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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25. 2024

#25 마왕의 웃음소리

[소설] 원곡동 쌩닭집-25화-전래동화 나라 ⑥합동공격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의 입구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불이 나가니 정말 어두운데요? ”     


뒤를 돌아보니 시커먼 동굴 안에서 도깨비 이과장의 이마에 달린 작은 뿔이 야광처럼 하얗게 빛이 나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그 하얀색 뿔은 처음 봐요. 덕분에 여기가 좀 환하게 보이는 거 같아요.”

“아. 우리 도깨비들은 심장이 빨리 뛰면 뿔이 하얀색이 됩니다. 지금 무서워서 심장이 빨리 뛰는 건 아니고요. 핸드폰 좀 꺼내보세요. 어두워서 잘 안 보여요.”     

“잠시만요. ”     


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의 빛이 동굴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앞장서세요.”     


이 과장이 내 뒤에서 방망이로 등을 쿡쿡 치면서 말했다. 나는 왼손의 핸드폰으로 빛을 비추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     


쉬이이익..     


핸드폰으로 앞을 비추면서 천천히 걸어가는데 음산한 소리와 함께 바람이 불고, 옆에서 누군가 튀어나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의 빛을 그들에게 향했다.      


“앗 눈부셔! 그 불 좀 치워주실래요?”     


내 앞에서 갑자기 커다란 요괴탈을 쓴 네 명이 나타나더니 눈을 가리면서 말했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눈박이 요괴 직원들이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물었다.      


“죄송해요. 12 지신 아이들 혹시 못 보셨어요?”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만 봤습니다. ”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가지 마시고 저희가 들어온 입구 방향으로 나가시면 돼요.”    

 

요괴탈을 쓴 직원들은 입구 방향으로 뛰어나갔다. 우리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 과장님, 여기는 인공적으로 만든 곳이 아니라 진짜 동굴 같아요. ”

“맞아요. 여기는 진짜 동굴이에요. ”     


나는 왼손으로 동굴 안 전체를 천천히 비추었다. 저 멀리 바리케이드를 쳐 놓은 또 다른 커다란 동굴로 향하는 입구가 보였다.  굳게 닫힌 바리케이드는 아무도 연 적이 없어 보였다. 나는 그 입구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저기는 어딘지 아세요?”

“소문에 의하면 저곳에서 태고의 어둠인 마고할망이 태어났다고 하더라고요.”

“태고의 어둠인 마고할망이요?”

“뭐... 소문이니까..”     


***     


“잠깐, 저 앞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거 같아요.”     


우리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저 멀리 동굴 안에 있는 공터 같은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공터 쪽으로 뛰어갔다. 12지신 아이 두 명의 모습이 멀리 보이기 시작했다.     


“아저씨. 저 앞에서 무서운 괴물들이 우리가 못 나가게 막고 있었어요.”     


우리를 본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이제 괜찮아. 아저씨가 가서 혼내주고 올게. 그런데 혹시 괴물이 몇 마리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니?”     

“3마리였어요, 동물 같았어요. 무서웠어요.”


“그래 알았어. 여기 도깨비 아저씨랑 같이 잠시만 기다릴래? 이과장님, 여기서 아이들을 지켜주실 수 있으시죠?”     


이 과장은 육모 방망이를 꺼내든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앞으로 걸어갔다.    

 

***


크아아악    

 

한참을 걸어간 내 앞으로 요괴 세 마리가 나타나서 괴성을 지르면서 나를 둘러쌌다. 그들의 얼굴은 놀이동산에서 일하는 요괴들과 같은 귀여운 탈을 쓴 형태가 아닌, 흉측하게 변한 몰골의 요괴들이었다. 얼핏 보기에 닭, 개, 멧돼지와 비슷한 형상이었는데 모두 거대하고 날카로운 송곳니 6개가 입 밖으로 위아래로 나와 있었다. 괴성을 내뱉는 그들의 입에서는 찐득찐득한 검은 진액들이 나와서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것들의 온몸에서 뜨거운 수증기 같은 게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더욱더 흉측한 소리를 내면서 네 발로 주변을 기어 다니면서 나를 위협했다.


크아아악..     


태산검으로 달려드는 요괴의 다리를 베었다. 같은 방법으로 목을 치면 이곳의 모든 요괴들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멈추고 생각했다.      


