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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승희 May 17. 2017

나뭇잎들

시(2)

유난히 큰 이파리가 났다


가지 제일 끝에서 햇빛을 탐욕스럽게 흡수하며

'우리들 중 내가 제일 중요해'

외치는 당당한 녹음에

나는 눈길과 시간을 보내며 빠져들었다


유별나게 컸기 때문에

유달리 바람을 맞았고

흔들릴 때마다

겁이 몰려올 때마다

찢긴 잎 사이 새 살이 돋아 더 성장하리라,

위로했다


혹은 좀 더 튼튼하게 자라게,

아니면 바람을 덜 맞는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내 삶을 리셋해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1년, 2년, 3년

시간이 지나던 어느 순간

고개를 돌린 우연한 순간 반대쪽 나뭇잎이 보였다

가지 사이사이마다 녹음이 빛났다

수없이 많은, 내가 잊고 있던 나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나뭇잎 하나가 흔들린다고 나무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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