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
유난히 큰 이파리가 났다
가지 제일 끝에서 햇빛을 탐욕스럽게 흡수하며
'우리들 중 내가 제일 중요해'
외치는 당당한 녹음에
나는 눈길과 시간을 보내며 빠져들었다
유별나게 컸기 때문에
유달리 바람을 맞았고
흔들릴 때마다
겁이 몰려올 때마다
찢긴 잎 사이 새 살이 돋아 더 성장하리라,
위로했다
혹은 좀 더 튼튼하게 자라게,
아니면 바람을 덜 맞는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내 삶을 리셋해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1년, 2년, 3년
시간이 지나던 어느 순간
고개를 돌린 우연한 순간 반대쪽 나뭇잎이 보였다
가지 사이사이마다 녹음이 빛났다
수없이 많은, 내가 잊고 있던 나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나뭇잎 하나가 흔들린다고 나무가 무너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