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수산 아쿠아리움 엽편소설#16
향팀장이 시칠리아 드래곤 수괴들의 목을 물어뜯던 그 시각,
소월미도 등대 향유고래 팀원들이 d래곤을 업고 월미아쿠아리움으로 뛰어들어오고 있었다. 입구에는 미리 연락받은 지은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은은 등에 업힌 처참하게 탄 d래곤을 보고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그 옆에 서 있던 범사원도 마찬가지였다. 팀원들과 같이 뛰어들어온 해달 부부가 지은을 보면서 울부짖었다.
"지... 지은샘. 우.. 우리... 막둥이 사... 살려줘... 응? 살릴 수 있지? 응? 지은샘이라면 할 수 있지?"
지은의 앞에 이동식 간이침대에 누워있는 d래곤의 모든 피부는 새카맣게 탄 상태였고, 날개는 모두 타버려서 하얀 뼈만 남아 있었다. 모든 피부가 녹아버린 d래곤의 상태를 본 지은은 옆의 범사원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케..케타민과 티.. 틸레타민을 있는...대로...창고에서 있는대로 다 가지고..."
"네. 지은샘."
범사원이 약이 보관된 창고로 뛰어가자 해달 사장님이 지은샘을 보면서 말했다.
"지.. 지은샘. 우.. 우리 막둥이 살 수 있는 거지? 방금 지은샘이 말한 케타민이랑 틸레타민 먹으면 살 수 있는 거지? 사.... 살려만... 주면... 내가 이제 한달살기 같은 거 안하고 평생 우리 막둥이 병수발 잘 들 테니까... 제발... 사.. 살 수 있는 거지?"
눈물이 핑 돈 지은은 해달 사장님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해달 사모님이 지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손을 빌면서 말했다.
"왜.. 왜..? 혹시 그 약이 비싸서 그런겨? 야.. 약값은 걱정 말고.. 내.. 내가 서울에 아파트 세 개가 있어.. 그.. 그거 다 팔아서 지은샘 다 줄 테니.. 아니지..아니지... 우.. 우리 건어물 빌딩도 팔아서 지은샘에게 줄 테니... 약값이랑 병원비 같은 거 걱정 말고... 우.. 우리 막둥이.... 사... 살려만 줘. 응? 아니지...아니지... 내가 이럴 때가 아니지.. 당장 부동산에 전화해서..."
지은은 눈물을 훔친 후, 해달 사장님을 보면서 말했다.
"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드님의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 뿐이에요. 죄송합니다."
지은의 말을 들은 해달 부부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 않았다. 그 순간 d래곤이 가늘게 눈을 뜨자 해달 부부는 일어나서 d래곤의 옆으로 다가갔다. d래곤은 마지막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그르르르릉
"아...들.. 아들... 엄마 여기 있어."
"그르르릉..... 추.. 추워.. 요."
"추워? 우리 막둥이 추워? 기.. 기다려봐..... 엄... 엄마가 이불 갖다 줄게."
해달 부부가 이불을 찾느라 두리번거리자 지은은 자신의 목에 걸린 백룡여사가 준 스카프를 풀어서 d래곤을 덮어줬다.
d래곤의 녹아버린 피부 위로 지은샘의 스카프가 덮이자 스카프와 지은의 목걸이에서 환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아쿠아리움 전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환한 빛이 사라지자 d래곤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몸은 처참한 잿빛이 아닌, 백룡 여사님과 같은 흰색의 빛나는 멋진 드래곤이 되어 있었다. 뼈만 남았던 날개도 하얀 날개로 다시 바뀌어 있었다.
지은은 물론 해달 부부, 그리고 모든 월미 아쿠아리움의 구성원들이 놀란 눈으로 d래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