‘아니야. 아무리 지금 저렇게 되었다 해도, 저들을 다시 선량한 요괴들로 되돌릴 방법이 있을 거야. 칼을 빼지 않은 채 칼집만을 이용해서 우선은 기절시키자,’   

  

나는 그중에서 덩치가 작은 개와 멧돼지 두 요괴를 먼저 기절시키고 난 후, 나머지 한 마리를 상대했다. 닭 모양의 요괴는 마치 철로 만든 것 가티 날카롭고 커다란 날개를 펼쳐서 나를 위협했다. 날카로운 날개와 발톱, 부리를 이용해서 계속해서 공격하는데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아무래도 이놈에게는 칼을 써서 목을 쳐야 하나.’     


나는 칼집에서 칼을 빼 들었다. 그 순간이었다.    

  

딱! 딱! 딱!     


어디선가 딱!! 하는 소리가 세 번 나더니 날개를 펼치고 맹렬하게 공격하던 거대한 닭머리를 한 요괴가 정신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놈이 쓰러지면서 내는 쿵 하는 소리가 동굴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쓰러진 요괴의 거대한 머리 옆에서 도깨비 감투를 벗은 이 과장이 나타났다.      


“이것들이 감히! 도깨비방망이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지. 어쭈? 애는 뭐여. 닭인가? 날개도 있네? 날지도 못하는 게 꼴에 새라고 말이야.”

     

이 과장은 어깨에 메고 있는 작은 가방에서 볏짚으로 만든 밧줄을 꺼내더니 요괴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손발을 묶기 시작했다.      

“아니.. 그 이 과장님 가방에서 온갖 게 다 나오는데요?”

“이 가방이 보기보다 큽니다. 삼신할매의 초가집 빼고는 다 들어갑니다.”     


잠시 후, 나와 이 과장은 각각 아이를 업고 [귀신과 요괴의 집] 출구로 나왔다. 우리가 나가니 구급차가 와 있었고, 특공대처럼 무장을 한 사람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아이들을 구급차 침대에 눕혔다. 잠시 후, 응급차는 아이들을 태우고 병원으로 향했다.      


***     


잠시 후 달이 누나와 보육원 원장님이 왔다. 달이누나가 나를 보면서 말했다.      


“잘할 줄 알았어. 그런데 안에서 요괴들 셋의 머리를 안 자르고 다 기절만 시켰던데. 일부러 안 죽인 거지?”     

“네, 아무리 태곳적 모습으로 돌아갔어도, 이곳 직원들이잖아요. 다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다 이곳 원곡동의 귀중한 구성원 분들 이니까요.”     


달이 누나는 내 눈을 바라봤다.      



우리는 전래동화월드를 나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놀이동산의 바닥에는 입장할 때 나눠주는 ‘전래동화 월드 상세 설명서’ 전단지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     


준이가 태곳적 요괴들과 홀로 싸우던 같은 시각, 마왕은 자신이 만든 요괴들이 싸우는 것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마왕 옆으로 바람소리가 쉬이익 나더니 누군가 후다다닥 자신의 옆을 뛰어가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저 멀리서 이 과장이 도깨비감투를 벗고 모습을 드러내자 마왕이 혼잣말을 했다.     

 

“삼신할매와 도깨비까지 이곳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군,”     


마왕은 자신의 검은 왼손을 들어 도깨비 이과장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마왕의 손에서 쏟아져 나오는 검은빛이 이과장을 강타하려는 찰나, 마왕의 눈에는 이준의 검은 왼손이 들어왔다.


놀란 마왕은 자신의 왼손을 들어서 바라봤다. 이준의 왼손은 자신의 왼손과 똑같은, 심연을 빨아들이는 검은색이었다. 마왕은 무언가 알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준과 이 과장을 공격하지 않고 웜홀을 만들어 내더니 안으로 사라지면서 혼잣말을 했다.  


“마왕의 피와 요괴 왕의 피를 모두 이어받은 반귀반요(半鬼半妖) 아들이라..”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


저 멀리서 마왕이 크게 웃는 웃음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검은 웜홀도 사라졌다.  [전래동화 월드] 가이드북 지도와 전단지가 공원에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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