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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Jun 21. 2020

강대리, 웬만하면 와이셔츠 좋은 거 하나 사입지 ?

100년 만에 되찾는 용산구 임장기의 시작 -지하철과 주요 임장루트 소개

졸업 후 나의 첫 직장은 사장포함 직원 3명의 개인회사였고 두 번째 회사는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창업멤버로 내 20대 후반 청춘을 바쳤지만 지분을 내놓고 쫓겨난 벤쳐회사였다.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가장 유사했던 점은 바로 옷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직원 3명의 첫 회사는 반드시 양복을 입고 다녀야 했지만 당시 신입사원인 나에게 꼴랑 월급 100 만원 주면서 좋은 양복까지 사 입으란 이야기는 차마 못하였는지 후줄근한 내 옷에 대해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렇지만 사장이 말을 안 해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법, 당시 나는 최선을 다해서 나의 양복과 와이셔츠를 매일 빳빳하게 다려서 출근하곤 했다.


두 번째 직장인 벤처회사는 아예 양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었다. 3년 내내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출근했고, 어쩌다가 일년에 한 두 번 양복을 입을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벤처회사 구성원 모두 후줄근한 양복들을 입었기 때문에 나의 양복이 두드러지게 못 나 보이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 회사였던 H 카드였다. 벤처가 망하고 여의도에 본사가 있는 H 카드에 들어간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할생각이지만 나의 노력과 천운이 더해져서 경력 정규직 대리로 입사를 하게 되었다. 창업을 하고 청춘을 바쳤던 벤처회사에서 쫒겨나고 정처없이 역삼동을 헤매던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건 당시 H 카드의 본부장님 이셨다. (그렇다, 그 때 그 탕수육 이야기에서 본부장님 이시다.)

https://brunch.co.kr/@ksbuem/118


입사 후 며칠간은 분위기 파악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당시 입사 바로 직전에 대학교와 대학원 강의까지 막 시작한 바람에 더 정신이 없는 하루하루였다. 물론 H사 규정상 겸업은 금지였으나 학기 중간에 그만 둘 수 없었기에 그 학기까지만 하고 더 이상 강의를 하지 않기로 하고 H 카드에 입사를 하였다.


드디어 학기가 끝나고 강의는 종료되었다. 가까스로 숨을 돌리게 된 나는 회사 업무에 집중하였다.


강의가 끝나고 한 달 정도 뒤. 회사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나 혼자였다. 문이 닫히는 찰나, 손이 쑤욱 들어오면서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을 열었다. 벤처가 망하고 역삼동을 정처 없이 떠돌던 나에게 손길을 내밀어 주신 그 본부장님의 손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한 후 엘리베이터 안에서 본부장님은 내 뒤로 스윽 가셨다. 응? 왜 뒤로 가시지?


아무 생각없이 서 있었는데 본부장님이 뒤에서 내 와이셔츠 목 부위를 만지셨다. 나는 깜짝 놀랐다. 혹시 ? 이분이 말로만 듣던 ....그건가 ? 깜짝놀라 뒤를 돌아본 나에게 나직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문학소년, 기분 안 나빴으면 하는데, 와이셔츠는 목과 소매 깃이 헤지거나 올이 나가면 생명을 다 한 거야. 그깟 옷 가지고 남들이 당신을 평가하면 억울하지 않겠어? 월급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이번에는 좀 신경을 써서 와이셔츠 좋은 거 하나 사입어 봐바.


나는 머리를 쎄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약간의 당황과 상당한 수치심과 대단한 고마움이 동시에 머리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비키봐라

네?

나 5층에 회의 있다. 니가 비켜야 내가 내리지.


본부장님은 회의실로 종종걸음으로 사라지시고 엘리베이터 문은 닫히고 있었다. 닫힌 엘리베이터의 문에 후줄근한 차림의 문학소년이 반사되고 있었다.




고민을 하다가 그날 저녁 와이프에게 이야기를 하니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자기가 신경을 쓰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였다. 와이프는 주말에 같이 옷을 사러 가자고 한 후 내일 저녁에 여의도에서 오래간만에 맛있는 밥을 사먹자고 했다. 당시 와이프는 밤낮이 뒤바뀐 학원 강사였고, 회사 근처에는 안 오는 사람이었다.


다음 날 퇴근 후 와이프를 만났는대, 내가 퇴근하기 몇 시간 전부터 회사 앞 카페에 앉아있었다.


왜 일찍 와서 기다렸어? 맞춰서 나오지 않고?


회사 사람들이 얼마나 잘 입고 다니는지 알아야 그 수준을 맞출거 같아서. 근데 정말 다들 잘 입고 다니는구나. 다들 잘 생겼고 옷 잘입고 이쁘고 훤칠하네. 그동안 내가 생각 못해서 미안해. 이태원에 와이셔츠 잘 만들어주는데가 있대. 거기서 와이셔츠 여러 벌 맞추고 양복은 좀 비싸니까 아울렛으로 가 보자. 양복도 내가 알아봐 본 데가 있어.


와이셔츠를 맞춰 입는다고? 너무 비싸지 않을까?


자기 팔이 너무 짧고 목은 두껍고 상체가 길어서 일반 시중의 기성 와이셔츠 입으면 안될 거 같아. 그래서 더 후줄근해 보였는지도 몰라. 딱 맞춰서 입자.


우리는 돌아오는 그 주에 이태원으로 가서 와이셔츠를 여러 벌 맞췄고 아울렛에서 지금 생각해도 쌔끈한 양복 두 벌을 샀다. 맞춤 와이셔츠와 양복 기단을 줄이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일주일 후


이렇게 입혀 놓으니 자기도 인물 나는구나. 다녀와.


