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대치동 임장기] 깔고 앉아 있는 우리 집값이 달라졌겠지
나의 어린 독산동 시절의 기억 한 켠에는 집 옆에 자리 잡고 있었던 우시장이 있다. 그렇다, 그때는 현재와 같은 걸어 놓은 고기만 파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는 그 도축 시장이었다.
아침마다 큰 트럭이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 있는 소를 실어 날랐고, 수업을 마친 후 오락실마저도 갈 수가 없었던 나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같이 우시장 근처로 놀러 가면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감한 소들의 비명소리와 바닥에는 시뻘건 피들이 넘실넘실 한강을 이루고 있었다. 사실 넘실거리지 않았을 수 있다. 그렇지만 당시 조그마했던 초등학생의 기억 속에는 그 새빨간 피와 고기 덩어리들이 얼마나 층격으로 다가왔겠는가?
당시 친한 친구 중에는 그곳 우시장에서 도축과 정육을 매우 크게 하던 집 아들이 있었다. 매일 점심시간마다 김치로 가득한 나의 도시락통과 너무나 비교되게, 그 친구의 도시락 통에는 항상 고기가 넘쳐났다. 세상에, 제삿날에만 볼 수 있던 그 귀한 소고기에 계란물을 입혀서 부침개처럼 도시락 반찬이라니, 나중에 시간이 한참 흐른 후 그것이 육전이라고 불리던 음식임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 곁은 항상 고기 한 점 얻어먹으려던 애들이 넘쳐났고, 나도 그 무리 중 한 명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당시 내 기준으로는 그 친구는 금수저 중의 금수저였다. 그 귀한 소고기 반찬이라니..
세월이 흘러서 나는 아파트에 관심을 가지는 재테크인이 되어 있었고, 당시 내가 가장 관심이 있던 지역 중의 하나는 바로 강남구 대치동이었다. 비싼 가격 때문에 사지는 못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독산동과 대체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아래는 이런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대치동 임장기이다.
도곡역 (3호선/분당선)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눈앞에 대치동 개포우성 2차 > 대치 선경 1차, 2차 > 한보미도맨션 1,2차 아파트가 차례로 보이는데 여기가 바로 뒤에서 다시 살펴볼 대치동의 중심 '우선미'라 불리는 유명한 아파트다.
도곡역의 우성에서 시작해서 대치역, 학여울역의 대치 미도 2차까지 이어지는데 여기부터 시작해서 위쪽의 은마아파트까지가 대치동 학원가다.
혹시 주말에 와 봤다면 학생들이 길거리에 매우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텐데 모두 다 대치동에 있는 학원으로 오메가는 아이들이다. 뒤로는 양재천 / 앞에는 유명한 대치동 학원가로 소위 말하는 유해환경은 하나도 없으며 교육열이 높은 맹모들이 모이는 가장 큰 이유다, 우선미 아파트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매우 조용하고 양재천 산책로도 좋아 보일 것이다. 정말 돈만 있으면 하나 사고 싶은데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고 대한민국 상위 1% 교육환경이기에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선미에서 나가서 은마아파트 쪽으로 걸어가자.
한보 은마(은마아파트)는 TV 뉴스로 수없이 나오는 1979년에 지어진 아파트다. 엄청 낡아 보이지만 올수리 한 집은 막상 들어가 보면 괜찮다, 여기서 학원가와 함께 눈여겨봐야 하는 부분은 바로 은마 상가다. 은마 상가는 강남 아파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며 전국 아파트 상가 중에서 활성화가 되어 있는 상가 중 하나이다.
상가 안에는 백의민족이라는 떡집이 매우 유명하고 멸치 베이스에 담백해서 인기가 있는 산월 수제비도 맛있다. 은마는 낡은 외관에 비해서 생각보다 실거주 만족도가 그렇게 낮지만은 않다. 대치역과 학여울역을 양쪽에 끼고 있는 역세권에, 강남 대치동에 재건축만 되면 날아갈 게 부동산 초보자의 눈에도 보일 것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승인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재건축 승인이 나는 순간 일대 강남 및 대치동 부동산은 들썩일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상가가 이렇게 활성화가 되어 있어서 실제 재건축 시에는 어려운 점이 의외로 많을 것으로 보이지만 역시 가 봐야 한다.
