부터 맹물 마셔요.”

“싫어. 오늘 내가 살 거야.”


“그렇다면야 뭐. 이모님!! 여기 소주랑 맥주 한 박스씩 미리 가져다주세요.”     


잠시 후, 혀가 꼬부라진 나는 이 과장을 보면서 말했다.     


“저, 이 과장님, 아까 사용하던 물건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버려져서, 오랜 세월이 지나면 도깨비가 된다고 하셨잖아요.”      


역시 마찬가지로 얼큰해진 이 과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는 꼬부라진 말투로 질문했다.     


“그러면 도깨비가 되기 전에 이 과장님이 뭐였었는지 물어봐도 돼요? 나 그게 너무 궁금해”     


이 과장은 손가락으로 돼지불백을 가리켰다. 나도 검은 손가락으로 돼지불백을 가리키면서 화들짝 놀랬다.      

“이 과장님이 돼지였다고요?”

“돼지가 아니라 이 밑에 깔린 오래된 쟁반이었다니까요. 나도 궁금한 거 있는데”

“네? 말씀하세요.”

“이준 님의 그 검은 왼손에는 특별한 힘이 있나요?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이 과장은 나의 검은 왼손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나는 왼손을 들면서 말했다.    

 

“이 검은손에는 아무 능력 없습니다. 그냥 검은 겁니다.”

“그럴 리 없을 텐데.”

“아이 참, 진짜 아무 능력 없다니까요,”

“그래요? 이상하네요. 나중에 도깨비 도서관에서 검은손에 대한 기록을 좀 찾아봐야겠네.”     


그날 우리는 밤늦게까지 소줏집에서 술을 마셨다.      


***     


다음 날,      


원곡쌩닭집에 출근해서 한참 계란을 문 앞으로 옮기고 있는데 저 멀리서 기다란 막대기를 지팡이처럼 짚고 한 할머니가 들어오셨다. 엄마 장례식 때 조문을 오셨던 할머니였다. 옆에서 같이 계란을 옮기시던 아저씨는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신 할머니를 보더니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소장님, 이른 아침에 어쩐 일이세요?”

“나? 저놈 보러 왔지. 저놈에게 줄 게 하나 있어.”     


할머니는 지팡이로 나를 가리키셨다. 할머니가 들고 있는 긴 지팡이는 박달나무로 만든 것처럼 무척이나 단단해 보였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신 아저씨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준아, 인사드려라. ‘원곡 철물점’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계시는 소장님이시다. 돌아가신 엄마가 가장 믿고 의지하신 분이다.”

“아.. 안녕하세요. 그때 어머님 장례식장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는 나에게 가지고 오신 기다란 지팡이를 들이밀면서 말씀하셨다.     

 

“모든 것은 다 시작과 끝이 있는 거지, 이거 받아, 이거 네 아빠가 사용했던 거야.”

“아. 지팡이를 아버지가 사용하셨다고요?”      

“지팡이 아냐, 이곳 원곡동 최고의 요괴 차사였던 네 아빠가 사용했던 검이지. 칼도 되고 톱도 되고. 뭐.. 네 아빠는 당연히 톱을 더 많이 사용했지‘“


철물점 할머니는 지팡이 끝을 잡더니 검을 잡아서 빼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뺀 검은 한쪽 날은 칼이, 나머지 반대쪽은 톱날이 있는 독특한 양날검이었다. 철물점 할머니는 나에게 칼과 톱으로 동시에 쓸 수 있는 쌍날검을 들려줬다. 나는 검을 받으면서 허리를 굽혀 감사의 표시를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박달나무로 만든 멋진 칼집과 손잡이가 보였다. 나는 칼을 다시 칼집으로 넣었다. 그러자 그 자체만으로는 칼인지 일반 나무 막대기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것은 손잡이까지 완벽한 박달나무 막대기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들고 다닐 때 사람들이 칼이라는 걸 모르지. 그리고 이 박달나무 꽤 단단해. 살짝 돌려서 빼면 검이 나오고, 다 쓴 뒤에는 다시 집어넣으면 돼.”     

“감사합니다,”      


나는 철물점 할머니에게 다시 90도로 인사를 했다.      


“네 아빠가 사용했던 그 검은 태산대왕의 톱으로 만든 태산검(泰山劍)이야,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검에 새겨진 글씨가 너를 도와줄 거야.”


검의 이름인 泰山劍에서 신비한 초록빛이 나오더니 검의 주변을 감돌았다. 나는 얼핏 보면 기다란 지팡이처럼 생긴 박달나무 막대기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아저씨를 보면서 물었다.      


“이놈 훈련기간이 얼마나 남았지?”

“아직 1년 정도 기간이 남았습니다.”

“그래? 연습할 시간이 아직 충분하군, 앞으로 일 년 동안 잘 가르쳐 봐.”     


놀란 나는 아저씨를 보면서 귓속말로 작게 말했다.      


“아버지가 사용하셨던 검을 어떻게 저 할머니께서 가지고 계시는 거죠?”      

“할머님 아니다. 저분은 저기 보이는 원곡동 요괴 교도소와 요괴 차사들을 총괄하시는 소장님이시다.”

“원곡동 요괴 교도소와 요괴 차사들을 관리하시는 소장님이시라고요?”     


내가 깜짝 놀라자 할머님은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교도소 담장을 가리키셨다.   

  

“저 교도소 지하 1층부터 지하 100층까지가 모두 나쁜 요괴와 귀신들을 가두어 놓은 교도소지. 한 달 전에 지하 1층의 요괴 교도소에 폭발사건이 발생해서 일부 요괴들이 인간 세상으로 탈출했는데 차사들이 거의 다 수습했지.“

“원곡동에 있던 교도소 지하가, 요괴와 귀신을 가두어 놓은 교도소라고요?”     


놀란 나는 철물소 할머니를 보면서 말했다. 할머니는 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짓을 한 요괴와 귀신뿐만 아니라, 요괴 및 귀신과 같이 공모해서 인간들을 못살게 굴었거나, 선량한 요괴와 귀신을 괴롭힌 사람들도 우리 원곡동 교도소에 같이 있지.”      


나는 병원에서 보았던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면서, 나의 검은 왼손을 들어 바라보면서 말했다.   

   

“혹시...”

“응? 머? 말해봐.”

“혹시 요괴와 귀신들이 교도소에 갇혀 있는 것을 제가 볼 수 있을까요?”

“우리 요괴 교도소를 보고 싶다고?”

“네, 이곳 원곡동과 반인반요인 저에 대한 모든 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습니다.”     


철물소 할머니는 내 검은 왼손을 바라보신 후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셨다.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서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사무장 들어오라 해.”     


잠시 후, 교도소 제복을 입은 요괴 교도소 사무장이 원곡동 쌩닭집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제복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덩치가 꽤 큰 남자였다.     

 

“부르셨습니까?”     

“탈옥 사고는 잘 수습되었지?”

“네, 거의 수습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탈옥한 요괴들도 거의 잡아들여서 지하 2층으로 가두었습니다.”

“고생했네. 아, 그리고 여기는 이준이라고 원곡 쌩닭집에서 일하는 아이네. 자네가 우리 요괴 교도소에 데려가서 여기저기 잘 구경시켜 줘.”

“알겠습니다,”     


나는 철물소 할머니와 아저씨를 보면서 인사했다. 잠시 후, 나는 차를 타고 [원곡 요괴 교도소] 방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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