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가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양귀자의 <모순> 첫 문장입니다. 첫 문장을 한참 동안 읽었습니다. 이전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나의 온 생애를 걸었을까 하는 나의 반성이자, 안타까움이 내재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운명, 선택, 모순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서도 보면 삶이란 참으로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안진진도 주변 인물도 어느 누구 하나 삶을 부정하지 않지만 나름 평범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1998년에 쓴 소설이지만 요즘 읽어도 삶의 공감이 너무나 와닿는 것이 많습니다. 주인공 안진진을 통해 모순이라는 굴레를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철학적 또는 인문학적 삶의 의미에서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글 속에 잔잔하게 묻어났던 구절구절마다 애잔하기도 하고 나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도 합니다.
이 이야기가 단지 한 가족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현재의 우리에게 의문과 질문을 던져 주기에 생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머니와 이모, 아버지와 진모, 나영규와 김장우, 주리와 주혁 등 주변 인물을 통해 안진진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의 생채기를 벗어던지고자 노력합니다. 삶이란 것들이 때론 평범하지 않기에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배울 점이 많은 소설이었습니다.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도 나의 가슴을 울립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