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변의 역사 부록] 중국판 계유정난 전말
... 1398년 주원장이 세상을 떠났고 주윤문이 명나라 제2대 황제(건문제)로 즉위했다. 건문제는 즉위 직후 가장 먼저 숙부들을 무력화시키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때 핵심 측근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주체(영락제)를 먼저 칠 것인지 아니면 나중에 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벌어졌다. 건문제는 고심 끝에 후자를 선택했다.) 주왕 주숙, 대왕 주계, 민왕 주편, 제왕 주부, 상왕 주백 등이 신속히 감금되거나 유배를 떠나게 됐다. 북평에서 이를 지켜본 주체는 머지않아 자신도 화를 입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만히 앉아 당할 순 없었던 그는 당장이라도 거병하고 싶었지만, 수도인 남경에 있는 아들들이 걱정돼 결행하지 못했다. 당시 아들들은 주체 대신 주원장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인질로 잡혀 있었다. 건문제가 황자징의 건의를 받아들여 아들들을 풀어주자마자 주체는 반란을 일으켰다.
... 장기화되는 전쟁으로 지쳐버린 주체의 부하들은 일단 북쪽으로 퇴각한 뒤 군대를 휴식시키고 보리를 취식하면서 기회를 엿보자고 제안했다. 주체는 고심 끝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적이 대적한 지 오래돼 굶주리고 피로하니, 저들의 보급로를 차단한다면 가히 앉아서도 저들을 곤란케 할 수 있는데. 어찌 북으로 돌아가 장사들의 사기를 해이토록 할 것인가." 퇴각이 아닌 남아서 계속 싸우겠다는 이 결정은 결과적으로 주체와 정난군을 승리의 길로 인도한 결정타였다. 얼마 뒤 남경에는 잘못된 소문이 퍼졌다. 주체의 정난군이 북쪽으로 퇴각했다는 것이다. 이를 믿은 건문제는 황제군의 총지휘관인 서휘조와 휘하 군사들을 불러들이고 해산시켰다. 주체가 황제군의 행동에 의아해하고 있을 때, 그의 측근인 요광효가 나서서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곧장 수도인 남경으로 진격하자"라고 제안했다. 주체 역시 이것이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황제군 주력이 알아서 사라져 줬던 만큼 거칠 것이 없었다. 정난군은 무서운 속도로 남하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