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엽편소설#6
며칠 뒤
"응? 이게 뭐야? 월미 건어물 가게 알바구함?"
아침 일찍 출근한 전소장은 책상 위에 놓인 월미일보 신문 사이에 낀 알바를 구하는 전단지를 보고 향팀장을 보면서 말했다.
"네, 월미 건어물 달사장님 부부가 다음 달에 이탈리아 피렌체 한 달 살기 여행 가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바를 구하시나 봐요."
"그래? 역시 재테크는 달사장님 부부처럼 해야 해. 주식이니 코인이니 다 쓰잘데기 없어."
"그러니까요. 서울에 아파트가 세 채라고 했죠? 모두 다 월세 놓으셨고. 하나당 200만 원만 잡아도 한 달에 600만 원이 그냥 들어오는 거잖아요."
"야야. 그래서 월미 건어물이 그 품질에 그 정도로 저렴한 거지. 달사장님이 장사로 이윤 남기려 하지 않으시니까. 그나저나 알바 구하기 쉽지 않을 텐데.... 누가 오려나?"
"벌써 구했다고 하던데요?"
"그래? 향팀장은 벌써 소식 들었구나? 새로 오는 아르바이트생이 누군데?"
"어이쿠. 이게 왜 여기 있지?"
향팀장은 전소장의 말을 못들었는지, 못들은 척하는 건지 갑자기 다른 방향을 보고 허둥댔다. 그러더니 손에는 말표 고무장갑을, 발에는 말표 고무신을 급하게 신으면서 크게 소리쳤다
"소장님, 지금 주파수에 무언가 잡히고 있습니다."
"그래? 아르바이트생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주파수 대역대를 좀 더 넓혀봐."
***
잠시 후,
소월미도 등대의 꼭대기에 해달부부와 월미 피부과의 @에제오 불원장이 함께 방문하면서 문을 열었다.
"수고 많으십니다."
"아이고, 형님! 누님! 엇! 불동생까지 ~ 이 누추한 곳까지 직접 찾아와 주시고. 어쩐 일로?"
"우리 다음 달에 한 달 여행 가거든, 가게 문 닫고 가기도 좀 그래서 아르바이트생을 한 명 고용했어."
"엇, 벌써요? 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일단 이쪽에 앉으세요."
전소장은 해달 부부와 불원장을 향해 소파에 앉으라고 권유했다. 불원장은 전소장을 보면서 말했다.
"형님, 저는 그냥 지나가는 길에 우리 해달 형님 부부 따라서 숭늉차 한잔 얻어먹으러 같이 왔습니다,"
"잘 왔어. 앉아앉아. 마침 막 누룽지로 구수한 숭늉 만들었어. 딱 맞게 왔네."
소파에 앉은 해달부부가 이야기를 했다.
"전소장, 자네도 알다시피 우리 부부가 여행을 좋아하잖아. 그동안 가게 자주 문 닫고 자주 여행 다녀서 우리 월미도민들이 많이 불편해하고. 그래서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정식 직원으로 고용하기로 했어."
"잘하셨습니다. 그러면 고용한 직원이 누구?"
"일단 전소장 이쪽에 내 옆에 앉아봐"
"네?"
달사장 부부는 오랜시간 조곤조곤 전소장과 이야기를 했다. 한참 동안 이야기 후, 전소장은 잠시 생각한 후, 달사장 부부를 보면서 말했다. 그의 손에 파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전기가 보였다.
"좋습니다. 말씀하신 그 조건이면 동의합니다."
"고마워 전소장, 거기...애야! 이제 안으로 들어와. 저 아이가 보기보다 낯을 많이 가리더라고."
문 밖에서 쭈뼛하게 서 있던 드래곤이 등대 안으로 들어오면서 허리를 90도로 구부리면서 전소장에게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소장님,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는 무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음. 그래. 앞으로 열심히 해 봐. 대신에 우리 약속한 대로 그건 꼭 지키는 거다?"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이름을 쓸 때 대문자 D가 아닌, 반드시 소문자 d를 사용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공식 이름은 '월미도 소문자 dragon'으로 하겠습니다. 영어로는 'Wolmi Island lowercase letters dragon' 을 사용하겠습니다."
"음.....좋아. 콜"
"고마워 전소장."
달사장 부부가 전소장의 손을 잡으면서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고맙긴요. 어이, 그래 '월미도 소문자 dragon' 너, 앞으로 잘 지내보자. 대신 월미도 아무데서나 불 쓰지 말고."
"넵,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장님, 자랑스러운 월미도민으로서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이 때 옆에서 듣고 있던 월미 피부과의 에제오 불원장이 이야기했다.
"이친구 이름으로 '월미도 소문자 dragon' 도 좋지만, 조금 줄여서 우리끼리 부를 때는 'd-래곤 (di-ragon) 은 어떻까요? 이름이 너무 길면 우리 월미도 사람들이 부르기 힘드니까."
"어? 불원장 아이디어 좋은데? 'd래곤' 어때?"
해달부부가 드래곤을 보면서 말했다. 드래곤은 손을 들어서 쌍따봉을 날리며 말했다.
"와 !!! 너무 좋아요. 'd래곤', 좋은 이름 만들어 주셔셔 감사합니다. 불원장님."
'd래곤' 이라는 이름을 쓰기로 한 월미도 소문자 드래곤은 환하게 웃으면서 월미피부과의 @에제오 불원장을 향해 다시 한번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달사장 부부가 흐뭇한 표정으로 'd래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소장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막 끓인 구수한 숭늉차를 찻잔 다섯개에 따르기 시작했다.
엽편소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