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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Nov 10. 2024

♬이름 잃은 드래곤의 가슴엔 그리움이 솓아오르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엽편소설#5

"그런데 자네 진짜 이름이 뭔가? 도마뱀이라 했는데 아니지? 내 눈은 못 속여."

"네?"


이름을 물어보는 해달 아줌마의 기습 질문에 당황한 드래곤은 먹던 석화 껍데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의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드래곤은 자신을 구해준 해달 부부의 눈을 바라봤다. 한없이 착하게 생긴 해달 부부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드래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의 날치 날소장도 궁금한 듯 같이 드래곤을 바라봤다. 드래곤은 잠시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본 후 생각했다.



‘이분들에게는 진실을 이야기해도 될 거 같아. 다들 착해 보이시고 나에게 해가 될 분들이 아닌 것 같아.’


드래곤은 전소장과 오늘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이야기했다.


***     


"제가 고아로 태어나서 험난한 세상을 살아오면서 사기도 많이 당했거든요. 그래서 일단 남들을 잘 믿지 않고 큰 목소리로 말하고 불을 뿜고 보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야 저를 업신여기지 않더라고요. 히잉... 고향 생각나네요. 히잉..."


"아이고 그런 거였구먼, 그래서 전소장이 뭐래?"

"저보고 이곳 월미도에서는 드래곤이라는 이름을 쓰지 말라고....그리고 조용히 있다가 가라고...“

   

드래곤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이고 손에 있던 석화를 입에 넣어 우걱우걱 씹었다.      


"아이고 세상에나. 그 착한 전소장이 왜 그랬담."


착하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드래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해달 아주머니를 바라봤다.


"착하시다고요?"

"그 양반 무시무시한 전기를 뿜어대지만 우리 월미도민들에게는 얼마나 착한 양반인데."

"아, 그렇구나. 너무 무서웠어요. 죽는 줄 알았거든요. 히잉."

"그래서 앞으로 계획은 있고?"


드래곤은 숙인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말했다.


"아니요. 저를 그렇게 싫어하시니 저기 안산의 대부도라는 곳으로 가서 제 운을 시험해 볼까 해요."     


그 순간 해달 부부는 잠시 속닥거리더니 드래곤을 보면서 말했다.      


"자네 혹시 우리 월미도민이 되고 싶은 겨?"

"그러면 좋지만 전소장님이 저를 싫어하실 걸요? 드래곤이라는 이름도 절대 쓰지 말라고 하시고."

"음...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

"어떻게요?"


월미도 정거장 바위 위에서 드래곤과 해달 부부, 그리고 날치 날소장이 머리를 맞대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엽편소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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