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과 고양이들

1일 1행복 실천기

by 목연





비가 오는 날이면 잠이 더 잘 왔다. 여덟 시부터 울려대는 알람을 십 분에 한 번씩 끄다보면 어느새 아홉 시를 넘겼다. 이제 일어나야지, 진짜 일어나야지 생각하며 몸을 뒤척이지만 머릿속은 이내 잠잠해진다. 잠잠해진 머릿속에선 복잡한 꿈이 이어졌고, 짜증을 내다 깨어나면 주변은 조용했다. 눈을 감고 다시 잠들려 할 때면 아가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관문 앞에 앉아 야옹하는 목소리가.


비가 오는 날에도 아가들과 함께 하면 좋겠지만, 아빠가 있었기에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간식을 챙겨 밖으로 향했다. 비가 쏟아지던 이른 아침과 달리 차분하고도 조용한 비가 느리게 내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똘망똘망한 달래는 나를 보자마자 더욱 큰 목소리로 울었다. “달래, 안녕. 잘 잤어?” 달래는 기지개를 켜며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나는 달래의 엉덩이를 몇 번 팡팡 치고 간식을 줬다. 간식 봉지를 흔들면 마당 한 곳에 놓인 집에서 톨이가 뛰어나왔다. 톨이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야옹 야옹 울었다. 그럼 나는 톨이 앞에 간식을 던져줬다. 아가들은 간식을 먹고 난 후 밥을 먹었다. 매일 같은 밥인데도 뭐가 그리 맛있는지, 오도독 소리를 내며 씹어 먹었다. 그 후엔 물을 먹고 밖으로 향했다. 나는 하늘을 보며 비가 그만 오게 해달라고 했고, 엄마는 “애들 간식 좀 많이 주지.” 하며 밖으로 나왔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와 나는 “비 좀 그만와라.” 하며 하늘에 대고 말했다. 그런다고 해서 비가 그치는 건 아니었지만, 왠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아가들은 간식을 먹은 후 각자의 공간으로 향했고 나와 엄마는 집으로 들어왔다. “비 오는 날에 애들을 집에 들려야 하는데.” 엄마는 안방에 누운 아빠를 흘겨보며 말했다. 엄마의 말을 들었는지 듣지 못했는지, 아빠는 텔레비전만 봤다.


25..jpg 꼬질꼬질, 톨이 발


내일도 비가 오고 모레도 비가 온다던데.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도 함께 하지 못하는 집사는 오늘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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