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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학소년 Nov 11. 2024

♬끝없는 철판 위엔 김가루가 부서지네

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엽편소설#8

'음. 그러면 장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가게의 모든 물건은 정찰제니 흥정할 필요가 없고, 가격표는 모두 사장님이 꼼꼼하게 붙여놨고. 음... 내가 할 게 뭐 없나?'


d래곤은 해달 사장님의 월미 건어물 가게 카운터에 앉아 가게를 빙 둘러봤다. 그리고는 물걸레를 들면서 혼잣말을 했다.     


'워낙 깔끔하신 성격이라 먼지 하나 없지만, 일단 깨끗하게 청소라도 하자.'


***


"계세요?"


열심히 물걸레질을 하는 d래곤의 뒤로 여리여리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청소를 하던 d래곤이 뒤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어서 오세요. 월미 건어물입니다. 찾으시는 거 있으실까요? 바로 찾아드리겠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긴 검은 코트와 검은 모자를 입은 금발머리의 백인 여성이 서 있었다. 자기의 앞에 있는 고객이 외국인인 줄 안, d래곤은 유창한 영어로 물었다.     



Good morning. This is Wolmi Dried Seaweed. Is there something you are looking for? I will find it for you right away.


그러나 금방의 여성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못 알아듣는 모양이었다. d래곤은 이번에는 유창한 이탈리아어로 다시 물었다.     


Buongiorno. Questo è pesce essiccato Wolmi. C'è qualcosa che stai cercando? Lo troveremo subito.     


"영어랑 이탈리아어 모두 잘하시네요? 거의 원어민 수준인데요?"

"엇. 한국말 잘하시는구나. 제가 외국어 공부하는 게 취미라서요. 혹시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네, 혹시 구운 김 있을까요?"

"구운 김이요? 어.. 우리 사장님이 구운 김은 힘들어서 이제는 안 만든다고 했는데.. 음... 그러면 30분 뒤에 다시 오실 수 있으실까요? 제가 잘 구워서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30분 뒤에 올게요. 못 보던 분인데 어디서 오셨어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왔습니다."

"정말요? 저 피렌체 좋아하는데, 거기 두오모 성당 잘 보이는 루프탑 카페가 있는데...이름이..."

"La Terraza 요? 백화점에 있는..."

"맞아요. La Terraza ! 피렌체 정말 잘 아시는구나. 나중에 저랑 차 한잔 하면서 이탈리아 이야기 해요."


메팀장은 d래곤을 향해서 윙크를 하면서 말했다. 


"저는 외국어 잘하는 분이 가장 부럽더라구요."

"아이고,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는 게 외국어입니다. 30분 뒤에 오세요. 맛있게 김 구워놓고 있겠습니다."



금발의 여성은 30분 뒤에 오기로 하고 월미건어물을 나가서 근처의 카페 월미도로 향했다. d래곤은 쌓여있는 생김에서 한 봉지를 꺼내더니 쓰지 않고 구석에 놓인 커다란 철판으로 가면서 말했다.      


'내가 김을 잘 굽는 건 어떻게 알고 말이야. 불을 이용하면 홀라당 타지만, 내 유황 입김을 이용하면 김이 알맞게 구워지고 김비린내도 깨끗하게 사라지니까. 손님들이 원하시면 이렇게 김을 구워서 팔아도 되겠다.'


d래곤은 철판 위에서 불 없이 자신의 입김을 호호 불어가면서 맛있게 김을 굽기 시작했다. 고소한 구운 김 냄새가 월미 건어물 가게를 넘어서 월미도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철판 아래에는 d래곤이 맛있게 김을 구우면서 만들어지는 부서진 김가루가 쌓이고 있었다.      


엽편소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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