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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Aug 26. 2024

#30 마왕의 막내딸

[소설] 원곡동 쌩닭집-30화-그림자들 ① 마왕의 딸

신화그룹의 회장이자 마왕이 탄 검은 롤스로이스는 서울과 경기도 경계선에 있는, 경계가 삼엄한 요양병원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권총을 지니고 있는 검은 양복과 검은 선글라스를 쓴 경호원들이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굳건하게 닫힌 문이 덜컹 소리를 내면서 열렸고, 검은 롤스로이스는 요양원 안으로 소리 없이 들어가 병원 건물 바로 앞에 위치한 VIP 주차구역에 주차했다.  



롤스로이스에서 내린 마왕의 눈에 ‘VIP Restricted’라고 쓰인 표지판이 들어왔다. 마왕은 요양원의 가장 꼭대기층에 있는 VIP 병실의 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자신의 비서실장을 보면서 말했다.     


“이 안에는 나만 들어갈 것이네.”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문을 닫고 나갔다. 마왕의 눈에는 창가에서 가장 먼 곳 구석에 위치해 있는 침대가 들어왔다. 햇살 하나 비치지 않는 커다란 검은 침대에는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미동도 없이 누워있었다.


그 여성은 테곳적 시절, 삼신의 아이를 죽이고 그 머리를 삼킨 붉은 도깨비, 두억시니였다.


마왕은 한 때 자신의 왼팔이었던 두억시니 옆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침대 옆으로 걸어가더니 덮고 있는 이불을 걷었다.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두억시니를 향해 검은 왼손에서 나오는 검은 빛을 비추면서 차갑고 서늘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우리 딸, 이제 일어나야지?”     


***     


마왕의 손에서 나온 검은 빛은 누워있는 두억시니의 입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누워있는 여성이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서서히 침대에 앉은 후 마왕을 바라봤다. 일어서더니 마왕의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꽤나 미인인 젊은 여성은 마왕을 한참이나 응시했다.


병실복을 입은 여성의 머리가 붉은 얼굴과 붉은 몸통을 가진 두억시니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마 위에 달린 조그만 뿔 두 개가 달린, 예쁘지만 사나운 붉은 얼굴의 도깨비였다.  잠시 후, 여성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병실복을 입은 여성 두억시니가 마왕의 앞에 서서 90도로 인사를 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버지.”     


두억시니가 마왕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하자 이마 위 작은 뿔 두 개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마왕은 검은 손을 들어 두억시니를 껴안으면서 말했다.


“오랜시간 삼신의 눈을 피해 이렇게 누워 지내느라 고생 많았다. 이제부터 너는 나 마왕의 막내딸 지안이다. 지혜로울 '지(智)'자와 어두운 '안(暗)'이 이제 앞으로 네 이름이 될 것이다. 내 곧 다시 너를 부를 것이다.”     


“알겠습니다.”     


두억시니는 인사를 한 후, 다시 예쁜 20대 여성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


우당탕탕     


“지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그 순간 병실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음이 들리더니, 문이 벌컥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뿔테 안경을 쓴 중년의 남자는 일어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20대 여성을 보더니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였다. 마왕은 양손을 들어 지안의 어깨를 잡고는 뒤로 돌리면서 말했다.     


“김비서. 그동안 혼수상태였던 우리 막내 지안이가 드디어 일어났네.“


지안은 방긋 웃으면서 김비서라는 남자를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김비서님. 지안입니다.”     


아무 말 없이 지안과 악수를 한 남성은 병실 밖으로 나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     


따르르릉      


신화그룹 본사 이사실에 있는 마왕의 첫째 아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뭐라고? 막내가 깨어났다고? 김비서, 지금 말이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 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지금 병원으로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태어나자마자 혼수상태에 빠져 평생을 누워지냈던 애가 일어나서 정상인처럼 말을 하고 있다고? 그럼, 막내의 백화점 지분을 우리가 맘대로 처분할 수가 없잖아! 안 되겠어. 내가 우리 형제들과 같이 모두 갈 테니, 기다리고 있어. 아, 나 진짜 미치겠네. 아니, 우리 9명의 형제들 지금 막내가 있는 병원으로 다 모이라고 해, 당장!

- 네, 알겠습니다.     


마왕이 인간 사이에서 낳은 첫째 아들은 전화를 끊고, 요양병원으로 향했다.     


“백화점 대표이사 선출일이 내일인데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 내가 미치겠네. 왜 깨어나고 난리야.”


***     


잠시 후.


마왕의 첫째 아들은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곳에는 30년 전에 태어나자마자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고 누워있었던 막내 지안이 서 있었다.

    

마왕은 첫째 아들에게 걸어가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면서 말했다.      


“왔구나, 나의 듬직한 큰아들.”     


지안은 마왕의 품에 있는 큰아들을 향해 걸어가면서 말했다.    

 

“큰오빠, 저는 지안이라고 합니다.”     


둘째부터 아홉째까지 막내 지안이 지난 30년간 식물인간으로 누워 지냈던 요양원으로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이들 모두 병실에 서 있는 마왕과 30년 만에 깨어난 자신들의 막내동생 지안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안이 깨어난 그날 저녁, 마왕과 지안을 뺀 나머지 자식들은 그룹 비서실로부터 서류 한 장씩을 받았다. 그 서류는 막내 지안이 절대로 깨어나지 못할 줄 알고 공평하게 나눠가졌던 신화그룹의 알짜 계열사인 신화백화점 지분을 지안에게 모두 증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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