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시집온 미연 씨
캄보디아에서 경상도
저 멀리 거제도로 시집온
미연 씨가
친정에 결혼 10년 만에 두 번째로
고향에 방문했습니다.
딸아이 6살 서현이 낳고는
처음이었습니다.
남편 기석 씨가 조선소에 3년 만에
다시 용접 일을 일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비록 파견 계약직이지만
일을 할 수 있어서 뛸 듯이 기뻤습니다.
국적을 취득하고 개명을
하고 모든 일이 천천히 잘
풀리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좀 크자
전라도에 농사짓는
노모를 모시기로 했습니다.
시어머니가 아이를 봐주면서
수산물 통조림 공장에 나가 일을
할 때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남편이 사고가 났다고 병원에
달려갔습니다.
폭발사고로
갈기갈기 찢긴 남편의 몸.
영안실에서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무뚝뚝한 사람이었지만
늘 말없이 챙겨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서현이를 등에 업고
큰 여행가방 두 개를 꼭 쥐고 이른
새벽에 캄보디아 공항을 나섰습니다.
수도 프놈펜에서 2시간을 기다린 뒤
버스를 타고
거의 6시간을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작은 보트를 타고
한 시간을 들어가자 이미 해는
기울어 빨간 노을이 물들었습니다.
오토바이 택시를 얻어 타고
집에 도착했을 때
시아버지가 초가집 앞 커다란
대나무 기둥에 나와 손으로
기둥을 잡고 나와있었습니다.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자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미연 씨는 아버지를
보고 끌어안고 소리 죽여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친정아버지의
주름이 자글한 얼굴과
마른 몸 그리고 굳은살이
밴 손가락을 어루만졌습니다.
미연 씨의 아버지가
"우리 딸 오느라고 고생했다... "
"아버지 고생 많았죠, 아픈 데는
없어요?"
"나는 똑같다... 김서방은 잘 있지?
시어머니 잘 모시고..."
미연 씨는 남편 사고 소식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딸아이에게 말합니다.
"참 아버지 손녀 인사받으세요.
서현아 외할아버지야.
, 인사드려야지"
서현이가 캄보디아 말로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김서현입니다.
건강하세요~"
인사를 한다.
할아버지가 함박웃음을 짓고
두 팔을 벌리자 서현이가 달
려가 안깁니다.
허름한 움막 같은 어두컴컴한
친정집 낮은 지붕 위에
하얀 별들이 총총히 떠있습니다.
갑자기 작은 별 하나가
번쩍이더니 저 멀리 포물선을
그리면서 떨어집니다.
미연의 친정아버지는
농장에서 일을 하다가
나뭇가지에 눈을 찔려
13살 때 두 눈을 실명했습니다.
미현의 친정어머니는
미현 씨가 딸 서현이를
낳을 때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흘러가는 것일까요.
일주일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친정아버지는 이른 새벽에
농장으로 나갑니다.
집으로 엮은 줄을 따라 걸어갑니다.
커다란 코코넛 농장입니다.
익숙하게 나무의 홈을 따라 밟고
그 가볍고 허허로운 굽은 등의
몸이 느리지만 올라갑니다.
그리고 능숙하게
코코넛을 작은 칼로 잘라
나무 아래로 떨어트립니다.
친정아버지는
더듬더듬 옆의 바나나 나무에도
올라갑니다.
손녀딸에게 줄 파란 바나나
몇 송이도 자릅니다.
미연 씨는 닭고기를 삶아
살점을 떼서 넣은 미역국을
한소끔 끓여놓았습니다.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미연 씨가 아빠와
마지막 포옹을 합니다.
그리고 잠이 들깬 서현이를
안을 수 있게 할아버지의 손을
서현에게로 잡아 끕니다.
"서현아 할아버지가 사랑한다"
"서현아, 저도 사랑해요"라고 말해.
"할아버지 사랑해요"
미연 씨는 가방을 끌고 나옵니다.
오토바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오토바이에 타고 출발하기 전에
"아빠, 몸조심하세요"
외칩니다.
친정아버지는 다른 쪽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다음에는 김서방도 같이 오너라!"
쑥 들어간 주름진 눈이 가늘게
떨립니다.
미연 씨는 오토바이가 집을 지나고
마을을 벗어나자
한참을 꺼이꺼이 마음껏 울었습니다.
오토바이가 우는 소리를
냅니다.
부다다 다앙 으흐앙 으앙 으앙
부다다 다앙 으흐앙 으앙 으앙
친정아버지는
그렇게 오랫동안
미연과 손녀딸 서현이가
떠난 반대방향에서
한동안 꿈적 안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손을 잡고 더듬거리며
일어나 부엌으로
천천히 걸어갑니다.
딸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지요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