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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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서
1등으로 달리던 민수가
운동장 코너를 도는 순간,
미끄러지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몸뚱이는 운동장 바닥에 나뒹굴고
흙먼지가 휘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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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하면
아버지가 자전거를 사주신다고 했는데
그 꿈도 흙먼지와 함께
한순간에 흩어져 버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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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오던 아이들 일곱 명이
휙휙 민수를 지나쳐 달려갔다.
아무리 다시 달려도,
민수는 꼴찌일 수밖에 없었다.
가슴은 콕콕 쑤셨고
억울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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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운동장 끝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민수야, 일어나!
일어나, 달려!”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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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속상했지만
아버지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다시 일어나 끝까지 달려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과는 꼴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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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창피해서
사람들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게다가 자전거를 못 받게 되어서
너무나 속상했다.
하지만 옆에서 아버지는
내내 웃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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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아버지는 민수가 좋아하는 치킨을
양손 가득 사 들고 오셨다.
기름 냄새가 구수했지만
민수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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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을 함께 먹으며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민수, 너 대단했어.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나서
끝까지 달리는 거,
아무나 못 해.
아빠는 우리 아들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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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
꼴찌가 뭐가 좋다고..."
민수는 여전히 시무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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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네가 포기했으면,
다른 아이가 꼴찌를 했을 거야.
1등도 멋지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꼴찌가
더 멋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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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민수 얼굴에서
웃음이 피어 나왔다.
"아빠, 이 치킨... 진짜 맛있어!"
"그래, 많이 먹고
오늘은 아빠랑 산책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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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이
맛있게 치킨을 먹는 동안,
창밖에는 새 자전거 하나가
조용히 민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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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에게
잘했다고, 멋있다고,
마음 다해 응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