대치동 학원가 정중앙에 위치해 있는 대치현대는 용적률이 이미 342%이기 때문에 재건축은 힘들 것이고 뉴스에서 많이 들어 본 삼성동 GBC 개발 수혜도 있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완료되면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탄 쪽으로 조금만 더 가보면 대치래미안 하이스턴이 나오는데, 아파트 이름부터가 '하이스턴' 참 대치동답다는 생각이 든다. 2014년에 입주한 하이스턴은 대치동 학원가 근접 아파트 중 최신 아파트로 위로 올라가면 그 유명한 삼성역이 나온다. 삼성역으로 가는 길에는 휘문고등학교를 지날 수 있고 삼성역에는 우주 최강 해장국집인 중앙해장국을 맛볼 수 있다.
은마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대치동 선경 3차는 리모델링 중이다, 단일평형 1동 아파트라서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결국 리모델링이 되고 있다. 이게 바로 강남구 대치동의 힘이다. 물론 여기가 리모델링된다고 해서 아파트 자체가 천지개벽하지 않겠지만 바로 옆 대치 SK뷰로 가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대치 SK뷰는 2017년 입주한 신축 아파트이나 세대수가 적어서 Community 시설에는 한계가 있다. 주차장도 꽤 넓고 주차장에 각 세대별로 지하 개인 창고를 주는데, 그 크기가 은근히 넓다. 사실 방금 본 대치 선경 3차가 아무리 리모델링이 잘 되어도 여기를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다.
바로 옆 노빌리티 빌리지는 대치역과 한티역 모두 이용 가능한 더블역세권의 고급 아파트로 가구수가 14가구밖에 안 되지만, 상당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여기는 그냥 외관만 한번 보고 이 뒤 대치삼성 1~3차로 건너뛰자, 대치삼성 1차 ~ 3차는 사실상 하나의 단지와도 같다. 2차는 대형 평수 위주지만 3단지 모두 리모델링 가능성이 있다. 대치동 학원가 최근접에 평지에 초역세권 등을 감안하면 리모델링 후 그 가치는 바로 옆 그 유명한 래대펠이라 불리는 래미안 대치 팰리스와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분 거리에 위치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 1-2단지는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우며 코엑스 및 각종 편의시설도 인근에 위치해 있는 2015년도 입주한 신축 아파트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조경도 매우 훌륭하며, 방금 본 대치삼성 1~3차 리모델링이 되면 래대펠처럼 변모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래대펠에서 한티역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대치 동부 센트레빌은 103동 쪽은 한티역 역세권이고 101동은 도곡역 역세권일 뿐 아니라, 지하철이 아파트와 연결되어 있어서 편리하게 이용 가능하다. 대치 아이파크 역시 도곡역 역세권으로 3호선과 분당선의 더블 이용이 가능하며, 선호하는 직장인들이 매우 많다. 마지막으로 대치롯데캐슬리베는 단일평형으로 이루어져 입주민들끼리 협의가 잘 되는 편이다. 한티역 (분당선)에 도착하면 대치동 임장이 끝난다.
이곳 대치동은 사실 도곡역에서 나오는 순간 솔직히 분위기가 달라서 기가 죽을 수 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나는 나의 유년시절 우시장이 생각났다. 이 곳 대치동 애들은 공부하고 학원 다니느라 바쁜 게 눈에 보이니, 나의 유년 시절과 비교가 되는 건 사실이니까.
내가 만약 독산동 우시장 옆이 아닌 대치동 학원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아이 인생에 있어서 뭐가 맞을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공부하기 싫어했던 아이였으니 지금의 직업에서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내가 쓰던 이 글을 본 와이프가 한 마디 하네..
"깔고 앉아 있는 우리 집값이 달라졌겠지."
브런치 독자분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던 [자네는 딱 노력하는 만큼 받을 팔자야] 브런치 북이, 2022년 브런치북 프로젝트 특별상을 받아서, 글라이더 출판사에서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구석구석 발품 팔아 누볐던 서울 아파트 상세정보와, 부동산 재테크와 관련한 핵심 정보들을 추가하였습니다.
