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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24. 2024

#24 태고의 요괴들

[소설] 원곡동 쌩닭집-24화-전래동화 나라 ⑤태고의 요괴들

배에서 내린 아이들은 개울가로 향했다. 물살이 좀 깊어 보이는 개울가는 다리가 없었다. 개울가 옆에는 표지판으로 [북두칠성이 된 일곱 형제]라고 쓰여 있었다. 해 아저씨는 아이들을 향해 크게 이야기했다.   

   

“세상에. 다리가 또 없어요! 우리 모두 칠성신(七星神)이신 북두칠성 일곱 형제님에게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해 볼까요? 다 같이 외쳐봐요.”  

   

- 북두칠성님! 다리 좀 놓아주세요! 다음 나라로 가야 하는데 다리가 없어요!    

 

아이들은 해 아저씨를 따라서 크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일곱 명의 남자들이 각기 커다란 돌을 들고 나와서 건너갈 수 있게 징검다리를 놓아주었다.      


“아저씨들.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일곱 형제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징검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우리가 다리를 건너가자 일곱 명의 아저씨들은 환하게 빛이 나더니 하늘로 폭죽처럼 올라갔다. 그리고는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북두칠성 모양의 별이 되었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어느덧 우리의 눈앞에는 커다란 서커스장이 보였다. 나는 서커스 월드 지도를 펼쳐봤다.   

           

“누나, 저는 이 앞에서 기다릴게요.”

“안 들어가게? 여기 요술쇼 진짜 볼만 한데. 진짜 귀신과 요괴들이 쇼를 하거든.”

“저는 다음에 다시 와서 그때 볼게요.”

“그래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애들이랑 같이 보고 올게. ”

“네, 고생하세요. ”     


달이 누나는 아이들을 따라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흥겨운 서커스 음악이 내가 앉아 있는 곳까지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나는 이내 잠이 들었다.    

  

***     


뿜빰뿜빰~~~     


어느덧 서커스가 모두 끝나고 흥겨운 음악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눈을 뜨니 달이누나가 깜짝 놀란 눈으로 벤치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준이 너 진짜 피곤해 보인다.”     

“혹시 두 분 지금 피곤하면 혼자 아이들 데리고 갈게요. 두 분은 퍼레이드 장소로 천천히 오세요.”    

 

여전히 지치지 않아 보이는 해태 아저씨가 즐거운 표정으로 깃발을 들고 앞장서서 걸어가면서 나와 달이 누나를 보면서 말했다.      


“앗, 감사합니다. 아저씨.”     

“여러분, 이제 마지막으로 원곡동에 살고 있는 무서운 귀신과 요괴들을 동굴에서 만날 시간이에요! 우리 모두 무사히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재잘거리면서 해태 아저씨를 따라서 동굴로 향했다. 나는 달이 누나를 보면서 말했다.     


“몰랐는데 여기서 일하시는 귀신과 요괴 분들은 다 원곡동 인근에서 사시는 분들이더라고요. 아침에 이곳으로 출근해서 일을 하고 끝나면 다들 집으로 퇴근하시더라고요. 처음 봤을 때는 인형 탈을 쓰고 일하시는 건 줄 알았지 뭐예요.”    


“맞아. 원래 귀신과 요괴들은 인간들을 괴롭히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었는데, 이곳을 만든 후에 요괴와 귀신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게 되었어. 처음에는 다들 적응을 못하고 어리숙 했는데 지금은 다들 즐겁게 일하면서 이 곳 원곡동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지,”     

“아..”     

“삼신할매가 먼 옛날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의 한을 가슴에 묻은 후, 도깨비들을 이끌고 교육시키고 한 것처럼, 석가모니님과 지옥의 시왕님들이 귀신과 요괴들을 교육시키고 이끌어 주셨지. 특히...”     


달이 누나는 나를 바라봤다.      


“특히, 요괴의 왕이었던 너희 엄마가 많은 희생을 하셨지.”     


나는 달이 누나와 함께 퍼레이드를 하는 장소로 걸어가면서 손 안의 지도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전래동화 귀신과 요괴의 집, 그리고 귀신과 요괴 퍼레이드 쇼 안내가 있었다.     

 

***     


같은 시각,     


검은 버버리를 걸치고 전래동화 월드로 들어온 마왕은 놀이동산 입구에 놓인 ‘전래동화 월드 상세 설명서’를 집어 들고 찬찬히 들여다본 후 혼잣말을 했다.

 

“세상 친절하게 약도까지 적어 놓았군.”     


마왕은 상세 설명서를 휴지통에 버리고는 태고의 어둠이 태어난 [귀신과 요괴의 집]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잠시 후,


마왕은 해태아저씨와 12 지신 아이들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은 주변의 모든 기운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검은 동굴을 말없이 한동안 바라보더니 왼손을 들어 바라보았다. 마왕의 눈에 보이는 자신의 왼손도 주변의 암흑을 빨아들이는 검은색이었다. 마왕의 왼손에서 나온 검은빛은 땅바닥을 비추었다. 마왕은 땅을 가리키면서 중저음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귀신과 요괴들의 영원한 왕이 명하노니, 일어나거라.”     


