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도록 넘나들던 미용실, 이제 작별
요즘 사람의 심리를 보는 것이 참 재미있다
내 주위에 재미나는 일들이 왕왕 일어나니 말이다. 나의 패턴도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타인도 지금 여기에서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보게 된다. 이렇게 골고루 보고 나니 조급할 것도 없고 느긋할 것도 없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살아가면 된다.
예전에는 왜 그렇게 힘겹게 애쓰며 살았을까?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지나간 세월들이 있기에 지금 느긋함과 평화로움이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지 인과응보다. 내가 쌓아놓은 만큼 취하게 되고 드러내게 되어 있더라. 서두에 이렇게 나열한 것은 이제 내가 보인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두꺼운 가면을 쓰고 살았다면 지금은 나의 부족함도 주눅듦도 힘듬도 다 표현해도 된다. 이것만 해도 난 위대한 일을 해 냈다.
10년 동안 단골이었던 미용실이 있다. 그 원장은 참 활발하다. 첫 느낌도 나한테는 버거운 활발함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병으로 짧은 인생을 살고 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 지나지 않아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에 외출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꼭 남편이 죽기를 바란 사람처럼 말이다. 물론 그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일 년에 4~5번 정도 염색도 하고 머리 다듬으로 그 미용실에 갔다. 그런데 이분은 갈 때마다 어떤 이벤트들이 펼쳐졌다. 지금 나열해볼까 싶다. 나열하는 건 그 사람의 심리를 보자는 것이지 어떤 흉도 아니다.
남편 돌아가시고 남자 사귀기를 거듭하더니 결국 자신의 취미생활을 찾았다. 도자기 굽기를 하다가 덧붙여서 다육이 식물 키우기를 했다. 다육이 식물 키우기에 푹 빠졌다가 팔이 아플 즈음 네 번째 남자를 만나서 지금은 다육이도 슬슬 그만두고 안정이 되어 가고 있다. 내가 심리전문가이다 보니 나만 보면 사건 사고를 자동으로 술술 얘기한다. 물론 자신의 얘기를 펼치고 나니 시원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때로는 나를 기다린다. 일하면서 상담도 받고 조언도 받고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남자 사귀기: 상업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 실패
두 번째 남자 사귀기: 여고시절에 스승을 만나 연애에 빠졌다가 사기당하고 낙담.
세 번째 남자 사귀기: 홀로 살아온 남자 사람과 재결합하려 했으나 너무 고리타분하여 실패
네 번째 남자 사귀기: 미용실 아는 언니 남동생인데 아내와 사별한 효자 남자와 사귀기 성공.
그 사이 다단계 사업도 하고, 다육이(식물) 작가까지 되고, 도자기 만들어 팔기까지 했다. 어디에서 이러한 힘들이 나올까. 끊임없이 뭔가를 하더라. 얼마 전에 가니까 다육이(식물) 사업을 엄청나게 벌여 놓았다가 건강상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적신호가 와서 다 접고 있었다. 이제 버거운가 보다.
뭔가를 끊임없이 한다는 것은 나의 열등감이 무의식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 무의식에 끄달리면서 뭔가를 움직이긴 하는데 늘 부정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이런저런 남자를 만났고 자신의 인생이 낭패를 봤다.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할 즈음 원하는 남자를 만났다. 이 남자 사람 또한 아직 미지수이긴 하지만.
다사다난했던 남자 사귀기가 종료되었고, 도자기도 다육이(식물)도 다 접었다. 건강상 팔이 아파서 미용까지 못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심리가 궁금했다. 결론은 네 번째 사귄 남자가 안정을 주는 것이다. 그 덕분에 정착이 되어 잡다하게 벌린 사업들을 다 정리하게 되었고 미용일만 하기로 선택했다. 그 모든 것이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머리 하러 갔을 때 이런 말을 늘 해 왔다.
"선생님 머리가 왜 이리 많이 빠졌어요?"
"선생님 머리카락이 약해졌어요. 너무 가늘어졌어요."
"선생님 머리카락이 힘이 없어서 헤나염색으로 바꿔야겠어요."
"선생님 갈수록 숯이 엉성해요."
등 갈 때마다 부정적인 말을 나에게 했다. 한두 번은 괜찮았지만 갈수록 기분이 언짢았다. 그렇다고 대 놓고 표현은 하지 못하고 "뭐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손상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다음에 더 건강한 모발 가꿔 올게요."라고 말하며 속상했다. 뭐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얼마 전 이사로 인하여 좋은 인연이 생겼다.
바로 옆집 501호 주인이 미용실 원장이었다. 아싸! 이제 미용실 바꾸라는 운명인가 보다. 너무 다행이었다. 이 원장은 27살 때부터 미용을 배워서 50세인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사업장을 잘 이끌어 가고 있었다. 이분께 나의 머리카락을 맡기기로 했다.
하루는 날 잡아서 501호 옆집 주인장 미용실로 갔다.
"원장님 제 머리카락이 그렇게 병들었나요? 머리카락 수도 그리 작나요?"
"아닙니다. 이 머리카락은 건강한 모발이고, 숱도 작지 않아요. 앞으로 스타일도 단발로 바꾸면서 풍성한 머리카락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얼굴이 갸름해서 단발이 잘 어울려요."
"와우! 이제야 저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어 주는 미용실을 만났네요. 감사해요."
"제가 오히려 영광이죠.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오셨으니까요."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나의 머리카락이 숨을 쉬게 되었다. 머리 영양제도 한 개 주었다. 아무나 주는 건 아니고 vip 단골 고객만 주는 귀한 거라고 했다. 이사를 참 잘 왔다.
자! 이제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첫 번째 원장의 심리는 늘 불안 불안한 상태에서 고객을 맞이하다 보니 부정적인 시야로 고객을 보게 되었다. 매사에 짜증스럽고 되는 일이 없다 보니 몸도 따라가며 아팠다. 피그말리온 효과의 반대처럼 계속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면서 만나는 남자마다 사귀를 당하고 이용을 당하면서 세월을 보냈다.
이러한 상태에 미용실을 빠져나오면 되는데 아는 인연이라 끊지를 못하고 계속 머리 하러 갔다. 모진 말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상처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는 나의 심리가 있었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쭉 훑어보는 계기가 되어서 이 글을 적을 수 있으니 그것으로 다행이다.
두 번째 원장의 심리는 건강한 가족의 형태다. 이사를 가서 보니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 노크했더니 바로 전도(인도)당했다. 좋은 일이다. 자녀들도 잘 키우고 있었고 기도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 이사를 한번 하고 나니 줄줄이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긍정의 머피 법칙, 최고다.
두 원장의 인생을 보면서
'사람마다 걸어온 역사가 자신의 인생을 좌지 우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잘 살아야 되겠다. 그것이 또 나른 역사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