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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rnweh Aug 19. 2022

커피를 끊던가 해야지...

단상(62)


 식후땡. 밥 먹고 으레 담배를 피우러 갈 때 흡연자가 쓰는 말이지만 밥 먹고 으레 커피를 마신다는 의미로 한 번 적어보았다. 점심 먹고 식후땡으로 커피를 마셨어야 하는데, 손에 잡힌 이 일 저 일을 하다가 때를 놓쳐 버렸다. 아침에 아아 한 잔 이미 마셨으니 오늘은 카페인을 줄여볼까- 했지만, 마침 당 충전이 필요했다. 그나마 꾸역꾸역 이틀에 한 번씩은 가던 헬스장도 나 대신 낸 돈만 나가고 있는 요즘이라 간식을 먹기엔 양심이 찔렸다. 양심이라도 찔려야 일 년 내내 다이어트 중이라고 입만 산 '아가리 다이어터'의 명성에 덜 금이 갈 테니까. 그래서 간식 대신 커피를 달달하게 마시기로 했다. '아아' 아니면 죽음을 달라- 까지는 아니니 적당한 때에 적당히 달달한 커피 한 잔쯤은 좋은 선택이다.


 점심 때도 한 방울씩 비가 떨어졌다마는 금세 멎었다. 밖을 보아하니 또 한두 방울 떨어지는 듯해 일단 우산은 챙겨가기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가 쏟아져 내린다. 종종걸음 + 빠른 걸음으로 단골 카페로 향했다. 차양 밑에 후다닥 몸을 피하고 '아바라'를 주문한다. 커피를 받아 들고 다시 돌아가야 하는데 발이 떨어지질 않는다. 이미 오는 동안 맞은 비로 정강이까지 젖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염없이 기다릴 순 없으니 그 사이를 못 참고 더 거세진 비를 뚫고 돌아왔다. 무릎 위쪽까지 비가 침투했는지, 그 언저리까지 축축하게 젖어버렸다.


 옅게 한숨을 한번 뱉으니 '이놈의 커피가 뭐라고...' 따위의 생각이 든다. 입으로 마시라는 커피는 안 마시고 신발과 바지가 잔뜩 비만 마셨다. 그렇다면 이건 '커피'인가, '커비'인가, 괜스레 철학자의 말투를 흉내 내 보기도 한다. 이거 원, 커피를 끊던가 해야지...


커피 사러 갔다가 신발이랑 바지는 젖어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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