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없는 그림책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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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한 마을이 있었어요.
이 마을에서는 누가 제일 잘 사는 사람일까요?
돈이 많은 사람?
땅이 많은 사람?
공부를 많이 한 사람?
힘이 센 사람?
맞아요.
이 마을에서는 가진 게 많은 사람이 최고로 대접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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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려고,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려고
모두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했어요.
열심히 돈 벌고, 공부하고, 일하고, 또 일했죠.
하지만,
모두가 바라는 대로 되는 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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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일을 잃고, 집도 잃고, 가족도 잃었어요.
어떤 사람은 배가 고파서
남의 것을 훔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화를 참지 못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도 했어요.
마을은 점점 어두운 얼굴을 가지게 되었어요.
무섭고, 쓸쓸한 도시로 변해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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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불안했어요.
그래서 집 담장을 더 높게 쌓았고,
처음 보는 사람은 멀리했어요.
누구도 쉽게 웃지 않았죠.
마을 사람 가운데 누군가 말했어요.
“이런 삶이 정말 잘 사는 걸까?”
“우린 뭘 더 가져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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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 사람이 낯선 일을 시작했어요.
자기가 가진 물건 가운데
꼭 필요한 걸 골라 마을에 기증했어요.
그건 아주 작은 것이었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정말 고마운 선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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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하나 둘 따라 했어요.
누구는 옷을,
누구는 책을,
누구는 장난감을,
누구는 자신이 만든 빵을,
누구는 그림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어요.
그러자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겼어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얼굴에 웃음이 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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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그제야 알았어요.
더 많이 가지는 것보다,
더 많이 나누는 것이
훨씬 더 잘 사는 삶이라는 걸요.
“함께 잘 살면, 내 마음도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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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마을에는 새로운 축제가 생겼어요.
이름하여, ‘한 조각 나눔 축제!’
어떤 사람은 하루 일해서 번 돈 가운데 일부를,
어떤 사람은 재능을,
어떤 사람은 시간을,
기꺼이 나누었어요.
비록 ‘한 조각’일지라도
그 나눔이 모이면 큰 보람과 기쁨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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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축제는 마을에서 제일 큰 축제가 되었어요!
다른 마을 사람들도 찾아와 함께했어요.
그리고 다들 깨달았어요.
“나눔 한 조각이 큰 축제가 될 줄이야!”
나눔이 퍼졌어요.
기쁨이 퍼졌어요.
축제가 되었어요.
그 뒤로 이 마을은
웃음 가득한 얼굴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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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오 년 전 지인들과 신촌에서 '한 조각 나눔 축제'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모두 잘 살고 있는지?
그대들이 보석 같은 한 조각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