자네는 딱 노력한 만큼 받을 팔자야 | 문학소년 - 교보문고 (kyobobook.co.kr)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8494351
▞ 책 속으로
부모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20대와 막 결혼한 30대 신혼부부가 부동산 재테크를 시작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정이 있는 무주택자라면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집 하나 가지고 있지만 남들 오를 때 같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똘똘한 1주택으로 갈아타고, 성공적인 부동산 재테크를 할 수 있을까? 지금은 지방에 살지만 언젠가는 서울 핵심 아파트를 장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 6쪽
강남은 지하철과 버스노선이 구석구석 거미줄처럼 연결된 차 없이 다니기 좋은 교통의 요지다. 강남구 임장을 할 때는 강남의 주요 동 들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자녀 교육 때문에 강남을 선택한 학부모들에게 아이가 안전하고 빠르게 대치동 학원가를 걸어서 혹은 학원버스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강남구 아래쪽에 위치한 개포동을 기준으로 위로는 도곡동과 대치동이, 그 위로 역삼동과 삼성동, 그 위로 논현동과 신사동,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강에 맞닿아 있는 압구정동과 청담동이 있다. 촘촘한 지하철과 왼쪽 경부고속도로, 오른쪽에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개발 예정인 영동대로 라인까지 사방팔방 빈틈없이 교통망과 개발 호재로 채워져 있는 곳, 이곳이 바로 강남이다.
- 12쪽
점쟁이의 말에 와이프는 소스라치게 놀랐지만 침착하게 다시 물어봤다.
“아까 하나가 부족하다 하셨는데 그게 뭔가요?”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 도와줄 팔자야.”
“그런데 누구나 다 노력해야 잘 사는 거 아닌가요?”
“부모 복이 없다고. 심지어 형제자매 복도 없어. 부모가 날개를 달아줬으면 날아올랐는데 날개를 안 달아줬어. 그리고 자네도 마찬가지야.”
“저도요?”
“어. 자네도 아무도 안 도와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해.”
와이프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럼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래도 노력하면 돼. 남편은 딱 노력하는 것만큼 받을 팔자야.”
“무슨 팔자가 이런가요? 딱 노력하는 것만큼만 받을 수 있다니요.” 와이프는 한숨을 쉬었다.
“무슨 팔자가 이러냐니! 세상에 노력을 죽도록 해도 뜻대로 안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 33쪽
(기초 2) 재테크와 부동산 공부는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가격이 주춤한 지금, 우리는 더 우울해졌다. 지금 살고 있는 집 가격은 떨어졌고, 가고 싶은 아파트는 천정부지로 올라버렸고, 심지어 아직 전세나 월세로 사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다. 보유 중인 자산으로는 ‘영끌’을 해도 강남은 커녕 서울 주요 신축 아파트는 꿈도 못 꾸는데 시간 내서 공부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나 이는 ‘지금 돈이 없는데 재테크 공부를 당장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지금 돈이 없다고 공부를 하지 않고, 돈이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는 게 맞을까?
재테크 공부는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하는 공부지 돈을 모은 후에 하는 공부가 아니다. 부동산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 공부는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해서 하는 공부다. 좋지 않은 부동산을 어쩌다 매입 후 그때서야 부동산 공부를 시작하는 건 쓸모없는 짓이다.
- 256쪽
(1)2023년 하반기 청약 트렌드와 전망
왜 규제를 다시 풀어주는 걸까? 정부는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로 인한 건설회사의 줄도산도 원하지 않는다. 말로는 시장원리에 따른다고 하지만, 정작 대형 건설사가 미분양으로 인해서 도산의 위기에 처한다면 정부는 그 건설사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미분양 주택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주택자가 아닌,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이 지갑을 열어서 미분양 아파트를 사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에 재미를 봤던 유주택자와 다주택자들은 미분양 아파트도 잘만 고르면 시간이 흘러 알짜배기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 무주택자뿐이다.
- 264~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