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를 흑맥주로 착각할 수? 있다!

스페인어 Refresco n. 탄산음료

by Fernweh

말을 모으는 여행기, 말.모.여. 9)


스페인어 Refresco [레프레스꼬] n. 탄산음료


영화 <신세계> 속 박성웅 배우로 빙의해 말해 본다.

"갈 땐 가더라도 흑맥주 한 잔 정도는 괜찮잖아?"

술이 약한 걸 용케 알아챘는지, 나온 건 콜라였다.


* 생생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제목에서만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발음을 표기했고 본문에서는 외래어 표기법에 맞춰 작성했습니다.


맥주 작은 0.5유로. 큰 잔 1유로. 파리에서 스페인 북부로 국경만 슬쩍 넘었을 뿐인데 물가가 이렇게 저렴해지다니. 카페나 식당에서 와인보다 맥주를 비싸게 파는 파리에 비하면 산탄데르(Santander)의 맥주 값은 너무 착했다. 식당이 아닌 작은 접시에 무심하게 툭- 담아내는 스낵에 술 한 잔을 곁들이는 타파스(tapas) 바라서 저런 가격이 가능했다. (북부에선 타파스를 핀초스(pinxos)라고 한다)



DSC_0516-vert.jpg 타파스(혹은 핀초스) 바


벽에 붙은 메뉴판엔 금빛을 띤 'Cerveza', 즉 우리가 아는 보통 맥주가 왼쪽, 베리 종류 시럽을 넣었는지 붉은빛이 감도는 'tinto'라는 맥주가 가운데, 검은빛을 머금은 'Refresco'가 오른쪽에 나란히 붙어 있었다. 해봐야 한 잔에 천 원이니 종류별로 다 마시는 수밖에.


금빛 한 모금에 오전 일정으로 쌓인 여독과 갈증이 풀렸다. 달달한 과일 향의 붉은빛 한 모금으로 뒤이어 목을 축였다. 대미를 장식한 건 검은빛 한 모금이었다. 아무래도 풍미가 가장 진한 게 흑맥주일 테니. 그런데 검은빛 한 모금을 넘기는 순간 익숙한 맛과 향이 입안에 퍼졌다. 콜라였다.


주문한 게 잘못 나왔구나, 잔을 들고 성큼성큼 직원에게 다가가 이게 'Refresco'냐고 물었다. 당연하단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끄덕임에 단어들이 연쇄적으로 머리를 스쳤다. 톡 쏘는 탄산이 들어간 음료를 ‘청량’ 음료라고도 한다. 그런 청량한 기분을 내는 걸 ‘리프레시(Refresh)’라고도 하고. Refresh, Refresco. 너무 닮았잖아. 본인이 콜라를 시켜놓고 마시던 콜라를 들고 가 콜라가 맞는지 묻다니, 요즘 말로 ‘머쓱타드’다.


DSC_0479.jpg tinto verano는 프랑스의 '모나코'(Monaco) 맥주와 맛이 비슷했다.
DSC_0483.jpg 뒤이어 시킨, 흑맥주라고 착각해서 시킨 콜라, Resfreco


애초에 ‘맥주’ 카테고리로 묶어 적어 둔 메뉴판이 아니었다. 맥주는 맥주대로, 콜라는 콜라대로 무심하게 자기 자리를 차지했을 뿐인데 ‘레프레스코’라는 이름의 스페인 흑맥주가 있다고 지레짐작했던 것. 마드리드의 타파스 바에선 자신 있게 ‘Refresco’ 아닌 맥주를 시켰으니 나름대로 교훈을 얻은 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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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에 낚이며 시작한 북부 스페인(바스크) 여행. 산탄데르 - 빌바오 - 산세바스티안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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