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어 клек v. 쪼그려 앉다 n. 스쿼트
친구와 소피아 시내를 구경하다가 맥주를 한잔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가보고 마음에 들었다는 바(bar)가 있다고 해 그리로 갔다. 아쉽게 오픈 준비 중. 다른 가게를 찾아 비토샤 거리(명동과 비슷한 번화가)를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NDK 광장 앞까지 와 버렸다. 광장에서 병맥주로 가볍게 목을 축이자며 친구가 잠깐 따라와 보란다. 신기한 광경을 보여주겠다면서.
횡단보도 바로 앞에는 노점상이 있었는데 좀 이상했다. 사람 눈높이에 맞춰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무릎 한참 아래에 창구가 나 있다. 시내 쪽에 지하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는 매장인가. 잠깐 고민하는 사이, 친구는 아주 자연스럽게 쓱, 몸을 숙이고 앉는다. 재밌는 구경거리지 않았냐는 듯, 개구진 표정을 하며 맥주 두 병을 들고 걸어왔다. 단순한 원리이다. 창구가 사람 무릎 아래 쪽에 있으니, 앉아야만 물건을 살 수 있다. 원리는 단순한데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소피아의 유일무이한 노점상 형태. 친구에게 이름을 물어보니 'клек'[클렉]이란다.
쪼그려 앉는다는 뜻의 말인데, 헬스장에서 많이들 하는 동작 '스쿼트' 뜻도 있는 단어란다. 스쿼트 동작이 무릎을 구부려 앉았다가 하체 근력을 이용해 일어나는 운동이니 명명된 이유는 쉽게 이해가 갔는데 순간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노점상에서 주로 취급하는 건 스낵과 주류. 이걸 사려면 원치 않아도 스쿼트 1회를 해야 하는 셈이니까. 친구는 어렸을 때 비해 클렉이 많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불가리아에 우리나라처럼 '몸짱' 열풍이 불면 클렉이 다시 많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스쿼트 한 번 한다고 얼마나 몸이 변하겠냐마는... 그럼 맥주 한 병에 스쿼트 8회 3세트로 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