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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경식 Jun 30. 2024

박정희 장기집권의 종식...'10.26 사태'

[정변의 역사-확장판 19] 대통령을 시해한 궁정동 총성

10.26 사태 현장 검증 모습.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향해 총을 쐈다.

#. 아래 내용은 6월에 출간된 '정변의 역사-확장판' 하이라이트 부분.


김재규 "나라가 잘못되면 다 죽는다. 각오는 돼 있겠지?"
박선호 "예. 각오가 돼 있습니다."
김재규 "지금 여기에 육군참모총장과 중앙정보부 제2차장보도 와 있다. 거사가 끝나면 참모총장을 데리고 남산으로 가서 군을 장악한다."
박선호 "각하도 포함됩니까?"
김재규 "그래. 오늘 해치운다."
박선호 "오늘은 경호원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음으로 미루시죠."
김재규 "안 돼. 보안이 샌다. 똑똑한 놈으로 두세 명만 준비시켜." -영화 '남산의 부장들' 中


... 신민당과 민주통일당 의원들은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김영삼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 및 마산에서도 거센 반발 움직임이 나타났다. 결국 해당 지역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부마항쟁'이 일어났다.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및 일반 시민들은 김영삼에 대한 탄압 중단과 유신독재 타도를 외쳤다. 날이 갈수록 시위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치안 부재 상태가 나타나기도 했다. 현지에 급파된 중앙정보부 요원들을 통해 시위의 심각성을 전해 들은 박정희 정권은 고심 끝에 강경진압에 나섰다. 부산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뒤 공수부대를 투입, 1058명을 연행했고 66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했다. 


... 카터 행정부는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본격적으로 꺼내 들기도 했다. 북한의 침략에 맞설 수 있는 든든한 뒷배였던 주한미군을 철수시킨다는 것은 박정희 정권의 가장 민감한 부위를 대놓고 건드리는 격이었다. 카터 행정부가 실제로 주한미군 철수를 의도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이 카드를 통해 박정희 정권의 근본적인 노선 변화를 유도하려 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 이 직후에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때에는 박정희가 반격하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그는 사전에 미국으로부터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철수의 부당성을 강조하는 연설을 무려 '45분'간이나 했다. 세계 최강 미국 대통령 앞에서 한국 대통령이 '안보 강연'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연설이 진행되는 내내 카터의 표정은 '노기'로 가득했고 회담장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되며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고 전해진다. 카터는 옆에 있는 측근들에게 "저 자가 연설을 당장 중단하지 않으면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이를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 이에 김재규는 "이미 국회에서 제명당했는데 구속까지 한다면 김영삼을 두 번 처벌한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정희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정보부가 좀 무서워야지. 신민당 놈들 비행조서만 움켜쥐고 있으면 되나? 잡아들일 놈들은 바로 입건해야지"라고 소리쳤다. 김재규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궁정동 안가 지배인인 남효주가 김재규에게 박선호의 호출을 알렸다. 김재규는 부속실로 들어가 박선호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선호는 최종적으로 거사 준비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김재규는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심각한 상태인 김재규와 달리, 박정희와 차지철 김계원 등은 조만간 벌어질 엄청난 일들을 예상하지 못한 채 그저 연회를 만끽하고 있었다. 운명의 저녁 7시 41분. 신재순이 한창 노래를 부르는 와중에 김재규가 별안간 박정희에게 "각하, 정치를 좀 대국적으로 하십시오"라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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