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진 Nov 12. 2020

철밥통의 굿모닝 편지-억새

가을이 농익어간다

굿모닝~♡

바람이 불어
억새가 하얀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설익은 가락을 흥얼거리니
11월 가을이 억새 끝을 밟고
팔방 놀이 즐겁다

억새가 파란 하늘 창포에  머리를 감는다
야단을 떨고
가을이
저가 감긴다며 억새꽃 머리
하늘에 담가 주물럭거리니
깜짝 놀란 11월이 미주알고주알 거품을 뿜어내고
바람이 억새꽃 알알이 손질하여 드라이한다며 부지런 떠니
그렇게 가을이 익어간다


순천시 이사천 둔치  억새


억새가 하천을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한다
바람이 햇볕을 깃발 삼아
응원하고
푸른 하늘이 퍼렇게 눈을 뜨고
심판을 본다

가을이 방죽에 턱 괴고 드러누워
뒹굴뒹굴하면서
어느 쪽이 이기려나 실실 쪼개고 있다
바람의 크기에 따라 억새꽃
하얀 머리가 설렁설렁
흰 물결을 만들고
시들해진 줄다리기에
퍼런 하늘빛이 반짝거린다




하얀 억새꽃이 모닥그려
겨울이 저만치서 쳐들어오려고 엿본다며
구시렁거린다

가을바람에 시린 바람이
은밀하게 숨어들어
살랑이는 억새꽃 가슴을 꼬집어
겨울이 살짝 발을 담갔음을
슬며시 암시한다




억새가 머리를 꼿꼿이 들고
오글오글 모여들더니
영혼을 비벼서 가을을 만든다

억새꽃 하나 오롯이 피어나면
외로움이 그늘을 만들고
뭉게뭉게 모여 피어난
억새꽃 주위에는
다양한 정겨움이 울타리를 만들 듯
영혼으로 피워낸 가을이
하얀 억새 곁에서
도리도리 피었다

오늘은 왠지 가을 곁으로 침잠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철밥통의 굿모닝 편지- 구절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