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마저 고상하다는 불어를 만나다(5)
같은 뜻이지만 매운맛, 순한 맛이 갈리는 말이 나온 김에 마찬가지인 상용 표현, ‘신경 안 써’를 소개해드리는 챕터. 순한 맛 ‘Je m’en fiche’가 문자 그대로 신경을 거스르는 일을 신경 쓰지 않겠다는, ‘I don't care’와 상응하는 표현이라면, 매운맛 ‘Je m’en fous’는 뜻을 풀이하자니 남자인 날 괜히 움찔거리게 만드는 ‘ㅈ 까라 그래’, ‘I don’t give a fuck’ 정도가 되는 표현이다. 근데 우리말보다 수위가 낮아서인지 저 정도의 뉘앙스보다는 덜한 느낌으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자꾸만 우리 욕이 수위를 치켜세우는 게 와 닿지 않으신 분은 (볼 기회가 거의 없겠지만) 프랑스 방송을 봐 보시길. 공중파에서 피똥(putain)을 싸고 똥똥거리는(merde) 건 다반사, ‘je m’en fous’ 수준의 욕은 우리나라처럼 삐-처리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였다면 시바견의 강아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면 ‘시바새끼’가 방송에 그대로 송출될 리 만무하다. 욕의 수위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도 확연한 차이가 있음을 느꼈다.
해외 봉사 당시 3주간 방학에 들어간 해당 지역 청소년들과 협업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을 매일 같이 실어 나르던 부모님들 앞에서도 아이들은 앞서 소개한 욕을 가감 없이 했다. 아이들의 거친 언행이야 중2병 정도로 치부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걸 본 부모의 반응은 꽤 놀라웠다. 주의를 주긴 하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니?’, 호통을 친다거나 ‘순한 양인 우리 아이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없다.’며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려는 반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등학생만 되도 알 거 다 알고 할 거 다 하는 나이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프랑스 드라마 ‘SKAM’을 보면 단박에 이해되리라. 관련 내용과 결부시키지 않더라도 일단, 이 드라마 재밌다.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 번 보시길...)
최근 자기 딸에게 콘돔을 판 편의점에 찾아가 난리 블루스를 추고, 중학생 아들이 야동 보며 자위했다고 뺨 때리고 컴퓨터까지 부수는 지랄 탭댄스를 췄다는 기사를 봤다. 내가 청소년이던 시절에도 듣도 보도 못한 일이 2021년에 터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직 자녀를 두진 않았지만 욕의 수위를 한결 낮춰 받아들이는 넉넉함으로 성인이 되어가는 아이들의 변화를 넉넉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물론 넉넉하게 받아들인답시고 그런 행위를 하라고 부추기란 건 아니지만.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거 같지만 이번에 소개한 표현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하실 듯하다. 신경 끄고 무시해버리라는 게 아니다.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조차 없는 걸 물고 늘어지지 말고 쿨하게 넘기자는 사고방식에 가까운 표현이 ‘신경 안 써’가 아닐까. 그러고 보니 프랑스인들은 이 표현을 미래형으로도 자주 사용한다. (On va s’en foutre)
그나저나 가장 심한 수위로 번역하면 ‘ㅈ 까라 그래’이기도 한 이 표현과 같은 뜻의 구어체 표현이 하나 떠올랐다. (Je m’en bats les couilles) 표현 속 ‘couilles’는 ‘ㅈ’ 아래 달린 둥근 부위를 뜻하는 단어이다. 이게 뭔 우연의 일치일까 싶기도 하고, 두 손을 가지런히 배꼽 아래로 모으게도 되고... 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