그 순간 마왕의 손에서 나오는 검은빛이 비치는 바닥에서 세 명의 귀신과 요괴의 그림자들이 손을 내밀고 땅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모두 올라오자 마왕은 검은손으로 동굴 안을 가리켰다. 마왕이 불러낸 귀신과 요괴의 그림자들은 해태 아저씨와 아이들의 뒤를 따라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마왕은 자신이 만든 그림자를 따라서 [귀신과 요괴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로 들어간 검은 그림자들은 동굴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일을 하던 요괴와 귀신 아르바이트생 3명을 덮쳤다. 요괴와 귀신들은 동굴 바닥으로 쓰러지더니 그들의 입에서 커다란 검은 진액들이 나와서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들은 고통스러운지 신음소리를 내면서 기괴한 동작을 하기 시작했다.     


***     


잠시 후 퍼레이드 장소에 도착하니 갑자기 분주하게 우리 앞으로 무전기를 든 귀신들과 요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거기 거기. 그쪽으로 퍼레이드 차가 지나가니까. 바닥 전선 좀 잘 치워줘.”

“오케이. ”   

  

빰빰빰빰 빠빠빠빠빠~~     


잠시 후 휘황찬란한 차들이 이곳 전래동화 월드에서 근무하는 모든 귀신들과 요괴, 도깨비. 동물들을 태우고 퍼레이드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퍼레이드차를 타고 방망이를 들고 휘두르는 도깨비 이 과장과 그 옆에 서 있는 거대한 아들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이 과장도 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런데 해태 아저씨랑 애들이 좀 늦네요? 저 안이 그렇게 재미있나?”     


음악이 갑자기 끊기더니 건물과 퍼레이드 차들의 불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정전인가?”     


으아아앙...     


저 뒤에서 아이들이 울면서 뛰어오더니 우리 앞으로 모였다. 12 지신 아이들이었다. 모두들 두려움에 덜덜덜 떨고 있었다. 내 앞에 누군가가 털썩 쓰러졌다. 아이들을 데리고 귀신과 요괴동굴로 들어간 해 아저씨였다. 아저씨의 온몸은 피투성이였다.      


“아저씨? 무슨 일이에요?”     

“정전이 된 동굴 안에서 아이 두 명이 길을 잃고 못 나오고 있네. ”

“그곳 안에 있는 직원들은요? 비상발전기를 돌려서 불을 켜면 되는 거 아닌가요?”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듯하네. 동굴 안에서 일하던 우리 직원인 일부 요괴들이... 무슨 이유인지 예전의 태곳적 모습으로 돌아갔네. ”     


해 아저씨의 말을 들은 누나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달이 누나는 아저씨에게 물었다.    

  

“일부 직원분들이 동굴 안에서 태곳적 모습으로 돌아간 게 확실한가요?”     


아저씨는 달이누나의 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퍼레이드 현장에서 일을 하던 직원들인 귀신들과 요괴들이 웅성웅성 동요하기 시작했다.      


“동굴 안에서 일하던 애들이 태곳적 모습으로 돌아갔대.”

“진짜?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도 갑자기 변할 수 있는 건가?”

“나는 싫은데, 지금이 더 좋은데, 그때 모습으로 돌아가기 싫어. 무서워.”

    

해태 아저씨는 나를 보면서 말했다.     


“동굴 안의 우리 직원들과 12지신 아이 둘이 지금 위험하네. 내가 간신히 대부분의 아이들을 동굴 밖으로 피신시켰는데 아이 두 명을 미처 못 데리고 나왔어. 미안하네....”     


해태 아저씨의 손에는 아이가 입고 있던 노란 원피스 조각이 들려 있었다. 원피스는 시뻘건 피가 묻어 있었다.


“상황이 안 좋을 거 같네. 아이들을 먼저 내보내고 내가 대신에 안에 갇혔어야 하는데, 내가.. 면목이 없네.”


해 아저씨는 의식을 잃으시고 다시 쓰러지셨다. 나는 태산검을 집어 들고 달이누나를 바라봤다.    


“누나, 제가 가볼게요.”     


달이 누나는 내 눈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     


도깨비 이 과장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안됩니다. 그 안은 칠흑같이 어두울 겁니다. 어둠 속에서 제가 검을 휘두르면 오히려 다치실 수도 있고, 우선은 사람이 많은 이곳에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도록 이곳을 잘 지켜주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이 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귀신과 요괴의 집] 쪽으로 뛰어갔다.     



***     


[귀신과 요괴의 집] 앞에는 들어가는 입구와 바로 옆에는 나오는 출구가 보였다.  출구 쪽으로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옷깃을 잡아끌면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출구가 아닌 입구로 가야 합니다. ”

“이 과장님?”     


이 과장이 도깨비감투를 벗으면서 숨을 헐떡거리면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감투를 쓰고 저를 쫓아오신 거예요?”

“아휴. 보기와 달리 겁나 빠르시네. 네. 일단 숨 좀 돌리고요. 흐흡 후~ 흐읍 후 ~”     


도깨비 이과장의 왼손에는 방금 막 벗은 도깨비감투를, 오른손에는 작은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나무로 만든 오래된 육모방망이였는데 검붉은 색에 꽤나 단단해 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 ) 육모방망이


“감투는 전에 본 거고, 이 방망이는 뭔데요?”

“하나밖에 없는 진품 도깨비방망이죠. 이게 작아도 엄청납니다. 딱 3대만 맞으면 웬만한 건 다 잡을 수 있지요. 아.. 출구로 가면 안돼요. 이 안은 엄청 복잡한 미로거든요. 출구로 들어갔다가는 헤매실 수 있어요.” 


이 과장의 눈을 보니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좋아요. 대신에 제 뒤로만 따라오세요.”

“알겠습니다. ”     


우리는 동굴 입구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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