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원곡동 쌩닭집-50화-마라 파피야스 ①요괴 차사
이곳 원곡쌩닭집에서 OJT를 시작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가게 안에서 나는 달이 누나와 아저씨 앞서 서 있었다.
“우리 준이 축하해. 오늘 OJT 마지막 날이지?”
“그러네요, 1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네요.”
“OJT를 잘 마무리한 게 누구 덕이지?”
“아유, 다 아저씨와 달이 누나 덕분이죠.”
“다들 기다리시겠네. 이제 우리 준이 최종 테스트를 하러 나가볼까?”
달이누나와 아저씨는 나를 인근의 공터로 데려갔다. 쌩닭집에서 멀지 않은 그곳에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원곡 철물점’이 있었다. 이곳 원곡동에서 노인정으로도 사용되는 철물점 바로 앞마당에 있는 평상에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앉아서 곶감과 수정과 간식을 드시면서 고스톱을 치고 있었다.
아저씨는 평상 쪽으로 앞서 걸어갔다. 아저씨는 평상에 앉아있는 철물점 할머니인 요괴 교도소 소장님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히면서 인사했다. 나도 그 옆에서 같이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평상에서 고스톱을 치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고스톱을 멈추시고는 우리를 바라보셨다. 아저씨가 말했다.
“OJT를 마친 이준이 최종 테스트 예정입니다.”
나는 허리를 숙이면서 인사했다.
“최종 테스트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웃으면서 인사를 받았다. 소장님이 나를 보면서 말했다.
“이놈은 왠지 잘할 것 같구먼, OJT가 끝났다고?”
“네, 오늘이 1년 OJT가 끝나는 날입니다,”
소장님은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달이누나를 바라봤다.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상 위의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는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우리 원곡동 교도소 지하 1층의 요괴 교도소에서 세 명의 요괴들이 인간 세상으로 탈옥했네. 교도소에서 탈출한 세 명의 요괴들을 잡아들이는 것이 최종 테스트지. 진짜 최종 테스트에 지원하겠는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할머니가 옆에 주차되어 있는 오래된 자동차를 가리켰다.
“좋아, 그러면 내가 이 차를 빌려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부릉~
나는 태산검을 들고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달이 누나는 내 옆 조수석에 앉았다. 나는 아저씨를 보면서 말했다.
“아저씨, 그럼, 저 출발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최종 테스트 잘 마무리하고 와라.“
“네, 부장님 다녀오겠습니다.“
백미러로 뒤를 바라보니, 교도소 소장님은 다시 평상에 앉아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고스톱을 치기 시작했다. 운전을 하면서 달이누나에게 물었다.
“저, 누나, 질문이 있어요. 최종 테스트는 저만 하는 거 아니었나요? 누나가 이렇게 저를 도와주셔도 되는 건가요?”
“오해하지 마. 나는 도와주기 위해서 같이 가는 게 아니야.”
“네? 그럼요?”
“나는 준이가 최종 테스트를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평가를 하는 심사위원이지.”
“달이누나가 저를 평가하는 평가위원이라고요?”
“우리 준이가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누군가는 지켜봐야 하지 않겠어?”
“아.. 그런가요,”
“궁금한 거 있으면 뭐든 물어봐, 대신 나는 너를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못 해.”
운전을 하던 나는 잠시 생각한 후 물었다
“혹시 요괴 차사라고 하셨던 저희 아버지가 요괴의 왕이었던 저희 엄마를 어떻게 만나신 건지 아세요?”
“당연히 알지, 이곳 원곡동에 사는 요괴와 귀신들이 너희 부모님 이야기를 모르면 간첩이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요괴 차사였던 아버지가 요괴의 왕인 엄마를 죽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달이 누나를 보면서 묻자, 누나는 주머니에서 전자담배를 꺼내 피우면서 말했다.
“세상이 어디 상식으로만 흘러가니? 역사상 가장 뛰어난 요과 차사였던 준이 아버님이 후계자인 아저씨와 함께 요괴들이 납치한 다섯 명의 아이들을 찾아 헤매던 날이었지.”
달이 누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
험준한 요괴산맥을 두 남자가 무언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둘은 아버지와 아저씨였고 마치 조선시대 무관과 같은 날렵한 검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들고 있는 태산검과 활을, 아저씨의 팔에는 수많은 날카로운 표창들이 보였다. 아저씨는 앞서 걷고 있는 아버지를 보면서 말했다.
“형님, 저희 너무 산맥 깊숙하게 들어온 것 같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
“아니야. 조금만 더 찾아보자. 요괴마을의 본거지를 곧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납치된 아이들은 분명히 그곳에 있을 거야. 아이들이 요괴에게 잡아먹히기 전에 우리가 반드시 찾아야 해.”
“아무리 형님 촉이 좋으셔도, 지금은 우리 둘로는 역부족입니다. 요괴들이 한꺼번에 덤비기라도 하면.”
앞서 걸으시던 아버님이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표시를 하더니 몸을 낮춰 개울 건너편을 응시했다. 건너편에는 모자를 쓴 여자가 나무 양동이에 물을 긷고 있었다. 양동이 크기는 여성 만했고, 연결된 지게는 혼자 들고 갈 수 없는 커다란 지게였다.
