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 타워팰리스가 아닌 독산 서초파레스 입니다만...
은행에서 20년 정도 근무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내 나이 또래 혹은 그 이상의 은행원들 중에는 잘 사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 반대로 그 전에 5년 정도 일했던 여의도의 모 금융사의 경우 정재계 자녀분들이 많았다.)
딱 봐도 그분들의 부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이룬 게 아니라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거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또한 젊은 직원들 중에는 초중고를 강남에서 보내고 유학을 갔다 온 소위 '강남 토박이' 들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것도 내색할 수 없는 놀라운 점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안정적인 호봉제로 남들보다 많은 월급을 오랜 기간 받는다는 은행원의 특징이 있겠지만, 막상 은행에 들어와 보면 매년 월급이 아래 사진과 같이 차곡차곡 올라가는 호봉직 직원의 비율이 생각보다 높지는 않다.
H 카드와 H캐피탈에서 Risk 와 빅데이터 분석업무를 5년 정도 하다가 약 20년 전 운 좋게 국내 Local 은행의 경력 호봉직으로 채용된 직후였다.
첫 출근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 옆 팀 직원분이 나에게 어디에 사는지를 물어봤다. 아래의 글에서 이야기했듯이, 문학소년은 독산동 우시장 근처에서 어린 시절과 초중고를 보냈고 결혼 직후에도 그곳에 있는 한 아파트 전세를 살고 있었다. 독산동 한가운데 위치한 그 아파트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서초파레스' 였다.
https://brunch.co.kr/@ksbuem/50
'아, 네. 독산동의 서초 파레스에 살고 있습니다.'
내 발음이 부정확했는지, 듣는 분이 거리가 있어서 잘못 듣고 착각을 했는지 바로 응대를 했다.
'타워 팰리스 사세요? 저도 거기 사는데.'
이 질문에 내가 뭐라고 답변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내 얼굴이 벌게졌고, 물어본 그분도 나의 대답을 듣고 민망해하면서 한동안 서먹서먹했던 기억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와이프와 나는 35년을 살아온 독산동을 벗어나기로 결심했다. (와이프도 독산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이다.) 아래는 그 후 다시 세월이 흘러 서울에 집을 장만하기 위해서 서울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다녔던 , 그분이 잠시 헷갈렸던 타워팰리스가 있는 강남구 도곡동에 대한 문학소년의 아파트 임장기이다.
도곡동과 역삼동의 주요 지하철역에서 서울 주요 핵심 일자리인 강남, 여의도, 광화문, 용산, 판교까지의 소요시간을 한번 확인해 보자. 강남/여의도/판교는 어디든 30분 내에 갈 수 있고 광화문과 용산도 40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
역삼동과 도곡동 임장의 시작은 양재역 (3호선, 신분당선) 4번 출구이다. 아래 지도의 노란색 화살표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아래의 아파트들을 하나하나 체크를 하면 된다.
4번 출구로 나오면 6분 거리에 언주초등학교가 있으며, 언주초 바로 옆에 있는 도곡 쌍용예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는 2015년 리모델링 완료된 아파트이기 때문에 층고가 신축에 비해서 낮지만 이는 면적은 넓힐 수 있어도 층고는 높이기 어려운 리모델링 아파트의 공통적인 단점이다. 바로 옆 1개 동으로 이뤄진 한라비발디는 2016년에 지어졌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다소 넉넉한 신축 아파트이며, 그 옆으로 이어지는 도곡한신/도곡 경남/도곡 현대그린/현대(도곡 현대)는 지하철역이 도보로 좀 멀다는 단점이 있으나 ‘도곡’이라는 지역의 특성상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바로 옆 역삼 우성은 재건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고, 옆 도곡 현대 아이파크 2차와 3차는 2006년과 2007년에 입주한 대형 평형 위주 단지로 주차공간이 무려 2.5대 이상으로 매우 넉넉한 편이다.
이어서 3분 정도 거리인 역삼럭키는 1995년에 지어진 아파트로 용적률이 248%로 높기 때문에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 가능성이 있으며, 재건축이 진행 중인 도곡삼익과 2007년 입주한 도곡 아이파크 1차는 매봉산을 끼고 있어서 공기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바로 세브란스 병원 앞 삼호아파트를 확인한 후, 약 10분 정도를 걸으면 2013년 완공된 초 역세권 아파트인 도곡래미안카운티로 이어진다. 여기는 마감자재가 좋아 층간소음이 적은 편이나 대로변에 위치해서 외부 소음이 좀 있으며, 바로 뒤 유명한 도곡렉슬은 3000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로 층간소음이 있다는 평이 있지만 학원가에 위치한 아이들이 많은 것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구조다.
이어서 중앙 사대부고와 숙명여중/고를 지나 약 10분 정도 걸어가면 도곡역과 매봉역 더블역세권인 도곡동 삼성래미안이 나오며 그 옆에 말이 필요 없는 과거 대한민국 최고의 주상복합이었던 타워팰리스 1차/2차/3차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차와 2차는 용적률 919%과 923%이지만 3차는 791%로 다소 낮은 편이다. 그 옆 대림아크로빌도 용적률 936%의 고급 주상복합이며, 많은 분들이 실거주 만족하며 살면서 인근 개포동 개발이 마무리되면 이 곳 역시 이미 충분히 비싸지만 또다시 추가 상승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이어서 3분 정도 거리에 있는 주택 재건축 추진 중인 도곡동 개포 한신을 지나 양재천변에 위치한 조용한 아파트인 도곡동 개포우성 4차와 5차를 거쳐서 매봉역 (3호선)으로 오면 도곡동 임장을 마무리하게 된다. 바로 인근에는 최고의 공대인 카이스트 도곡 캠퍼스도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는, 말 그대로 교육 특구 1번지인 강남구 도곡동의 위상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고, 결혼 후 몇 년 간 살았던 독산동 그 아파트에 대해서는 사실 큰 감회는 없다. 그리고 위의 도곡동 임장기를 썼다고 해서 내가 현재 그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약 10년도 넘는 오래전 어느 날, 은행의 모 상무님과 함께 도곡동 타워팰리스 근처의 은행 PB센터를 방문했던 그 충격도 이제는 잊힌 지 오래다.
당시 상무님은 도곡동 타워팰리스 인근의 빵집이 정말로 맛있다 하면서 나를 데리고는 그 유명하다는 빵집에서 비싼 빵을 잔뜩 사서 PB센터를 방문했다. 거기서 조용히 하나 까먹은 그때의 빵맛은 놀라웠지만 지금 또다시 먹고 싶은 맛은 아니다.
지금 내 뒤에는 나를 위해서 집에서 정성스럽게 베이글을 만드는 같은 독산동 출신의 와이프가 있으니까. 비록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살면서 그 유명한 빵을 매일 먹지 못하지만 지금의 이 삶도 나쁘지 않다.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