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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Nov 11. 2024

♬d래곤은 피렌체 건너서 밝은 빛의 바다로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엽편소설#7

그 날 오후, 월미 건어물 가게 뒤편의 작은 방     


"힝.. 사장님, 감사합니다. 생전 처음 보는 저에게 이렇게 잘해주시고. 힝...."

"아이고, 우리 건어물 가게 건물에 빈방 많아. 우리 애들 다 시집장가가면서 우리 부부 그동안 적적하게 살았는데 자네가 늙다리들이랑 살아주면 우리가 더 좋지 뭐."

"힝..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다음 주 한 달 살기 어디로 가신다고요?"

"아. 피렌체라고 아는지 모르겠네?"



"피렌체요? 이탈리아에 있는 그 피렌체?"

"총각 피렌체에 대해서 좀 아나? 우리가 피렌체는 처음 가보거든."

"당연하죠, 제가 거기서 온 거예요. 피렌체 ‘조토의 종탑’ 꼭대기에서 제가 꽤 오랫동안 살았거든요."

"좃또? 뭐라고? 이름이 희한하네?"

"아..일본어 좃또가 아니라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한 탑이에요. ‘조토 디 본도네’라는 사람이 설계해서 ‘조토의 종탑’이라고 부르거든요.

"오메! d래곤 총각 박식하네? 그러면 피렌체 관광에 대해서도 잘 알겠네?"

"그럼요, 사장님, 이번에 한 달 살기 숙소 구하신 데가 어디예요?"

"우리? 여기에 한 달 살기 예약했지."


d래곤은 해달부부가 내민 숙소의 주소를 확인하더니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를 보면서 말했다.      


"와. 위치 짱 대박 좋아요. 이 정도면 피렌체의 웬만한 유명한 곳 다 걸어서 다니실 수 있어요."

"그래? 이 양반이 며칠 숙소 찾는다 고생하더니 잘 찾았구먼."

"이 근처에 맛집도 많아요. 여기가 T본 스테이크 맛집이고요. 아차. 고기 안 드시죠? 음,.. 그러면 여기 여기가 피자랑 파스타 맛집이에요. 피자도 잘 고르시면 야채로만 만든 피자 있고요, 알리올리오 파스타 맛있어요. 강추합니다."

"그래? 아유. 우리가 제대로된 피렌체 전문가를 만났구먼 그려."

"거기서 한 달 지내실 거니까 제가 꼭 가셔야 할 곳과 맛집 정리해 드릴게요. 여기 두오모 성당에서 왼쪽에는 더블 에스프레소 기가 막히게 내리는 100년도 넘은 가게 있고요, 오른쪽에는 젤라또가 기가 막혀요. 여기 여기."

     

d래곤은 지도를 열심히 검색하면서 해달 부부의 피렌체 한달살이 여행코스를 꼼꼼히 짜주기 시작했다.      



며칠 후     


"잘 다녀오세요, 사장님, 가게는 잘 보고 있을게요. 궁금한 거 있으면 헤매지 마시고 피렌체 전문가인 저에게 언제든 전화 주세요."


d래곤은 여행캐리어를 끌고 공항버스를 타러 가는 해달부부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배웅했다. 사장님 부부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던 d래곤은 뒤를 돌면서 눈물을 흘렸다.     


다시 며칠 뒤


까똑!!!


'여기가 자네가 살았던 좃또의 종탑 맞지? 오메 ~ 높은 거. 혼자 저기 살면서 안 무서웠어?'


d래곤은 해달 사장님의 카톡 문자와 사진을 보고 흐믓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드디어 정 붙이고 살아갈 고향을 찾은 거 같아. 히잉...


그리고 답변했다.


'네 맞아요. 사장님, 거기 혼자 살 때 무서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요.'



엽편소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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