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ernweh May 07. 2021

멍멍이들 뛰어 놀아야죠.

단상(6)


2월의 어느 날, 별 거 아닌 일인데도 내게 양해를 구하던 사람들이 하루에 겹쳐 브런치에 글을 올렸었다. 그날, 내 기준으로는 별 거 아닌 일로 양해를 구했던 사람은 (그날 처음 본) 윗집에 사시는 아주머니였다. 요약하자면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는데 바로 아래층을 누르는 걸 보시고, 아주머니가 몇 호에 사는지 내게 물었다. 바로 밑에 사는 걸 알고는 강아지 때문에 시끄럽게 해서 미안하다고 대뜸 사과하셨다. 근데 이게 '별 거 아닌 일'이었던 건 층간소음이 있었음에도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 간 게 아니라 강아지가 뛰어 다니는 소리는 커녕 크게 짖는 소리 한 번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내가 둔감한 걸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먼저 선뜻 배려하는 마음이 따듯했었기에 글을 적었더랬다.


그 때 썼던 글은 요거 ▼

https://brunch.co.kr/@ksh4545/78


그리고 얼마 전, 아파트 현관에서 강아지 두 마리 산책을 나가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윗집 아주머니인 줄은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이미 두 달이나 지난 일이고 엘리베이터에서 잠깐 스치듯 본 게 전부였으니 얼굴을 기억할 수 없었다. 강아지를 기억했다면 가볍게 목례라도 했을 텐데, 그땐 강아지와 같이 있지 않았다. 강아지 종을 자세히 아는 게 아니라... 말티즈로 추정?... 되는 조그만 강아지 두 마리였다. 아주머니에게서 짐을 한 보따리 받아서 양 손 가득 짐을 든 아주머니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아저씨는 나와 함께 1층으로 들어왔다. 양 손에 짐이 있어서 버튼을 대신 눌러드렸는데 오잉, 우리집 위층이었다. 지난 번의 데자뷰처럼 아저씨가 먼저 몇 호냐고 물어봤고 그제서야 1층에서 스친 아주머니가 그때 그 아주머니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아지를 두 마리나 키워서 많이 시끄럽죠? 죄송스러워서 어쩌나..."


아주머니의 한 마디, 아저씨의 한 마디만으로도 두 분은 아마 상성이 잘 맞는,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알콩달콩 지금껏 잘 살아오셨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길어봤자 30초도 안 될 짧은 순간이라 지난 번에 아주머니도 같은 얘기를 하셨다는 등의 사설은 덧붙이지 못하고 한 마디를 건네고 내렸다.


"아니요, 하나도 안 시끄러워요. 멍멍이들 뛰어 놀아야죠."


이걸 빌미로 옳다구나! 하고 집에서 아이들 우다다를 시키더라도(물론 그러실 분들은 아니겠지만) 내가 잠깐 소음을 참으면 강아지들이 아래 사진처럼 기분 좋음을 온 얼굴로, 온 꼬리로 표현할테니, 마음껏 멍멍이들이 뛰어 놀게 해도 좋을 것 같다.



사진 속 강아지는 친구가 키우는 페키니즈.(사랑둥이 ㅜㅜ)


매거진의 이전글 파리 지하철에 생긴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