나의 새끈한 양복과 와이셔츠를 보고 사실 팀 사람들은 별 말 없었다. 기껏해야 우리 층의 패셔니스타 였던 B 대리가 옷 잘 어울리신다고 한 정도?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본부장님도 별 말이 없었다가 내리시기 직전 내 등을 툭 쳤다.


잘했어 문학소년. 돈 벌어 뭐해. 이런 데 쓰는거지.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본부장님은 다시 종종걸음으로 회의실로 들어가셨다.




H 카드와 H 캐피탈을 5년인가 다니고 S 은행으로 이직한 지 한 달이 지난 후였다. 퇴근 시간이 다가왔는데 와이프에게 갑자기 전화가 왔다.


오늘 나 일이 있어서 종각에 왔는데 시간 되면 같이 퇴근할까? 응 ? 와이프가 종각에 일이 있을 게 있나?  교보문고에 책 사러왔나보네.


무슨일로? 퇴근 후 만난 와이프에게 물어봤다.


이번에 옮긴 은행 사람들 얼마나 옷 잘입고 다니는지 확인하러 왔어.


보니까 어때?


이제는 내가 신경 안 써도 될 거 같아.


아래는 나와 와이프가 와이셔츠를 맞추기 위해 돌아다닌 이태원이 있는 용산구 아파트 임장기이다.




100년 만에 되찾는 미군기지의 힘_용산구 임장기 - 용산구 지하철과 주요 임장루트 소개


용산공원과 남산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용산은 북에서 남으로는 1호선이 서울역에서 남영 > 용산을 지나 노량진으로 이어지고 4호선이 서울역에서 삼각지와 이촌을 지나 한강을 건너 동작으로 관통하고, 북쪽으로는 6호선이, 중앙 아래로는 경의 중앙선이 지나는 교통의 요지이다.


서울 한가운데 위치한 용산은 태원과 한남동 고급 주거지역 /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 관료들의 고급 주거지이었던 이촌동 지역 / 100년 만에 되찾은 세계적인 크기의 용산공원 지역 / 한 때 좌초되었지만 다시 추진중인 용산역개발사업군 지역 /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효과를 입을 후광지역의 5곳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래 지하철 표와 같이 판교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모두 30분 내로 갈 수 있다는 직주근접, 그리고 한강변과 용산공원의 배산임수 지역이라는 점이다. 오늘부터 이제 상기 5가지 루트를 살펴보도록 하자.  


물론 상기 이외에도 전자상가 재생사업, 효창공원일대개발, 유엔사/수송부/캠프킴 대지 개발, 한남뉴타운도 중요한 용산 개발 관련 아이템이지만, 평범한 우리가 지급 눈여겨 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 그냥 이런 곳이 있다 정도만 체크하고 이번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용산 임장루트 1] 이태원과 한남동 고급 주거지역


누군가에게 용산은 유흥지역 이태원이 대부분으로 인식될 수 있는데, 이 이태원 일대는 한남동으로 불리는 고급 주거지역을 같이 끼고 있다. 이 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대한민국 최고의 재개발지구라 불리는 한남뉴타운을 볼 수 있는데 처음이라면 그냥 지나치고, 혹시 관심이 있다면 다음에 별도의 시간을 가지고 다시 방문하자, 지분의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고 우리와 같은 일반 사람들은 지금 한남뉴타운을 구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마 못 살 것이다.)


이태원 지역은 6호선 녹사평역(용산구청)에서 시작하는데 먼저 남산을 집 앞 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는 고즈넉하고 사악한 가격의 아파트인 남산대림 쪽으로 가보도록 하자. 용적율이 106%인 이 아파트는 남산 바로 밑이라 재건축 시 층수 제한이 있다. 대중교통 이용이 약간 불편하지만 꾸준하게 가격이 올라가는 아파트이다. 바로 옆에 위치한 이태원 주공은 남산대림 바로 옆 아파트로 재건축 추진 중이나 단지가 130세대로 작다는 게 큰 단점이다. 그러나 평수가 단일평형 이라서 재건축 진행이 의외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이제 이태원역  6호선 쪽으로 와서 버스를 타고 나인원 한남으로 이동해 보자. (천천히 걸어와도 된다.) 이 곳은 길 건너 예전 단국대학교 부지 위에 지어진 한남 더 힐과 바로 앞 유엔빌리지와 더불어 용산을 포함한 대한민국 최고의 부촌 지역이다. 그나저나 단국대는 왜 이 금싸라기, 아니 이 엄청난 다이아몬드 땅을 왜 팔았는지 의문이다, 이곳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 유엔빌리지에 살 수 있다면 재한민국 Top 1% 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곳에서 10분 정도  가면 나오는 한남 시범 아파트는 1970년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로 입지만 남아있는 재건축 추진 중인 아파트이며, 여기에서 25분 정도 걸어가면 한강진역 6호선이, 혹은 1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옥수역-3호선으로 가서 용산의 첫 번째 임장을 마치게 된다.




예전에 TVN 에서 한 '미생' 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첫 화에서 후줄근한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나는 그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와  ~ 미생의 장그래는 비율이라도 좋았지. 당시 얼굴 크고 팔 짧고 목 두껍고 통통했던 내가 후줄근한 양복 입고 다녔으니 볼만 했겠구나.


H 카드 분들. 그 때 눈 고생시켜 드려서 미안해요.

문학소년은 지금 잘 입고 다닌답니다. 지금 만나면 눈 아플 일 없으실 거에요. 다들 건강하세요.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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