“깊은 산속에 여자 혼자 물을 긷고 있는 게 이상한데? 저 큰 지게도 이상하고.”
아저씨는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여성의 몸에 멧돼지같이 굵고 검은 털들이 나기 시작하더니 온몸을 뒤덮었다. 여성의 얼굴 밖으로 거대한 송곳니가 서서히 돋아나기 시작하더니 방금 보았던 아름다운 아가씨가 2미터 정도의 거대한 검은 늑대요괴로 순식간에 변했다. 거대한 요괴는 나무 양동이가 달린 지게를 메고는 깊은 숲 속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저 요괴 놈을 따라가 보자고. 인간으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걸 보면, 우리들이 오랜 기간 찾아왔던 요괴들의 왕일수도 있어.“
아버지가 이야기하자 아저씨는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둘은 지게를 짊어진 요괴의 뒤를 쫓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요괴는 나무로 만든 판잣집 앞에 도착하더니 부엌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부엌의 아궁이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아버지는 아저씨를 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저 놈이 아이들을 잡아먹을 준비를 하는 것 같군. 지금 바로 들어가서 아이들을 구하자고.”
아버지는 태산검을 들고 판잣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저씨도 검을 들고 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문을 벌컥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간 둘의 눈에는 개울가에서 물을 길었던 아름다운 여성이, 실종되었던 다섯 명의 아이들에게 따듯한 밥을 먹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자와 아이들은 방 안으로 갑자기 들어온 아버지와 아저씨를 보고는 모두 얼음이 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아버지는 태산검을 여성의 목으로 들이밀었다.
“네 놈이 아이들을 납치하고 잡아먹으려 한 것을 다 알고 있다. 너의 죄는 네 목으로 참회를 하거라.”
아버지가 검으로 여성의 목을 치기 직전, 다섯 명의 아이들은 여성을 둘러싸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중 한 여자아이가 아버지의 검 앞에 서서 말했다.
“아니에요. 우리들이 요괴들에게 쫓기고 길을 잃고 숲 속을 헤매는데, 아주머니가 나타나 나쁜 요괴들을 물리쳐 주셨어요. 그리고 이곳에 데리고 와서 밥도 주고 따듯한 방에서 쉬게 해 주셨어요. 밥 다 먹으면 이따가 집으로 데려다준다 했어요.”
아버지는 놀란 눈으로 여자를 바라봤다. 여자의 눈은 한없이 맑고 깊었다.
한참 동안 여자의 눈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칼을 거두었다.
***
달이 누나는 나를 보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날, 모든 요괴들은 악하다고 믿고, 잔인하게 요괴들을 죽이는 요괴 차사의 업무를 천직이라고 생각하셨던 아버님은 충격을 받으셨지. 그래서 그 후로 요괴 차사를 그만두고 성품이 착하신 어머님과 결혼도 하시고, 너를 낳은 거야. 그 후, 아버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후, 아저씨도 요괴 차사를 그만두시고 준이 너와 엄마를 곁에서 보호한 거지.”
“그런 줄도 모르고 아저씨를 너무 오해했군요.”
잠시 아무 말 없이 운전하다가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누나, 궁금한 게 있어요. 엄마는 항상 저를 볼 때마다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고, 가장 마지막으로 저를 보았을 때도 밥 먹었냐고 물어보셨거든요. 아버지도 항상 제가 밥을 먹고 다니는지 거의 매일같이 물어보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을까요?”
“아마. 네가 반인반요라서 그랬을 거야,”
“네?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밥 힘이 떨어지면 요괴는 움직일 수가 없거든. 아들 힘 떨어져서 못 움직일까 봐 그러셨나.”
달이 누나는 하늘을 보면서 크게 소리쳤다.
”아이고, 사장님, 제가 우리 준이 밥 굶기지 않고 잘 멕이고 있습니다.”
***
우리는 차를 종묘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다. 나는 달이누나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누나, 우리 여기 온 김에, 종묘 안으로 들어가서 한번 보고 가는 거 어떨까요?”
“그럴까? 그러면 오늘 오후는 쉬는 걸로, 오늘은 평가 종료!”
“좋습니다.”
주차장을 나온 우리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하나씩 사서 종묘 입구의 매표소로 향했다. 평일이고 문 닫을 시간이 두 시간 정도 남아서 그런지 종묘 정문의 매표소는 관광객 한 명도 없이 매우 한산했다.
“표 끊고 올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달이누나가 지갑을 꺼내 카드를 뽑아 들고 종묘 매표소로 향했다. 누나는 아무도 없는 매표소 앞에서 한참이나 오지 않고 서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오시지?”
나는 매표소로 걸어가서 달이누나를 보면서 물었다.
“누나, 혹시 카드 승인이 안 되나요?”
“여기 문 닫으려면 2시간도 더 남았는데, 여기 직원분이 다짜고짜 못 들어간다네?”
“제가 이야기해 볼게요.”
나는 달이누나의 어깨를 잡고 옆으로 살짝 밀었다. 그리고는 매표소 앞의 상담원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기요, 아직 두 시간 이상 남았다는데 왜 못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